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처음으로 KBO 무대를 밟은 이학주가 초반 부진을 털고 반전을 쓰고 있다. /뉴시스
올 시즌 처음으로 KBO 무대를 밟은 이학주가 초반 부진을 털고 반전을 쓰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미국에서 돌아와 KBO 무대에 발을 들여놓은 삼성 라이온즈 이학주가 확 달라졌다. 자신을 향한 기대를 실망으로 바꾸는 듯했지만, 비로소 자신의 가치를 드러내며 자존심을 회복하고 있다.

1990년생의 이학주는 어느덧 30살의 나이가 됐지만, 올 시즌이 KBO 데뷔 시즌이다. 같은 팀 소속의 김상수를 비롯해 안치홍(기아 타이거즈), 박건우(두산 베어스), 정수빈(두산 베어스), 오지환(LG 트윈스) 등과 동갑이지만, 그의 인지도와 존재감은 이들에게 미치지 못한다.

고등학교 시절엔 달랐다. 야구 좀 한다는 또래 선수들 중에서도 손가락에 꼽히는 유격수였다. 고등학교 시절 곧장 시카고 컵스와 계약한 것이 이를 입증한다. 그것도 115만달러의 상당한 계약금을 받았다. 그렇게 그는 추신수의 뒤를 잇는 ‘대형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성장할 것으로 기대를 받았고, 팀내에서는 물론 메이저리그 전체에서도 유망주로 주목을 받았다.

그렇게 2008년 시카고 컵스에 입단한 그는 2010년 트레이드를 통해 템파베이 레이스로 이적했다. 기회가 빨리 찾아오진 않았지만, 이학주는 차근차근 실력과 경험을 키워나갔다. 그러던 중 뜻밖의 악재가 찾아왔다. 처음으로 마이너리그 AAA에 승격한 2013년, 좋은 성적을 이어가던 이학주는 불의의 부상을 당하고 만다. 무릎 십자인대가 파열되는 큰 부상이었다.

부상 이후 돌아온 이학주는 다시 메이저리그를 바라보며 뛰었다. AAA에서 첫 풀타임 시즌을 치르며 메이저리그행이 임박한 듯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타격은 물론 수비에서도 아쉬움이 남았고, 템파베이 레이스는 이학주에게 기회를 주는 대신 다른 선수를 영입했다. 그렇게 이학주의 메이저리그 꿈은 서서히 저물어갔다.

이후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캠프에 참가한 뒤 마이너리그 계약을 맺었지만, 그곳에서도 이렇다 할 변화는 없었다. 결국 이학주는 끝내 꿈을 이루지 못한 채 미국을 떠나기로 결심했고, 일본 독립리그에서 잠시 활동한 뒤 지난해 9월 KBO 신인 드래프트 2차 지명에 명함을 내밀었다.

미국에서 성공을 거두진 못했지만, 이학주는 큰 기대를 받았다. 메이저리그 바로 직전인 AAA에서 적잖은 경험을 쌓았고, 타격은 물론 탁월한 수비 재능을 갖추고 있었기 때문이다. 안정을 되찾고, 꾸준한 기회만 받는다면 국내에서 손에 꼽히는 유격수로 활약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를 영입한 삼성 라이온즈는 오랫동안 유격수 자리를 지킨 김상수의 포지션까지 옮겨가면서 기대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시작은 좋지 않았다. 이학주는 개막전을 비롯해 3월 7경기에서 타율 0.208로 아쉬움을 남겼다. 4월에도 타율이 0.246에 그쳤다. 무엇보다 가장 기대가 컸던 수비에서 실책이 쏟아졌다. 독보적인 실책 1위에 등극했고, 결정적인 실수로 인해 경기를 내주는 일도 발생했다. 특히 수비 과정에서 ‘멋을 부린다’는 지적이 쏟아진 것은 이학주의 자존심에 큰 상처를 주는 일이었다.

그렇게 이학주는 KBO에서도 빛을 보지 못하는 듯 했다. 그때, 반전이 찾아왔다. 5월 들어 확 달라진 것이다. 이학주는 5월에만 0.356의 타율을 기록하며 뜨거운 방망이를 자랑했다. 4월까지 0.237에 그쳤던 누적 타율은 어느덧 0.283까지 끌어올렸다. 수비에서도 잦은 실책이 줄어들었고, 보다 안정감을 찾았다. 연이은 실책과 팬들의 질타 속에 잃었던 자심감도 다시 되찾은 모습이다.

미국에서 이학주는 좀처럼 ‘반전’과 ‘반등’을 만들지 못했다. 그러나 KBO에서는 다르다. 위기를 털어내고 반전을 만들어냈다. 그동안 성공보단 실패로 점철됐던 이학주의 야구도 반전의 신호탄을 쏘며 꽃을 피우게 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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