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이 베일을 벗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이 베일을 벗었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비경쟁) 부문에 초청받아 화제를 모은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이 드디어 베일을 벗었다. 조직 보스와 형사가 손잡고 연쇄살인마를 쫓는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강렬한 캐릭터, 짜릿한 액션을 앞세웠다. ‘악인전’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중부권을 쥐고 흔드는 제우스파 조직의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 비 내리던 밤 한적한 도로에서 접촉사고를 위장해 접근한 남자에게 불의의 습격을 받는다. 격투 끝에 가까스로 목숨은 건졌지만 조직 보스의 권위와 자존심은 무너지고 만다.

감히 자신에게 흠집을 낸 겁 없는 놈을 잡기 위해 바짝 독이 오른 장동수 앞에 형사 정태석(김무열 분)이 나타나 그를 찌른 놈이 연쇄살인범이라며 그날 밤 기억나는 것을 모두 말하라고 한다.

몇 달 전부터 충남 일대에는 의문의 실종 및 살인사건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경찰은 단 하나의 사건도 해결하지 못했고 모두 미궁에 빠졌다. 강력반 형사 정태석은 연쇄살인이라는 촉이 왔지만 증거를 찾을 수 없어 답답하다.

그러던 중 장동수가 의문의 공격을 받았다는 소식을 접하고, 그간 벌어진 연쇄살인의 패턴과 일치하는 것을 발견한다. 장동수, 그는 얼굴 없는 연쇄살인마와 마주쳐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이자 목격자였다.

자신의 몸에 손을 댄 그놈을 살 떨리게 잡고 싶은 조직의 보스 장동수와 미치도록 범인을 잡고 싶은 강력반 미친개 정태석, 두 사람은 장동수의 조직력과 자본, 정태석의 정보력과 기술력을 이용해 K(김성규 분)라 불리는 연쇄살인마를 함께 잡기로 한다.

‘악인전’에서 호흡을 맞춘 마동석(왼쪽)과 김무열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에서 호흡을 맞춘 마동석(왼쪽)과 김무열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 익숙하면서도 새롭다 ‘UP’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됐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 장동수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정태석,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함께 연쇄살인마 K를 쫓으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악인전’은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조직 보스와 강력반 형사, 연쇄살인범 등 익숙한 소재를 차용했지만, 결코 타협할 수 없는 이들이 공통의 목표를 위해 손을 잡는다는 흥미로운 설정으로 여느 영화들과 다른 흐름을 보여준다.

악인으로 상징되는 조직 보스가 한순간에 피해자가 되고, 선인으로 상징되는 형사는 가장 큰 악인을 잡기 위해 악인과 손잡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는다. 영화는 선과 악이 대결해서 선이 이기는 권선징악 구조에서 벗어나 악과 악이 대결하는 모순적 상황을 통해 인물의 갈등과 장르적 재미를 전한다.

‘악인전’에서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김무열(왼쪽)과 김성규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에서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김무열(왼쪽)과 김성규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또 그동안 다수의 작품에서 여성 혹은 어린아이 등 약자들을 피해자로 그렸던 것과 달리 닥치는 대로 아무나 심지어 조직 보스까지 공격하는 역대급 사이코패스 연쇄살인범으로 설정한 점도 색다르다. 

통쾌한 액션신도 영화의 강력한 매력이다. 장동수와 K의 우중 격투부터 후반 장동수와 정태석이 동시에 K를 쫓는 카체이싱까지 눈을 뗄 수 없는 액션 시퀀스들이 짜릿함을 배가시킨다. 특히 어마어마한 괴력과 타격감을 앞세운 장동수의 조폭 액션과 몸을 사리지 않는 정태석의 맨몸 액션 그리고 칼을 쓰는 살인범 K의 기습적인 액션까지 캐릭터 마다 전혀 다른 액션을 선보이며 색다른 재미를 더한다.

여기에 웃음 코드와 스릴러 요소가 적절히 배합돼 웃음과 재미, 장르적 긴장감까지 모두 느낄 수 있다. 조직 보스 장동수의 극악무도한 모습과 잔인하고 끔찍한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 K의 모습은 섬뜩한 공포를 느끼게 한다. 반면 K를 잡기 위해 공조하는 조직 보스와 경찰의 아이러니한 상황을 위트 있게 그려내 웃음을 자아낸다.

‘악인전’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과 카리스마를 발산한 마동석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악인전’에서 한층 업그레이드된 액션과 카리스마를 발산한 마동석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강렬한 캐릭터를 완성한 세 배우의 앙상블도 빼놓을 수 없는 영화의 관람 포인트다. 먼저 압도적인 비주얼과 액션을 선보이며 독보적인 MCU(마동석 시네마틱 유니버스)를 구축해온 마동석은 한층 업그레이드된 카리스마와 고난도 액션을 선보인다. ‘귀여움’을 내려놓고 필모그래피상 가장 강렬하고 센 캐릭터를 소화한 그는 익숙하면서도 새롭고, 여전히 질리지 않는 독보적인 매력을 발산한다.

색다른 연기 변신을 시도한 김무열과 김성규도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형사 정태석으로 분한 김무열은 거구 마동석 옆에서도 밀리지 않는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완벽한 시너지를 완성한다. 김성규는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K로 완전히 분해 서늘한 눈빛과 광기 어린 웃음 등으로 섬뜩함을 안긴다.

▼ 센 영화 피로도? ‘DOWN’

마동석의 ‘완전히’ 새로운 모습을 기대하는 관객들은 실망할 수 있겠다. 청소년관람불가 등급답게 폭력 수위도 꽤 높다. ‘센’ 영화에 대한 피로도를 호소하는 관객이라면 피하는 게 좋겠다.

◇ 총평

완전히 새로운 마동석표 영화는 아니다. 하지만 그래서 더 반갑다. 마동석은 이제 하나의 장르가 됐고,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독보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또 마동석?”이냐며 그의 이미지 소비를 제기하는 이도 있겠지만, ‘악인전’은 이러한 우려의 시선을 뛰어넘어 MCU의 확장을 알리는 새로운 선봉장이 될 듯하다. 마동석이 보여줄 무기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다. 러닝타임 110분,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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