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와이번스가 다익손(왼쪽) 대신 소사를 영입한데 이어 롯데 자이언츠가 다익손을 영입했다. /뉴시스
SK 와이번스가 다익손(왼쪽) 대신 소사를 영입한데 이어 롯데 자이언츠가 다익손을 영입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SK 와이번스와 롯데 자이언츠. 두 팀은 10일 현재 KBO리그 선두와 꼴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19.5경기에 달하는 두 팀의 게임차는 정반대의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SK 와이번스는 페넌트레이스를 넘어 한국시리즈 우승을 노리고 있는 반면, 롯데 자이언츠는 꼴찌탈출이 당면과제다.

이처럼 서로 정반대에 위치한 두 팀이 최근 묘하게 얽혔다. 외국인 용병투수를 교체하는 과정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발생한 것이다.

SK 와이번스는 최근 외국인 용병투수 교체를 단행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처음 한국무대를 밟은 브록 다익손을 대신해 KBO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헨리 소사를 영입했다. 지난 시즌까지 LG 트윈스에서 뛰었던 소사는 재계약이 불발된 후 대만리그로 건너가 활약 중이었다.

이 같은 SK 와이번스의 행보는 다소 의외였다. 시즌 초반부터 2강으로 분류되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팀이 올 시즌 첫 외국인 용병투수 교체에 나섰기 때문이다. 더욱이 다익손은 부상을 입은 것도 아니었다. 구위나 이닝소화력 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 것은 사실이지만, 그보다 좋지 못한 외국인 용병투수들에 비하면 준수한 편이었다. 뛰어난 피지컬과 성실함은 발전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국인 용병투수 교체를 결정한 SK 와이번스의 선택은 우승을 위한 결단이었다. 우승 적기를 맞은 상황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아 줘야할 외국인 용병투수에게 더 이상 시간을 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이다. 프로의 세계는 냉철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정이기도 했다.

소사의 SK 와이번스행에 당황한 것은 순위표 정반대에 위치한 롯데 자이언츠다. 당초 소사는 롯데 자이언츠행이 유력한 것으로 보도됐다. 실제 롯데 자이언츠는 부진한 제이크 톰슨을 대신할 선수로 소사를 낙점하고 접촉했다. 소사가 한국 복귀를 바라고 있었다는 점에서 영입에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이때 SK 와이번스도 소사에게 손을 내밀었고, 소사의 선택은 우승경쟁을 하는 팀이었다.

졸지에 소사를 빼앗기고 외국인 용병투수 교체 계획도 헝클어진 롯데 자이언츠는 팬들의 거센 비판까지 감수해야 했다. 가뜩이나 팀성적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악재가 아닐 수 없었다.

이처럼 뜻밖의 상황을 맞은 롯데 자이언츠의 선택은 결국 다익손이었다. 롯데 자이언츠는 SK 와이번스가 내보낸 다익손을 톰슨의 대체자로 낙점하고, 공식 발표했다.

롯데 자이언츠 입장에선 자존심이 상할 수도 있는 선택이다. 소사를 빼앗아간 SK 와이번스로부터 내쳐진 선수를 데려온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역시 프로의 냉철한 세계이기에 가능한 선택으로 볼 수 있다. 앞서도 언급했듯, 다익손은 우승을 노리는 SK 와이번스의 성에 차지 않았을 뿐 나쁘지 않은 편이었고 가능성도 충분히 지니고 있다. 소사만큼 검증된 것은 아니지만, 완전히 새로운 선수를 데려오는 것보단 부담이 덜하다. 롯데 자이언츠 입장에선 최선의 차선책을 선택한 셈이다.

공교롭게도 소사는 지난 9일 KBO리그 복귀전에서 최악의 출발을 보였다. 삼성 라이온즈를 만나 4이닝 8실점이란 처참한 결과를 남겼다. 홈런을 3개나 허용했고, 매이닝 실점이 있었다. SK 와이번스에게 유독 약한 모습을 보였던 삼성 라이온즈에게 시즌 첫 팀패배를 허용했다는 점도 뼈아프다.

만약 소사가 복귀전 같은 모습을 이어갈 경우 SK 와이번스의 외국인 용병투수 교체는 ‘최악의 수’가 된다. 여기에 다익손이 롯데 자이언츠 유니폼을 입고 반등에 성공할 경우, SK 와이번스의 속은 더욱 쓰리게 될 수 있다. 물론 소사와 SK 와이번스, 다익손과 롯데 자이언츠가 모두 웃는 윈-윈의 시나리오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이제 운명의 주사위는 던져졌다. 냉철한 프로의 세계에서 냉철한 선택에 의해 시작된 운명의 변화다. 그 결과 역시 냉철하게 평가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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