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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노리는 마약③] 재범률 40%… 치료감호가 필요한 이유
2019. 05. 31 by 소미연 기자 pink2542@sisaweek.com

지금으로부터 13년 전이다. 당시 신종마약인 GHB(gamma-Hydroxybutyric acid)가 서울 대학가와 유흥가 주변에서 암암리에 판매되고 있다는 취재 내용을 보도했다. 최근 버닝썬 사건으로 알려진 ‘물뽕’의 정식 명칭이 바로 GHB다. 다시 말해, 이미 오래 전부터 여성들을 상대로 한 성범죄 사건에 물뽕이 등장했다는 것이다. 근래 국내 유입이 급증한 것으로 알려진 야바(YABA)와 액상대마도 같은 전철을 밟고 있다. 신종마약의 확산 속도에 정부의 대응책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국의 마약청정국 시절은 끝났다. | 편집자주

시사위크=공주|소미연 기자  국립법무병원(치료감호소)은 정신질환 범법자의 치료·재활을 위한 법무부 소속의 전문 병원이다. 정신적 장애 상태에서 범죄를 저지른 것으로 판단되고, 재범의 위험성과 치료의 필요성이 인정되는 범법자가 법원 판결로 수감되는 곳이다. 여기서 마약사범들은 알코올 중독자와 함께 2호 처분자로 분류된다. 현재 2호 처분자는 50여명으로 집계되고 있다. 조성남 국립법무병원장은 이들을 “만성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라고 말했다.

국립법무병원에서 만난 조성남 원장. 그는 치료감호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개인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한 치료”라고 역설했다. 특히 마약사범의 경우 “치료를 통해서만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 소미연 기자
국립법무병원에서 만난 조성남 원장. 그는 치료감호에 대한 여론의 부정적 시각에 대해 “개인이 아닌 국민의 안전을 위한 치료”라고 역설했다. 특히 마약사범의 경우 “치료를 통해서만 회복할 수 있는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 소미연 기자

◇ 조성남 원장 “마약은 회복 가능한 질병”

하지만 주변의 경계는 상엄하다. 치료가 필요한 환자가 맞지만 범죄 행위로 처벌을 받는 과정에 있는 만큼 수감 생활에 통제와 감시가 따른다. 실제 감호통제실에서 수용자들의 모습을 한 눈에 볼 수 있다. 조성남 원장은 방에서 벽만 하염없이 보고 있는 사람, 안절부절 못하고 서성이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아직 중독 증세에서 벗어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마약사범들은 검거 후 수개월이 지나 입소하게 되므로 이미 해독 상태이지만, 정신감정으로 오게 될 경우 간혹 정신병적 증상이 나타날 때가 있다.

때문에 CCTV 설치는 불가피하다. 조성남 원장은 “정신질환의 특성상 자살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수용사고에 대비해 면밀한 관찰과 사후 원인규명을 위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정신과·신경과전문의로 30년 이상을 중독 치료에 힘써왔다. 이에 따라 학계와 의료계 모두 조성남 원장을 중독 치료의 최고 권위자로 꼽는다. 그는 “중독 질환의 특성상 자신이 중독이라는 것을 깨닫기가 어렵다”면서 “치료가 필요한 질병임을 알려주는 동기강화치료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증상이 완화되면 수용자들은 직업훈련을 시작한다. 제과제빵과 PC관련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앞으로 바리스타 자격증과 케이크를 만드는 과정이 추가 신설될 예정이다. 이는 건전한 사회인으로 복귀하기 위한 수용자들의 의지가 높아지고 있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수용자가 만든 롤케이크의 맛도 수준급이었다. 조성남 원장은 “약물이 아닌 다른 방향으로 성취감을 얻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사회의 인식이다. 범법자의 치료감호 선고에 대한 여론이 부정적인 만큼 치료적·제도적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 당장 예산이 삭감됐다. 올해 책정된 예산 가운데 약값은 무려 4억원이 줄었다. 여기에 보장된 정원도 채우지 못했다. 결원 14명 가운데 10명이 의무 인력이다. 수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치료할 의사가 턱없이 부족하다. 병원 밖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마약 중독 환자를 위한 전문 재활센터는 한국마약퇴치운동본부 뿐이다.

조성남 원장은 “개인이 아닌 국민들을 보호하기 위한 치료다. 재범을 막아야 국민들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면서 “피치료감호자는 정신질환과 범죄가 같이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일반적인 정신질환자들 보다 더 철저하고 더 효과적인 치료를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사회의 인식 변화와 정부 지원을 요구하는 이유다. 조성남 원장은 “마약 등 약물중독은 치료를 통해 회복이 가능한 질병”이라면서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평생 관리해야 하는 만성질환”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외래교수는 마약사범들의 제2범죄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며 “단순 투약자가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재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상습 투약자가 된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방송화면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외래교수는 마약사범들의 제2범죄 발생 가능성을 우려하며 “단순 투약자가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재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상습 투약자가 된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 연합뉴스 방송화면

◇ 재범률 높아질수록 제2의 범죄 가능성↑

재범 방지의 중요성은 마약수사 전문가들의 의견과도 일치한다. 마약이 그동안 피해자가 없는 범죄로 인식돼 왔지만 재범률이 높아질수록 제2의 범죄 가능성을 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례가 지난 15일 대구 수성구 만촌동에서 발생한 호텔 방화 사건이다. 호텔에 불을 지른 피의자는 경찰 조사에서 범행 3일 전 필로폰을 투약한 뒤 환청과 환시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대검찰청이 발간한 ‘마약류 범죄백서’에 따르면 마약사범의 재범률은 지난해 36.6%를 기록했다. 체감률은 이보다 높은 40%에 달한다.

윤흥희 한성대 마약알코올학과 외래교수는 “환각 상태에 따른 폭행,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면서 “재범을 막는 것은 범죄를 예방하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는 서울지방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일선 경찰서에서 총 32년 동안 마약사범을 검거해온 수사관 출신이다. 퇴임 이후엔 한국마약중독복지협회장과 한국행정개혁학회 마약정책특별위원장으로 활동하며 마약사범들의 재범 방지 방안을 연구하고 있다.

윤흥희 교수는 “상습 투약자나 공급책에 대해선 엄벌로 처벌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단순 투약자가 초기에 적절한 치료와 재활 교육을 받지 못하면 상습 투약자가 된다”는 점에서 관련 정책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런 점에서 경찰청이 내년부터 마약범죄 전담기구를 신설·운영하고, 마약수사 전문 인력을 확대할 계획으로 밝힌데 대해 환영했다. 다만 중장기적으로는 대안이 부족하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윤흥희 교수는 국내 마약 확산에 대한 대안책으로 ▲미국 마약단속국(DEA)과 같은 독립된 수사기관 설치 ▲인터넷 SNS 거래 유통을 막기 위한 사이버 공조 실시 ▲오랜 경험의 전문 수사관들과 유기적 협력 체제 구축 ▲마약 명예 감시원 제도 도입 ▲전국민적 마약 중독 예방 교육을 제시했다. 이를 위한 정부의 예산 지원은 필수적이다. 윤흥희 교수는 “재범률이 40%에 달하는 만큼 마약의 중독성이 강하다”면서 “문제 해결에 대한 정부의 적극적인 태도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