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라미란이 스크린 첫 주연작인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로 관객과 만난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라미란이 스크린 첫 주연작인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로 관객과 만난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라미란이 스크린 첫 주연작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영화 ‘걸캅스’(감독 정다원)를 통해서다.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 이어 영화 48편, 드라마 29편을 거친 뒤 스크린 주인공 자리까지 꿰찬 라미란. 그의 연기 인생이 다시 시작됐다.

라미란은 연극과 뮤지컬 무대에서 활약하던 중 2005년 박찬욱 감독의 영화 ‘친절한 금자씨’를 통해 스크린에 데뷔했다. 당시 그는 짧은 등장에도 강렬한 연기로 관객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그는 ‘죽이고 싶은’(2010) 서늘한 눈빛의 수상한 간호사, ‘차형사’(2012) 패션을 위해 시각을 포기한 디자이너 송선생, ‘봉이 김선달’(2016) 복채 강탈 전문 가짜 보살, ‘특별시민’(2017) 카리스마 넘치는 정치인, ‘상류사회’(2018) 우아하고 교만한 미술관 관장까지 장르를 불문하고 다채로운 캐릭터를 소화하며 독보적인 존재감을 과시했다.

라미란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라미란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특히 라미란은 ‘소원’(2013)으로 제34회 청룡영화상 여우조연상, ‘히말라야’(2015)를 통해 제52회 백상예술대상 여자조연상, ‘덕혜옹주’(2016)로 제53회 대종상영화제 여우조연상까지 각기 다른 영화로 여우조연상 그랜드슬램을 달성, 탄탄한 연기력을 인정받았다.

또 케이블채널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2016)에서 마성의 ‘치타 여사’로 큰 인기를 끈 그는 ‘막돼먹은 영애씨’ 시리즈와 ‘월계수 양복점 신사들’(2016~2017), ‘부암동 복수자들’(2017), ‘우리가 만난 기적’(2018) 등 브라운관에서도 활약을 펼치며 시청자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고 있다.

라미란의 다음 행보는 영화 ‘걸캅스’다. ‘걸캅스’는 48시간 후 업로드가 예고된 디지털 성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경찰마저 포기한 사건을 일망타진하기 위해 뭉친 걸크러시 콤비의 비공식 수사를 그린 이야기다.

이번 작품으로 첫 스크린 주연을 맡게 된 라미란은 극중 민원실 퇴출 0순위 주무관이 된 전직 전설의 형사 미영 역을 맡아 탄탄한 연기력은 물론, 강도 높은 액션까지 완벽 소화해 호평을 얻고 있다.

라미란이 ‘걸캅스’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라미란이 ‘걸캅스’를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라미란은 “상업영화 주연은 부담이 너무 크다”면서도 ‘걸캅스’를 향한 남다른 자신감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이미 객관성을 잃었다. 아주 좋았다. 하하. 지금 시기에 (영화가) 나온 것이 독이 될지 약이 될지 모르겠지만, 많은 분들이 관심을 가져줄 때 영화로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대해 좋게 생각하려고 한다.”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상업영화 주연은 다른 것 같다. 부담이 더 하다. 독립영화나 저예산 영화를 해봤지만, 그때랑은 느낌이 다르다. 상업영화는 많은 양의 재원과 스태프들의 노력을 들여서 만드니까 흥행 면에서 너무 신경이 쓰인다.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줄 지도 마음이 쓰인다.”

-정다원 감독이 처음부터 라미란을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다고 들었다. 시나리오를 받고 어땠나.
“당황? 하하. 감독이 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지만, 친분이 없는 상태에서 쓴 거다. 결국 대중이 바라보는 나를 투영해서 쓴 것 같다. 그런데 이 나이에 그런 액션을 하라니, 이게 나를 위해 쓴 게 맞나 싶었다. 하하. ‘나라는 사람한테서 이런 모습을 보고 싶은가 보다’라는 마음이 들었다.”

-디지털 성범죄가 최근 이슈가 되면서 알려지긴 했지만, 처음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는 생소했을 것 같다.
“맞다. 몰래카메라 정도만 알고 있었고, 특정한 곳에서 특정하게 일어나는 일이라고 생각을 했다. 정말 아는 게 힘이라고, 어떤 수법들이 있고 방법이 있는지 알고 나면 조심할 수 있을 것 같다. 또 뉴스를 통해 각성하기도 하고, 피해를 당했다면 용기를 낼 수 있는 계기가 되면 좋겠다.”

-액션 촬영은 어땠나.
“잘한다잘한다 하니까 진짜 잘하는 줄 알고 연습을 얼마나 했는지 모른다. (극중 캐릭터가) 지금 필드에서 뛰고 있는 게 아니라서 다행이다. 미영이라는 인물한테 더 공감할 수 있는 것 같다. 지금 이 나이에 현역에 뛰고 있는 경찰이라면 힘들었을 것 같다. 미영은 과거에 활약했던 형사인데 본능이 꿈틀하는 거다. 그걸 찾아가는 과정이 담겼다.”

-‘걸캅스’가 기존 형사 수사물과 달랐던 점이 있다면.  
“수사력이나 공권력이 없는 사람들이 무식하게 뛰어든다. 어떻게 될지 모르고 질 수도 있는데, 이 사건을 풀어나가기 위해서 되든 안 되는 살신성인한다. 그런 점이 이 작품의 미덕이라고 본다. 액션도 마찬가지다. 악으로 깡으로 할 수 있는 정도에서 최선을 다한 것 같다. 허황된 액션이 아니라 저 정도는 할 수 있겠다는 정도, 그래서 말이 되는 액션. 그런 점이 달랐다고 생각한다.”

무명에서 주연 배우로 우뚝 선 라미란.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무명에서 주연 배우로 우뚝 선 라미란.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동안 주로 남성 캐릭터들이 활약했던 형사 수사물에서 여성 캐릭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도 새롭다. 최근 한국 영화에 여성 캐릭터에 대한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는데, 이에 대한 생각은. 
“맞다. 많은 시도들이 있었다. 예를 들면 원래 남성 캐릭터였는데 여성으로 바꾸면 그것만으로도 신선한 느낌을 준다고 하더라. 똑같은 시나리오에서 어떤 캐릭터를 여자가 읽었을 뿐인데 색다르다고 느끼더라. 이제 굳이 이 역할을 남자가 해야 한다는 필요가 없어진 것 같다. 여자도 리더를 할 수 있고, 그런 캐릭터들이 어색해 보이지 않는다. 이제는 성별을 떠나서 그 역할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사람이 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변화들이 일어나는 것은 좋은 현상인 것 같다. 하지만 꼭 남성, 여성의 관점보다는 다양한 영화들이 나왔으면 한다. 천편일률적인 영화들이 많지 않나. 다양한 니즈(needs)에 맞는 작품들이 나왔으면 좋겠다.”

-무명시절 끝에 스크린 주연 자리까지 올랐다. 대중의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데, 기분이 어떤가.
“너무 과분한 것 같다. 좋은 얘기를 해줘도 안 믿었다. 농담한다고 생각했는데, 잘 모르는 분들도 응원해주고 좋게 봐주시더라. 부담이 되기도 한다. 꼼짝도 못 하겠고… 그런데 오히려 ‘아 몰라, 막 살아’ 이런 모습을 시원하게 생각해주시는 것도 같다. 이리저리 눈치 보고 시선을 신경 쓰면 보는 분들도 똑같이 답답함을 느끼지 않을까 생각한다. 눈치 보지 않고 내 일을 하며 사는 것이 지금 가장 큰 과제다.”

-무명시절을 어떤 마음으로 견디고 여기까지 오게 됐나.
“되게 즐겁고 재밌었다. 경제적으로 힘든 적은 있었지만 심적으로 힘든 적은 없었다. 연기가 잘 안 풀리고 그럴 때는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지만, 그 외에는 아니었다. 운 좋게 잘 걸어오지 않았나. 좋은 일들이 사라지거나 내려오는 것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은 있지만, 지금 너무 잘 되고 있고 재밌다. 다음에 또 어떤 역할을 어떻게 할까 그런 고민을 하는 것도 즐겁고 좋다.”

-예비 관객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정말 편하게 오셨으면 좋겠다. 나들이 나올 때 조금 덥다 싶으면 극장에 잠깐 들려서, 가족들과 즐겁게 웃으면서 통쾌하게 (영화를) 보고 가셨으면 좋겠다. 그리고 돌아가실 때 한 번만 (디지털 성범죄에 대해) 생각하고 경각심을 갖고, 곱씹어 볼 수 있었으면 한다. 거대한 거 없다. 무거운 영화, 3시간짜리 영화 너무 힘들지 않나. 하하. 그냥 편하게 와서 가볍게 보셨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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