'열혈사제'를 통해 명연기를 선보인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열혈사제'를 통해 명연기를 선보인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배우 김남길과의 인터뷰는 다소 특별했다. 진심 어린 솔직함이 유독 느껴졌던 1시간이었기 때문. 배우들과 인터뷰를 하다보면 이런 모습이 반갑게 다가오곤 한다. 기자 대 연예인으로 만난 자리이기에, 사람 대 사람으로 만난 것 같은 느낌을 줄 수 있는 배우는 그리 흔치 않다. 김남길의 거침없는 토크가 값진 이유다.

2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김남길은 사제라는 캐릭터로 통쾌함을 선사하며 시청자들의 마음을 제대로 조준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SBS 금토드라마 ‘열혈사제’를 통해서다.

지난 4월 20일 종영한 ‘열혈사제’는 다혈질 가톨릭 사제와 구담경찰서 대표 형사가 한 살인사건으로 만나 공조 수사에 들어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극중 김남길은 국정원 대테러 특수팀 요원 출신 사제 ‘김해일’ 역을 맡아 인생 캐릭터를 갱신했다는 호평을 얻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액션은 물론, 코믹까지 접수하며 색다른 매력을 선사한 것.

무엇보다 ‘열혈사제’는 SBS에서 선보이는 첫 금토드라마로, 시청률 20%대를 돌파하며 화제성과 작품성을 시청자들로부터 인정받았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김남길의 활약이 있었다.

이에 대해 4월 30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만난 김남길은 “SBS를 살렸다는 이야기는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하며 쾌활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김해일'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김해일'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해낸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SBS를 살렸다는 반응을 얻을 정도로 ‘열혈사제’에 시청자들이 큰 호응을 보였다. 흥행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시청률 수치는 정확하게 모른다. ‘스카이 캐슬’ ‘미스터 션샤인’ ‘미스티’ 등 잘됐던 드라마는 내가 제 3자 입장에서 보고 ‘방송이 재밌네’하고 ‘시청률이 대박이야’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안에 들어가 일할 때는 잘 모르겠다. 시청률 22%가 어느 정도인지 정확하겐 모르겠다.

(‘열혈사제’ 촬영하면서) 드라마 흥행에 크게 들뜨는 배우들이 없었다. 나이도 있고 자신들도 풍파를 많이 겪었던 터라 작은 것 하나에 좌지우지하지 않았다. 시청률이 어느 정도 오르고 반응이 좀 온다 싶으면 배우들 안에서 욕심을 부리게 된다. ‘날 어필하고 싶어’ ‘더 알리고 싶어’ 하는 것들이 있는데 그런 걸 안 해도 서로 배려하면서, 밀어줄 땐 밀어주고 어떤 한 인물 설정을 보여줄 땐 비켜주기도 하고 앙상블이 좋아서 잘되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SBS를 살렸다는 이야기는 맞다고 생각한다(웃음) 사실 SBS도 홍보에 사활을 걸었고, 금토 편성을 했다는 건 파격적인 거다. 이런 노력들을 SBS가 했고, 그런 것들에 맞춰서 작정을 했던 것 같다.”

- 이토록 뜨거운 인기를 예상한 적이 있나.
“전혀 예상 못했다. 왜냐면 작품하면서, 여태까지도 그랬지만, ‘잘되겠어’하는 작품이 안 된 것도 많고 ‘이건 잘 모르겠어’라고 했는데 잘된 작품들도 있다. 제가 작품 할 때 배우들이나 스태프들에게 항상 이야기하는 게 있다. ‘시청률이나 관객수는 우리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니, 서로 우리가 작품을 알리거나 보여줄 때 부끄럽지 않은 작품이 되도록 하자’고 말한다. 스태프들이나 배우들이 각자 필모그래피에서 ‘나 이런 작품 했어’ 했을 때 ‘좋은 작품 했구나’하는 말을 듣는 것이 우선이고, 그러다 시청률이 잘 나오면 감사한 일이다. 거기에 쫓아가지 말라고 이야기 한다. 그렇게 이야기해도 타이트롤을 맡거나 하면 집에서 혼자 ‘시청률 잘 나와야 하는데’하고 고민하고, 시청률 찾아보고 관객수 찾아보고 한다(웃음). 앞에서는 그렇고 뒤에서는 혼자 끙끙 앓는 스타일이다.”

- 종편이나 케이블이 잘 되다 보니 채널에 대한 걱정은 없었나.
“시청자뿐 아니라 배우들도 JTBC와 tvN에 대한 선호도가 높은 추세다. 여태껏 JTBC나 tvN에서 새로운 소재를 가지고 엄청난 투자를 해가면서 퀄리티 좋은 콘텐츠를 제공했기 때문이다. 그러한 걸 우린 이미 많이 접했다.

이번 SBS가 고마웠던 건 ‘열혈사제’를 하는데 있어서 좋은 스태프들을 꾸려주고 홍보를 엄청 해줬다. (첫 방송하기) 3~4주전부터 ‘열혈사제’라는 홍보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엄청 해줬다. 홍보효과 덤으로 4부까지 화제성을 잘 잡은 것 같다. 스타트를 잘 끊다보니 순항을 하게 된 계기가 된 것 같다. 또한 금토 편성을 해주기까지 고민도 많았을 테고 실험적인 부분이었을 텐데 새로 편성을 받아줬다는 것도 감사하다.”

'열혈사제' 20회 속 김남길 / SBS '열혈사제' 방송화면 캡처
'열혈사제' 20회 속 김남길 / SBS '열혈사제' 방송화면 캡처

- 극중 캐릭터인 김해일의 명대사를 꼽자면.
“두 가지가 있다. 처음에 무거운 사건을 중심으로 갖고 가다가 패러디도 보여주고, 코믹도 보여줘서 도대체 어떤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하는 건지 고민을 했다. 대영(김성균 분)이와 차 속에서 대화하는 장면 중 ‘성인에게도 과거는 있고, 죄인에게도 미래는 있다’라고 말하는 대사가 있다. 또 마지막 회에서 중권(김민재 분)이를 쏘려고 할 때 ‘7번이 아니라 77번이라도 용서해야한다’는 대목을 봤을 때 이게 드라마가 가고자 하는 방향과 이야기구나 생각을 했다.”

- 스토리를 보고 주로 작품을 선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번에도 스토리에 꽂혔나.
“이번에는 캐릭터에 꽂혔다. ‘열혈사제’는 캐릭터 플레이가 더 많았던 드라마다. 원래 캐릭터 플레이로 작품을 이끌어갈 때는 어느 정도 한계가 있어서 드라마의 이야기가 꾸준히 있어야하고, 그렇기에 작품이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집중적으로 본다.

이번 작품은 스토리를 둘째 치고 ‘특수부대였던’ 사제라는 앞의 전제가 매력적이었다. 일반적인 사제가 아니다. 특수부대 능력을 그대로 가지고 어떠한 사건을 파헤친다고 한다면 일반적이지 않을 것이라는 기대치나 끌림이 있었다. 스토리보다 위대한 캐릭터는 없다고 생각하는데, ‘열혈사제’의 캐릭터를 들었을 때는 스토리를 지워버릴 만큼 임팩트가 강했다.”

- ‘김해일’ 캐릭터와 비슷한 본인의 성격이 있나.
“작은 것, 사소한 것들에 화를 내는 것 같다. 다른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살 것은 아니지만 너무 내 자신만을 생각하면서 나오는 행동들이 있지 않나. 주차라인을 밟고 주차를 한다던가, (운전할 때)깜박이를 안 켜고 들어온다던가. 하루는 모닝을 끌고 나와서 외제차 옆에 주차를 하려고 보니 공간을 너무 안 내놓았더라. 차 한 대 주차할 자리가 비워져 있었는데 꾸역꾸역 들어가서 문을 못 열게 딱 주차를 해놨다. 그랬더니 그 다음부터 그 차가 거기에 안 대더라.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는 마음이었던 것 같다(웃음).

인생캐릭터를 갱신한 김남길/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인생캐릭터를 갱신한 김남길/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열혈사제’ 속에서 생김새를 묘사하는 대사가 있었는데, 얼마나 동의하는가.

“하늬(박경선 역)가 1,2부부터 계속 ”잘 생겼는데“라고 대사를 해서 처음에 부담스러웠다. 하늬가 ‘이게 한 두 번이지. 잘 생겼다고 자꾸 그러니까. 그만 했으면 좋겠는데’라고 하더라. ‘듣는 나도 불편하다. 미안하다’고 했다(웃음).

영화감독님이나 드라마 감독님이 제 등판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하신다. 영화 ‘무뢰한’ 때 오승욱 감독님도 ‘결핍이 있어 보이는 등’이라고 이야기를 많이 하셨다. ‘그런 등이 무슨 등이지’ 했었다. (‘무뢰한’ 촬영 당시) 제가 유난히 앞으로 굽어서 연기하는 게 있었다. 똑바로 펴진 것보다 넓어 보이는 게 있어서 그런 것도 같다. 공감한다기 보다 ‘그래, 그렇게 생각하나 보다’하고 묻어가는 편이다.”

- 사제복을 입고 하는 액션, 힘들지 않았나.

“구두가 편했다. 옷이 길다보니까 걸리는 부분들이나, 제가 눈으로 보면서 액션을 해야 하는데 다리가 나갔는지 주먹이 뻗어졌는지 옷이 하도 펄럭여 잘 안보여 불편한 적은 있었다.

뛰거나 걷는 장면에서 이명우 감독님이 고속(촬영)을 많이 하셨다. ‘왜 자꾸 고속으로 드라마를 찍냐’고 물어보니 펄럭이는 장면을 잘 담고 싶었다고 하더라. 영화 ‘베트맨’에서의 망토 같은 느낌으로 긴 롱코트를 제작한 거다. 의상팀이 주요하게 제작을 잘 해줬다.”

- ‘열혈사제’에서 선보인 액션이 시청자들에게 큰 반응을 얻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나.
“이번에 함께 한 액션 감독님이 예전에 저랑 작품도 했고, 친분이 있는 분이라 제가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명확하게 알고 계셨다. 드라마가 20부라는 것을 보면 호흡이 긴데, 찍을 때 호흡은 짧지 않나. 그 안에서 효율적으로 액션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거추장스러운 걸 빼고 잘할 수 있는 부분들을 가지고 극대화시키는 게 효과적이었다. 그런 걸 잘 아는 감독님이었다.

예전에 무술이나 액션신을 했을 때는 투박한 느낌을 많이 살리려고 했다면 이번엔 설정을 바꿔 무용하듯이 해봤다. 유연성 있고 가볍게, 임팩트를 줘야하는 부분만 힘을 주고 설정자체를 바꾼 것도 있다. 처음에 철범(고준 분)이 밑에 건달 친구들과의 액션, 러시아에서 온 용병들과의 액션, 흑화된 다음의 액션하는 것들을 설정을 조금씩 나눠서 했다. 특수부대에서 특공훈련을 받았던 친구가 동네에서 건달이나 소위 양아치라고 불리는 친구들한테 특공무술까지 쓰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서 설정을 나눴다. 무용하듯이 물 흐르듯 편하게 하는 액션들을 드라마에서 한 번도 안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 제대로 된 액션 영화를 찍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나.
“해보고 싶은 욕심은 있다. 영화 ‘존 윅’을 보면서 ‘저건 내 스타일이야’ 했다. 장르적인 액션 영화를 하고 싶은데 느와르가 아니고서는 어려운 부분이 있다. 관객수와 같은 부분을 내려놓고 액션만을 가지고 가면 좋겠지만, 그럴 영화가 얼마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취재진이 ‘범죄도시’와 같은 영화를 말하는거냐 묻자) 영화 ‘범죄도시’ 같은 경우는 액션이 주가 아니라 사건이 메인이다. 또 동석이 형이 주는 무게감이 있다. 동석이 형은 한 두 방에 (악당을) 해치울 수 있는 반면, 저 같은 경우는 몇 번을 해야 해치울 수 있다. 영화 ‘아저씨’ 같은 경우도 스토리가 있고, 그 속에 액션에 대한 화려함이 주를 이루는 느낌이다. ‘스토리를 잡아먹을 법한 액션이 담긴 장면 혹은 작품이 있으면 어떨까’ 생각한다.”

'열혈사제'를 통해 화려핸 액션을 선보인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열혈사제'를 통해 화려핸 액션을 선보인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김남길은 ‘열혈사제’ 촬영 중 오른쪽 늑골과 왼쪽 손목에 금이 가는 부상을 입어 시청자들의 우려감을 자아낸 바 있다. 무리하게 촬영하다가 그런 것인가.
“무리한 것은 아니고 제가 잘못해서 그런거다. 액션 배우분들이 나를 보고 차는 게 아니라 카메라 모니터를 보고 확 차야하는 부분에서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맞으면서 뒤에 다른 스태프랑 다리가 엉켜 넘어졌다. 넘어지면서 창피하지 않게 멋있게 서려고 한 손으로 짚었는데 몸무게가 실려면서 손목이 일단 첫 번째 나갔다. 손목이 아프다 보니 타박인 줄 알았다. 그래서 ‘아프면서 시원하네’하면서 마사지를 받았다. 근데 마사지를 받던 중에 (상처 부위가) 벌어진 거다. (마시지를 받은 후에) 타박이 아닌 것 같은데, 골절 같은데 느낌이 들었다. 가슴에서 열이 안내리더라. 일주일 있다가 병원에 갔고, 염증수치가 너무 올라갔다고 해서 입원을 했다.

지금은 갈비뼈는 생각보다 잘 붙었고, 손목은 일생상활에서 사용하는 부위다보니 낫기가 쉽지 않더라. 보호대를 차고 움직이지 말아야하는데... 남아 있는 일정들이 좀 마무리 되면 병원을 다니면서 재활을 받아야할 것 같다. 재활 위주로 시간을 많이 보낼 것 같다.”

- ‘열혈사제’에서 함께 활약한 배우들과의 호흡은 어땠나.
“하늬 같은 경우는 5~6년 전에 드라마 ‘상어’를 찍고 다시 만난 케이스다. 예전과 다른 게 하나도 없고, 대신 조금 더 성숙해 있고 발전해 있는 모습이었다. 성균이 같은 경우엔 전에 알던 사이가 아닌데도 처음 만난 사람 같지 않았다. 모든 게 통하는 것 같고, 남자인데도 계속 붙어있고 싶게 만드는 힘이 있다. 고준 형은 나보다 나이가 많고, 재능이 많은 사람인데도 후배들의 이야기를 엄청 잘 들어준다. 잘 수용할 줄 알고, 그런 부분에서 앙상블이 잘 맞았던 것 같다. 새록이(서승아 역)는 하는 것 자체가 열정적이다. 욕망스럽거나 나만 돋보이고 싶은 느낌이 아닌, 이 안에서 잘 묻어나야지 하는 순수한 열정이 있었다. (모든 배우와) 형식적인 이야기가 아닌 정말로 합이 잘 맞는게 너무 좋았다.”

솔직한 면모를 대방출한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솔직한 면모를 대방출한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지금껏 제대로 된 로코(로맨스코미디)물 출연은 없었던 것 같다. 해 볼 의향 있나.
“어정쩡하게는 ‘명불허전’에서 보이긴 했다. 하지만 완전한 로코는 없었다. 로코는 코미디라는 장르자체도 너무 어려운데 로맨틱을 넣어, 두 가지를 가지고 가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 또한 상대배우가 중요하다. 대본 등도 중요하지만 둘이 만들어내는 케미나 연기적인 호흡이 제일 중요하다. 친하고 편안하게 오랜 시간을 같이 한 혹은 연기를 너무 잘해서 처음 만났음에도 잘하는 배우가 아니면 모를까. 예전에 영화감독님들도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저는 상대배우를 많이 타는 스타일이다.”

- 인기에 연연하는 스타일인가.
“아이돌도 아니고, 어린나이도 아니라서... ‘열혈사제’ 시청률이 잘 나왔을 때나 ‘열혈사제’를 하기 전이나 똑같다고 생각한다. 좋은 작품에 대한 다음 기회가 더 생기는 것, 프라이드가 생기는 것 정도로 생각한다.

사람들이 오해를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인지도나 작품이 잘 된 것에 비해 그것에 비례해서 돈을 번 경우는 별로 없었다. 10년 전 ‘나쁜 남자’ 때도 뭐 좀 해보려고 하니 군대 가라고 해서 다녀왔다. 하루살이 가장이다보니... 가족 중 한 사람이 잘되면 그 우산 밑으로 비를 피하려고 엄청 들어온다. 성균이도 아기를 셋 낳고, 가장이자 장남인 부분에 공감대가 많이 형성됐던 것 같다. 시청률이 잘 나와서 기분이 좋다는 사실 자체에 보상을 받는다는 생각을 하는 것 같다.”

데뷔 16년 차 배우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데뷔 16년 차 배우 김남길 / 씨제스엔터테인먼트 제공

- 현재 SNS를 안하는 특별한 이유가 있나.
“일단 게으르기도 하고, 그걸 해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더라. SNS를 할 시간에 내 자신에 더 투자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제가 일기를 쓰는데 어느 날 보니 남이 볼 걸 계산하면서 쓰고 있더라. 단어도 사전 찾아보면서 어려운 거 쓰고, ‘이런 시적인 표현을 써야지’ 하고 있더라.(웃음) SNS와 같은 걸 하다보면 누군가를 위해 보여주기 위한 삶을 사는 느낌이 들 것 같다.

원래 예전엔 팬들과 이메일 주고받고, 답장도 다 해줬다. 손목이 쥐가 나는데도 해야 한다는 의무 때문에 컨트롤이 안되더라. 모든 사람한테 다 친절할 수가 없더라. 팬들에게 신비감이 이만큼도 없다.(웃음) 어떤 창구를 통해 소통을 해야 한다면 개인 계정보다는 오피셜 계정을 따로 만들어서 연기적인 부분 위주로 소통하고 싶다.”

-올해 꼭 이루고 싶은 소망이 있나.
“항상 좋은 작품에서 좋은 역할을 하는 것을 갈망한다. 이런 이야기하면 주변 사람들이 ‘넌 진짜 이기적이다’ 하더라. ‘너가 했던 역할도 누군가에게 해보고 싶은 거다’라고 하는데 이게 자기한테 있는 걸 잘 못 본다고... 연기적인 욕심이 늘다보니까 좋은 작품에서 좋은 캐릭터를 하는 기회를 얻었으면 하는 게 올해가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 갖고 있는 소망이다. 예전에는 작품을 하면 인정을 받아야 한다던지, 터뜨려야 한다던지 하는 게 컸다면 지금은 작품 하나를 잘 마무리할 수 있는, 작은 것 하나에 감사하려고 한다.”

보여지는 면과 본연의 모습이 다른 스타들의 사례가 빈번하게 발생하는 추세 속, 김남길의 솔직함은 각박한 사막에서 오아시스를 찾은 기분을 느끼게 만든다. “불합리하다고 생각하는 것에 총대를 메고 이야기하는 편”이라며 “촬영장에서도 주변 사람들이 자제시킨다”고 밝힌 김남길. 현실에서도 가식 없이 거침없는 김남길, ‘김해일’ 캐릭터가 유독 통쾌하게 그려질 수 있었던 이유를 알게 만드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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