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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㉘] 노키즈존, 격리만이 답은 아닙니다
2019. 05. 14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아이가 부쩍 자라면서 이른바 ‘노키즈존’에 대한 걱정도 시작됐습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노키즈존’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좀처럼 풀리지 않는 논란거리로 떠올랐습니다. /그래픽=이선민 기자 /사용된 이미지 출처=프리픽(Freepik)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이제는 초여름이라 해도 어색하지 않은 날씨와 함께 ‘가정의 달’ 5월이 돌아왔습니다. 이번 5월은 저희에게 무척 특별합니다. 먼저, 6월에 태어난 제 딸아이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5월을 맞았습니다. 이제 다음 달이면 첫 돌과 함께 생애 두 번째 6월을 살게 되겠네요.

또 아직 어린이라고 하긴 이르지만 ‘어린이날’도 지냈답니다. 제 아내와 저 역시 엄마아빠가 된 후 처음으로 ‘어버이날’을 맞았지요. 늘 부모님이 주인공이던 날을, 저희 또한 부모로서 처음 맞이하니 기분이 묘하더군요.

얼마 전엔 돌잔치 준비를 위해 딸아이가 태어났을 때부터 쭉 찍어둔 사진과 영상들을 정리했습니다. 1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정말 많이 컸다는 걸 다시금 실감할 수 있었죠. 한편으론 눈 깜짝 할 사이에 커버린 것 같아 서운함이 들기도 했고요.

누워서 꼼짝도 하지 못하던 아기가 이제는 혼자 걷기를 앞두고 있고, 2시간에 한 번씩 우유를 찾던 아기가 이제는 밥은 물론 각종 과일과 채소도 잘 먹습니다. 까꿍놀이에 미소만 살짝 짓던 아기가 이제는 놀자고 달려들어 저를 괴롭히기도 하고요. 소리라고는 우는 것과 트림, 딸꾹질 밖에 내지 못하던 아기가 이제는 옹알이를 수다를 떨며 소리도 실컷 지릅니다.

이렇게 아이가 크다보니, 예전엔 하지 않았던 걱정과 고민도 하나 둘 생기고 있는데요. 그 중 하나는 최근 우리 사회의 논란거리로 떠오른 ‘노키즈존’과 연결됩니다.

얼마 전, 잠시 저희 집 근처에 들린 친구부부와 함께 카페에 갈 일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4살배기 아들 녀석과 제 딸아이가 기분이 좋았는지 순간적으로 큰 소리를 내버렸습니다. 워낙 규모가 큰 카페라 다른 손님 대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일부는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도 했습니다. 어쩌면 제가 지레 찔린 것일 수도 있지만요. 저 역시 카페에서 업무를 보는 일이 종종 있기에 그분들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가 갔습니다.

어쨌든 큰소리에 놀란 저는 들뜬 딸아이를 잠시 진정시키기 위해 안고 나갔습니다. 그동안 몇 차례 외식도 하고, 비행기, 기차 등 각종 대중교통도 이용해봤지만 딸아이가 낸 소음으로 주위의 눈치를 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물론 음식점을 막무가내로 뛰어다니거나, 내내 시끄럽게 소리를 지른 것은 아니었지만, 처음이다 보니 적잖이 당황스럽더군요. 무엇보다 ‘아, 이제 시작인건가’하는 생각이 머리를 스치며 걱정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노키즈존’에 대한 찬반은 대체로 극명하게 엇갈리곤 하는데요. 저는 양측의 입장이 대체로 모두 이해가 갑니다.

먼저, 소란을 피우는 아이를 그대로 방치하는 ‘노매너’ 부모들이나, 아이를 앞세워 다소 무리한 요구를 하는 부모들로 인해 ‘노키즈존’을 선언한 음식점들의 심정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다른 손님에게 피해를 주는 일을 최소화하는 것은 주인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다른 다수의 손님들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남겨 매출 등에 실질적인 타격을 입을 수도 있고요.

반대로 부모 입장에서는 ‘노키즈존’을 향해 불쾌감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단지 아이와 부모라는 이유만으로 몰지각한 사람 취급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2017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내린 판단처럼, 지나친 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습니다.

더 나아가 저는 이러한 ‘노키즈존’ 현상이 알게 모르게 저출산과 관련해 부정적인 인식을 심어주는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도 받는 것도 모두 싫어하는 젊은 세대들에게 ‘아이=민폐’라는 인식을 심어줄 여지가 큽니다. 향후 결혼 또는 아이에 대한 결정을 내릴 때에도 긍정적이기 보단 부정적인 영향을 주게 되겠죠.

일각에서는 ‘키즈존’도 있는 만큼 아예 명확하게 구분을 짓자는 의견도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모든 공간을 ‘노키즈존’과 ‘키즈존’으로 나누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일입니다. 무엇보다 서로를 격리하는 사회는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하고요.

그렇다면 해법은 무엇일까요. 결국 중요한 것은 사회적 차원에서 큰 틀의 합의와 일정한 기준을 마련하고, 이를 자리 잡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부모들에겐 아이들이 다른 손님 또는 업장에 피해를 주지 않도록 하는 책임의식이 필요합니다. 다만,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일부 소음 등에 대해서는 주인 및 다른 손님들의 너그러운 이해와 양해도 필요할 겁니다. 특히 더 이상 갈등이 확산되는 양상을 보이지 않도록 양측에 대한 적극적인 홍보와 계도 노력이 요구됩니다.

이미 ‘키즈존’을 적극 공략하는 음식점 등이 있기도 하지만, 아이들과 함께 가기 좋은 음식점들이 더 충분히 갖춰질 수 있도록 장려하고 정부 및 지자체 차원에서 필요한 시설을 일부 지원하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키즈존’에 대한 정보를 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해주는 것도 중요하겠고요.

제가 생각하는 모범사례를 하나 소개하며 글을 맺고자 합니다. 음식점을 운영 중이신 지인 분께 들은 ‘실화’인데요. 참고로 이 음식점은 ‘키즈존’과는 거리가 먼 타입입니다.

어느 날 한 부부 손님이 두 어린아이를 데리고 왔답니다. 이 부부는 메뉴를 시키면서 1개는 다른 메뉴에 비해 조금 늦게 따로 달라고 정중히 요청했습니다. 처음 나온 음식들은 아빠와 아이들이 먼저 먹었고, 다 먹고 난 아이들이 산만해지려 하자 아빠는 바로 아이들을 데리고 나갔답니다. 그때부터 엄마가 식사를 하기 시작했고요. 다른 이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으려는 노력이었던 거죠. 이런 손님을 처음 본 음식점 주인 분은 밖에서 엄마를 기다리며 아빠와 놀고 있는 아이들에게 요구르트를 건넸다고 하네요.

이런 좋은 사례 또는 방법을 알려서 조금씩 자리 잡게 하는 것이 ‘노키즈존’ 갈등을 줄여나가는 노력의 출발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