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16시즌 끔찍한 성적을 기록하며 강등됐던 아스톤빌라가 마지막 승격 티켓을 거머쥐며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게 됐다. /뉴시스·AP
2015-16시즌 끔찍한 성적을 기록하며 강등됐던 아스톤빌라가 마지막 승격 티켓을 거머쥐며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복귀하게 됐다. /뉴시스·AP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아스톤빌라는 무려 1874년에 창단해 145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잉글랜드 축구 구단이다. 박지성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하던 시절, 좋은 성적을 내며 부흥기를 구가한 덕분에 국내 축구팬들에게도 꽤 친숙한 편이다.

창단 초기인 1800년대 후반부터 1900년대 초반까지 여러 차례 우승컵을 들어 올리며 명문팀으로 부상한 아스톤빌라는 이후 하부리그를 전전하며 부침을 겪었다. 다시 영광의 시기를 맞이한 것은 1980년대에 이르러서다.

아스톤빌라는 1980-81시즌 7번째 1부리그 우승에 성공했다. 1909-10시즌 이후 무려 70여년  만의 우승이었다. 이어 1981-82시즌엔 첫 챔피언스리그 우승까지 달성하며 유럽을 제패했다. 심지어 결승전 상대는 독일의 절대강자 바이에른 뮌헨이었다. 아스톤빌라 역사상 가장 빛났던 시기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에도 아스톤빌라는 대체로 상위권에 머무르며 존재감을 발휘했다. 프리미어리그 출범 원년인 1992-93시즌엔 맨유에 이어 2위로 시즌을 마친 바 있다. 1994-95시즌엔 강등 위기를 겪기도 했지만, 이후 대부분은 상위권에 이름을 남겼다.

그러던 중 또 한 번의 변화와 부흥기가 찾아온 것은 2006년이다. 투자에 인색하고 독선적인 모습을 보였던 전 구단주 대신 새 구단주가 팀을 인수한 뒤 마틴 오닐 감독을 전격 선임하면서 변화가 시작됐다. 첫 시즌인 2006-07시즌엔 앞서 16위에 그쳤던 순위를 11위로 끌어올리더니, 이후 세 시즌을 모두 6위로 마치며 예전의 위상을 되찾았다.

이 시기 아스톤빌라는 욘 카레브, 가브리엘 아그본라허, 애슐리 영의 삼각편대가 넘치는 폭발력을 자랑했으며, 흥미진진한 경기내용으로도 많은 인기를 끌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같은 부흥기는 암흑기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스톤빌라는 챔피언스리그 진출을 꿈꾸며 대대적인 투자에 나섰지만, 뒷심 부족으로 꾸준히 6위에 그쳤고 부작용이 쌓여갔다. 가성비 측면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선수들이 늘어간 반면, 핵심 자원과 유망주들은 속속 이탈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이 누적되면서 아스톤빌라는 늘 강등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반전은 없었다. 아스톤빌라는 2015-16시즌 프리미어리그 역사상 손에 꼽히는 최악의 성적을 남긴 채 2부리그로 강등됐다. 당시 아스톤빌라는 한 시즌 동안 단 3승을 거두는데 그쳤고, 득점은 27점뿐이었다. 아스톤빌라는 그렇게 프리미어리그 출범 이후 첫 강등이라는 수모를 피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몰락이 지속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 구단의 경우 2부리그 강등 이후에도 계속해서 흔들리며 더 아래로 내려가기도 한다. 반면, 아스톤빌라는 2부리그에서의 첫 시즌을 중위권에서 마친 뒤 2017-18시즌부터 본격적으로 팀을 재정비하기 시작했다. 잉글랜드의 전설적인 수비수 존 테리 영입을 시작으로 경험 많은 베테랑들이 속속 합류했고, 4위로 시즌을 마치며 승격을 위한 플레이오프에 나섰다. 아쉽게도 플레이오프 결승에서 풀럼에게 발목을 잡히며 승격은 물거품이 됐지만, 이는 다음 시즌 해피엔딩을 위한 복선이었다.

2018-19시즌 출발은 좋지 않았다. 승격후보 중 하나로 꼽힌 것과 달리, 아쉬운 성적이 이어졌다. 결국 감독교체까지 단행한 아스톤빌라지만, 시즌 중반까지 중위권에 머무르며 승격과는 멀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3월부터 반전이 시작됐다. 핵심 공격수 잭 그릴리쉬가 부상에서 돌아오자, 아스톤빌라는 거짓말처럼 무려 10연승을 달리며 단숨에 상위권으로 뛰어올랐다. 그렇게 2년 연속 승격 플레이오프에 나서게 된 아스톤빌라는 웨스트 브롬위치에 이어 더비 카운티와의 결승전도 승리로 장식하며 세 시즌 만에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오게 됐다.

아스톤빌라는 마지막 부흥기에서 한 계단 도약하는데 실패하며 씁쓸한 암흑기를 겪어야했다. 결코 잊어선 안 될 교훈을 남긴 시기다. 다음 시즌 프리미어리그로 돌아오게 될 아스톤빌라가 다시 예전의 위용을 되찾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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