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한국 영화 역사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수상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한국 영화 역사 최초로 칸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다. 수상 기쁨을 만끽하고 있는 송강호(왼쪽)와 봉준호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내가 칸에 갈 때마다 두 편(‘밀양’ 여우주연상·‘박쥐’ 심사위원상) 모두 상을 받았다. 그 전통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영화 ‘기생충’(감독 봉준호)이 제7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한국 영화 역사 최초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칸으로 떠나기 전 진행된 ‘기생충’ 제작보고회에서 수상 가능성에 대해 기분 좋은 자신감을 내비쳤던 송강호. 그의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봉준호 감독은 25일 저녁 7시 15분(현지시각) 프랑스 칸에서 열린 제72회 칸 국제영화제 폐막식 마지막 무대에 올라 황금종려상 트로피를 품에 안았다. ‘괴물’(2006년 감독 주간), ‘도쿄!’(2008년 주목할 만한 시선), ‘마더’(2009년 주목할 만한 시선), ‘옥자’(2017년 경쟁 부문)에 이어 본인의 연출작으로만 5번째 칸에 입성한 그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황금종려상을 수상하며 무관의 설움을 깨끗이 씻어냈다.

한국 영화계에 찾아온 9년 만의 낭보다. 한국영화는 2010년 이창동 감독의 ‘시’가 각본상을 받은 이후 2016년 ‘아가씨’(감독 박찬욱)·2017년 ‘옥자’(감독 봉준호)·‘그 후’(감독 홍상수)·2018년 ‘버닝’(감독 이창동)까지 4년 연속 경쟁 부문에 이름을 올렸지만, 수상과 인연이 없었다. 

시상식 무대에 오른 봉준호 감독은 “이런 상황을 상상도 못했기 때문에 불어 준비를 못했다”며 “불어 연습은 제대로 못했지만 언제나 프랑스 영화를 보면서 영감을 받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나에게 큰 영감을 준 앙리 조루즈 클루조, 클로드 샤브롤 두 분께 감사드린다”며 수상 소감을 시작했다.

이어 “‘기생충’이라는 영화는 되게 큰 영화적 모험이었다”며 “독특하고 새로운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그 작업을 가능하게 해 준 것은 나와 함께한 수많은 아티스트들이 있기에 가능했다”면서 함께 열정을 쏟은 제작진과 스태프에게 공을 돌렸다.

배우들을 향한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다. 봉 감독은 “무엇보다도 ‘기생충’은 위대한 배우들이 없었다면 나올 수 없었던 영화”라고 말했다. 특히 마지막까지 함께 자리를 지켜준 그의 페르소나 송강호에게 “가장 위대한 배우이자 나의 동반자”라며 마이크를 건넸다. 송강호는 “인내심과 슬기로움과 열정을 가르쳐 주신, 존경하는 대한민국 모든 배우분들께 이 영광을 바친다”고 짧은 소감을 전했다.

칸의 선택을 받은 봉준호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칸의 선택을 받은 봉준호 감독. / CJ엔터테인먼트 제공

다시 마이크를 전달받은 봉준호 감독은 “나는 그냥 12살의 나이에 영화감독이 되기로 마음먹었던 소심하고 어리숙한 영화광이었다”며 “이 트로피를 이렇게 손에 만지게 될 날이 올 줄은 상상도 못했다. 감사하다”라고 수상 소감을 마쳤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봉준호 감독은 “한국 최초의 황금종려상인데, 마침 올해가 한국영화 100주년이 되는 해”라며 “칸영화제가 한국영화에 의미가 큰 선물을 준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라고 상의 의미를 되새겨 눈길을 끌었다. 

심사위원장인 알레한드로 곤잘레스 이냐리투 감독은 프레스 컨퍼런스에서 ‘기생충’의 만장일치 황금종려상 결정에 대해 “‘기생충’은 무척 유니크한 경험이었다”며 “우리 심사위원 모두의 마음을 사로잡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이 영화는 예측할 수 없는 방법으로, 다른 여러 개의 장르 속으로 관객을 데려간다”며 “한국을 담은 영화지만 동시에 전 지구적으로도 긴급하고 우리 모두의 삶에 연관이 있는 그 무엇을, 효율적인 방식으로 재미있고 웃기게 이야기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문재인 대통령도 봉준호 감독의 수상을 축하했다. 이날 오전 문재인 대통령은 SNS를 통해 “한류 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고 기뻐했다.

문 대통령은 “봉준호 감독님의 제72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을 축하한다”며 “수상작 ‘기생충’이 지난 1년 제작된 세계의 모든 영화 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인정받았다. 매우 영예로운 일이다. 우리 영화를 아끼는 국민들과 함께 수상을 마음껏 기뻐한다”고 전했다.

이어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지기까지 감독부터 배우와 스태프들, 각본과 제작 모두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지 잘 알고 있다”며 “‘기생충’에 쏟은 많은 분들의 열정이 우리 영화에 대한 큰 자부심을 만들어냈다”고 평가했다.

또 문 대통령은 “국민들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리며, 무엇보다 열두 살 시절부터 꾸어온 꿈을 차곡차곡 쌓아 세계적인 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라는 이름이 자랑스럽다”며 봉준호 감독이 전한 수상 소감을 인용해 눈길을 끌었다.

마지막으로 “올해는 한국영화 100년을 맞는 뜻깊은 해”라며 “오늘 새벽 우리에게 전해진 종려나무 잎사귀는 그동안 우리 영화를 키워온 모든 영화인과 수준 높은 관객으로 영화를 사랑해온 우리 국민들에게 의미 있는 선물이 됐다. 한류 문화의 위상이 한층 높아졌다. 다시 한 번 수상을 축하한다”고 덧붙였다.

칸의 선택을 받은 ‘기생충’은 오는 30일 개봉돼 국내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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