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규가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으로 대세 행보 굳히기에 나선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김성규가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으로 대세 행보 굳히기에 나선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범죄도시’가 발굴하고 ‘킹덤’으로 빛을 발한 배우 김성규가 ‘대세’ 행보 굳히기에 나선다. 영화 ‘악인전’(감독 이원태)을 통해서다. 속을 알 수 없는 연쇄살인마 K로 분한 그는 서늘한 눈빛과 강렬한 연기로 단숨에 관객을 극으로 끌어당긴다. 오늘보다 내일이 더 기대되는 김성규를 만났다.

김성규는 지난 15일 개봉한 ‘악인전’으로 스크린 첫 주연을 맡았다. 제 72회 칸 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에 공식 초청돼 화제를 모은 ‘악인전’은 우연히 연쇄살인마의 표적이 됐다 살아난 조직폭력배 보스 장동수(마동석 분)와 범인 잡기에 혈안이 된 강력반 미친개 정태석(김무열 분), 타협할 수 없는 두 사람이 손잡고 놈을 쫓으며 벌어지는 범죄 액션 영화다.

극중 김성규는 체중을 빼는 등 날카롭고 섬뜩한 외형을 완성, 무차별 살인을 저지르는 K로 완전히 분해 호평을 받고 있다. 서늘한 눈빛과 광기 어린 웃음 등 강렬한 연기로 극의 긴장감을 자아내며 첫 스크린 주연작에서 제 몫을 톡톡히 해냈다는 평이다.

김성규는 2011년 연극 ‘12인’을 시작으로 ‘컨트롤 A씨’ ‘오래된 미래’ ‘플라나리아’ 등 다수의 연극에 출연하며 연기 내공을 쌓아왔다. 영화 ‘기술자들’(2014)로 스크린에 데뷔한 그는 ‘터널’(2016) 단역을 거친 뒤 ‘범죄도시’(2017)를 통해 단숨에 충무로 기대주로 떠올랐다.

지난 1월 공개된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킹덤’ 속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킹덤’에서 김성규는 뛰어난 전투 실력을 가진 미스터리한 인물 영신을 연기해 날렵한 액션과 카리스마를 발산하며 호평을 이끌어냈다.

김성규가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감에 잠을 설쳤다고 털어놨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김성규가 인터뷰를 앞두고 긴장감에 잠을 설쳤다고 털어놨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개봉날인 지난 15일 <시사위크>와 만난 김성규는 전날 잠을 설쳐 매우 피곤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기자의 질문 하나하나에 귀를 기울이고, 솔직하고 신중한 답변을 내놨다. 유쾌한 입담은 덤이었다.

-인터뷰 전날 잠을 못 잤다고 들었다. 긴장을 많이 했나.
“‘범죄도시’ 때 인터뷰를 하고 이번이 두 번째다. 잘 답변해드려야 하는데 영화를 보면서, 또 준비하면서 어려웠던 지점이나 의문점들이 많아서 촬영했던 점을 복기하면서 생각을 다시 하다 보니 잠이 들지 못했다. 또 관객들에게 첫 선을 보이는 날이라서 어떤 평이 나올지에 대한 생각들 때문에 그랬던 것 같다.”

-칸까지 가게 됐다. 기분이 어떤가.
“기분 좋다. 왜 안 좋겠나. 영화를 쭉 해오던 선배들이 느끼는 것과 내가 칸에 가게 된 것은 분명히 체감이 다를 것이다. 작품에서 큰 롤을 맡아서 했는데, 칸까지 가게 되니 ‘이게 뭐지’ 싶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칸 영화제는 아예 생각도 못했기 때문에 얼떨떨한 상태로 지내고 있다. 기대와 설렘도 있고. 가서 사진을 어색하지 않게 잘 찍어야 한다고 주변에서 걱정하더라. 평생 한 번 밖에 없을 수도 있는 순간인데 어색하게 미소를 지으면 안 되지 않겠나. 하하”

-영화는 어땠나.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조직 보스와 형사의 공조가 재밌었다. 두 사람이 기싸움을 하고 K가 의문스러운 긴장감을 주는 것이 재밌었다. 한편으론 걱정도 됐다. 균형을 잘 맞춰서 연기를 해야 하는데 잘 할 수 있을지… 그런데 영화라는 것이 여러 요소가 잘 이뤄져야 하는 거더라. 연기만이 아니라 음악, 편집 등이 모두 잘 나온 것 같다. 내 캐릭터에 대해 의문점이 남게 끝이 나서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지만, 영화 전체적으로는 만족스러웠다.”

김성규가 ‘악인전’에서 연쇄살인마 K로 분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김성규가 ‘악인전’에서 연쇄살인마 K로 분해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냈다.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K가 속을 알 수 없는 인물이었다. 무자비하게 살인을 저지르는 연쇄살인범이었는데, 연기하는 입장에서 이해하기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어떻게 접근했나.
“(이원태) 감독님과 얘기를 많이 했다. 이 영화에서 필요한 것은 K의 동기나 이유를 직접적으로 드러내는 것보다 날카로움이나 카리스마, 캐릭터의 힘으로 끝까지 달려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과거에 어떤 일을 겪어서 이렇게 됐을까 고민을 많이 했다. 보편적으로 갖고 있는 두려움이나 삶에 대한 욕구는 없고, 하나의 목적을 위해 달려가는 인물이라고 해석했다. 인간의 생각으로는 말이 안 되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르는 인물이다.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보다 이미지적으로 공포감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접근했던 것 같다. 촬영하는 내내 하나로 정리했기보다 계속 고민을 했고, 물음표를 안고 갔던 캐릭터였다.”

-연쇄살인마를 연기하며 일상생활에서 후유증은 없었나.
“없었는데 끝나고 나서 홀가분했다. 촬영하면서는 본의 아니게 그런 의문들을 계속해서 이해해야 했고, 신체적으로도 살을 많이 빼다 보니 기본적으로 날카롭고 예민했던 것 같다. 다행히 혼자 살아서 누구에게 피해를 주진 않았다. (웃음) 신체적으로 힘들고, 안 좋은 생각을 하다 보면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구나 깨달았다.”

-액션도 인상 깊었다. ‘킹덤’ 때도 김은희 작가가 칭찬할 만큼 액션 연기에 탁월한 재능을 보였는데, ‘킹덤’ 영신 액션과 비교해서 ‘악인전’ K의 액션은 어떻게 달랐나. 
“‘킹덤’ 영신의 키워드는 처절함이었다. 몸을 사리지 않고 했던 것 같다. 워낙 촬영을 잘해주셔서 잘 담겼더라. 너무 감사했다. 이번 ‘악인전’에서는 칼을 다루는데 기습적인 액션이었다. ‘범죄도시’를 하면서 액션 스쿨에서 배운 것을 기본으로 준비했다. 또 워낙 마동석 선배가 리드를 잘해줬다. 캐릭터에 맞게 액션을 잘 짜주신 것 같다.”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김성규.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충무로 대세로 떠오른 김성규. /키위미디어그룹 제공

-제작보고회에서 “‘악인전’부터 시작해서 보여드리고 배우로서 자연스럽게 가야 하는 길을 가겠다”고 말했다. 어떤 의미인가.
“‘범죄도시’부터 ‘킹덤’까지 좋은 평가를 받았고, 좋은 역할을 소화했다. 연기도 연기지만 상대적으로 관심을 더 받을 수밖에 없는 역할이었다. ‘악인전’도 잘해야 한다는 부담감과 고민을 안고 했던 작품이라, 이 영화를 보고 나오는 평가들과 상관없이 주어지는 것들을 계속해서 하겠다는 의미였다. 너무 감사하다. 하지만 계속 좋은 얘기만 들을 수 있는 건 아니지 않나. 좋은 평 나쁜 평, 좋은 작품 안 좋은 작품, 잘 되는 작품 안 되는 작품, 이런 모든 것을 자연스럽게 해나가겠다는 생각이다.”

-주변에서 많이 알아볼 것 같은데, 어떤가.
“아직까지는 없었다. 왜지? 하하. 맡은 역할들이 외적으로 분장을 많이 했기 때문에 알아보는 분들이 없더라. ‘혹시 배우세요?’라는 말은 들어본 적 있다. 그런 경험이 처음이라 나도 모르게 ‘아니요’ 했다. 너무 죄송하다. 감사한데 그 당시에는 낯설고 당황스러워서 그랬다.”

-‘범죄도시’ ‘킹덤’ ‘악인전’까지 센 캐릭터를 소화했다.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나.
“주변에서는 걱정을 많이 하는데, 솔직히 말하면 나는 아직 없다. 굳이 구분을 짓자면 악한 역할이기도 하고 임팩트가 센 캐릭터였지만, 연기하는 입장에서는 악역이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악역들도 다양하고 보여줄 게 많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더 다양한 면을 보일 수 있는 역할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긴 하지만, 이미지가 굳어지는 것에 대한 걱정은 없다.”

-연극도 계속할 생각인가.
“지금은 촬영 때문에 못하고 있는데 극단에 소속돼 있기도 하고 정기적으로 만남을 하고 있다. 당장은 어렵겠지만, 계속 (연극을) 하고 싶다. 배우 생활을 하면서 시작했던 것도 연극이었고, 연극 무대가 더 좋고 나쁜 것을 떠나서 매력이 다른 것 같다. 같이 연습하고 생활하면서 만들어지는 결과물을 내놓지 않나. 그런 데서 얻는 에너지들이 있고, 도움을 많이 받는다. 가능하다면 계속하고 싶다.”

-‘악인전’을 통해 듣고 싶은 평가가 있다면.
“처음부터 리얼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진짜 같았으면 하는 생각. 역할 자체가 현실적이지 않을 수 있지만, 배우로 보기보다 역할로 보였으면 좋겠다. 그 마음이 제일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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