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진범’(감독 고정욱)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제공
영화 ‘진범’(감독 고정욱)이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리틀빅픽처스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어느 날 갑자기 사랑하는 아내가 처참히 살해당했다. 가장 유력한 용의자는 가장 절친한 친구. 어느 누구도 믿지 못할 혼란스러운 상황 속에서 친구의 아내는 친구가 범인이 아니라며 무죄를 주장한다. 진실을 밝히기 위해 용의자의 아내와 손을 잡아야 한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흥미로운 설정과 탄탄한 스토리, 압도적인 서스펜스를 예고하는 영화 ‘진범’(감독 고정욱)이 올여름 극장가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배우 송새벽과 유선이 숨 막히는 열연으로 스크린을 장악할 예정이다. 또 하나의 강렬한 추적 스릴러가 탄생할 수 있을까.  

‘진범’은 피해자의 남편 영훈(송새벽 분)과 용의자의 아내 다연(유선 분)이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서로를 향한 의심을 숨긴 채 함께 그날 밤의 진실을 찾기 위한 공조를 그린 추적 스릴러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고정욱 감독은 “지인에게 돈을 떼인 적이 있다”면서 ‘진범’ 시나리오를 기획하게 된 계기를 밝혔다. 11일 진행된 제작보고회에서 고 감독은 “아는 지인한테 돈을 빌려줬는데 전화를 해도 안 받고 갚기로 한 날이 지났는데도 연락이 없었다”라고 말문을 열었다.

고정욱 감독은 “너무 화가 나고 분해서 매일 전화만 붙잡고 있었는데, 아내가 그런 내가 한심했는지 ‘믿을만한 사람이라고 하더니 진짜 믿은 게 아니었네?’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그는 “믿었으니까 빌려준 거라고 답했는데, 아내가 ‘정말 친한 친구였거나 내가 그 사람처럼 똑같이 했어도 돈을 아까워했겠냐’고 하더라”라며 “아내의 말대로 그랬다면 돈보다는 걱정이 앞섰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진범’ 연출을 맡은 고정욱 감독. /리틀빅픽처스 제공
‘진범’ 연출을 맡은 고정욱 감독. /리틀빅픽처스 제공

고 감독은 그 일을 계기로 ‘진범’ 시나리오를 구상하게 됐다. 진정한 ‘믿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는 “함석헌 시인의 ‘그대 그런 사람을 가졌는가’라는 시를 접하게 됐다”며 “‘만리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 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라는 구절로 시작되는 시”라고 떠올렸다.

고 감독은 “그 시를 접했을 때 나한테 과연 그런 사람이 있나 의문을 가졌다”면서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나니 ‘나는 과연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일 수 있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진범’을 보고 난 후 관객들이 ‘나는 정말 믿을 만한 사람인가’라는 생각을 할 수 있다면, 정말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고정욱 감독은 인물의 감정 표현에 중점을 뒀다. 그는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가 진행이 되지 않고, 과거와 현재를 오가면서 전개된다”면서 “관객들이 이해하기 어렵거나, 과하게 혹은 부족하게 느낄 수 있다는 생각에 인물의 감정 표현에 가장 중점을 두고 신경 쓰면서 촬영했다”고 설명했다.

고정욱 감독은 단편 영화 ‘독개구리’로 제11회 미쟝센 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제1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단편부문 관객상을 수상한 신예다. 그의 첫 장편 데뷔작 ‘진범’도  제2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국제경쟁부문 ‘부천 초이스: 장편’ 부문에 한국 영화로는 유일하게 초청돼 기대를 더하고 있다.

고정욱 감독은 “개봉하기 전 수고한 배우와 스태프들에게 할 수 있는 조그마한 선물이 된 것 같아서 너무 반갑고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하기도 했다.

‘진범’에서 피해자의 남편 영훈 역을 맡은 송새벽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진범’에서 피해자의 남편 영훈 역을 맡은 송새벽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 송새벽X유선, 숨 막히는 열연 예고

‘진범’은 격한 감정 신이 많은 영화인만큼 배우들의 캐스팅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고정욱 감독의 선택은 배우 송새벽과 유선이었다.

고정욱 감독은 송새벽에 대해 “캐스팅 1순위였다”면서 강한 믿음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고 감독은 “이전 작품들을 보면서 코미디면 코미디, 날 선 연기면 날 선 연기까지 너무 잘해서 남자 배우를 생각할 때 1순위였다”고 말했다. 이어 “송새벽이 영훈이라는 역할을 맡으면 내가 상상하지 못한 모습까지 볼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높았고,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너무 좋아서 만세를 불렀다”고 회상했다.

그러자 송새벽은 “그 기대감이 너무 싫었다”면서 “촬영 들어가기 직전 그런 말을 해서 굉장히 부담이 많이 됐다”고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송새벽은 피해자의 남편 영훈으로 분해 치밀한 감정 연기로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을 예정이다. 그는 영훈에 대해 “더 자세하게 말하면 살짝 스포일러가 될 수 있다”면서 “간략하게 말하면 마지막 공판을 앞두고 다연과 서로 의심을 숨긴 채 진실을 알려고 공조하는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송새벽은 시나리오에 반해 ‘진범’을 택했다. 그는 “시나리오의 힘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며 “옆 동네에서 실제 일어났을 법한 일이었고, 대사 하나하나가 사실감이 있었다. 시나리오 속 상황 하나하나가 굉장히 잘 읽혔고, 힘은 들겠지만 그래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선택하게 됐다”고 이야기했다. 

‘진범’에서 용의자의 아내 다연 역을 맡은 유선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진범’에서 용의자의 아내 다연 역을 맡은 유선 스틸컷. /리틀빅픽처스 제공

유선의 마음을 흔든 것도 탄탄한 시나리오였다. 유선은 “가족끼리 휴가를 갔을 때 대본을 받았는데,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버렸다”면서 “그때의 집중력을 잊을 수 없다. 이렇게 단번에 읽히고 긴장감 넘치는 대본이 있을까 싶었다. 정말 치밀하고 탄탄해서 바로 매니저한테 전화를 했다. 다른 배우가 욕심낼 것 같으니 빨리 확답을 주고 진행시키자고 했다”고 떠올렸다.

극중 유선은 용의자의 아내 다연 역을 맡았다. 최근 개봉한 영화 ‘어린 의뢰인’에서 보는 이들의 분노를 자아내는 악역을 소화한 그는 ‘진범’에서는 살인범으로 몰린 남편을 구하려는 다연의 처절한 심리를 표현한다. 특히 극이 전개될수록 히스테릭한 모습과 불안한 심리를 디테일하게 소화해 극의 완성도를 높였다는 후문이다.

유선은 “다연이 남편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모든 것을 던져가며 최선을 다하는데, 그를 움직이게 하는 동기가 무엇인지가 제일 중요했다”면서 연기하는데 가장 중점을 둔 부분을 설명했다. 그는 “어린 시절 부모님의 사랑을 충분히 받고 자란 인물이 아니었기 때문에, 내 아이에게는 그런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지 않았던 같다”며 “내 아이의 아빠를 지키기 위한 모정에 중점을 뒀다”고 말했다.

유선은 영화 ‘4인용 식탁’ ‘가발’ ‘검은 집’ ‘이끼’ ‘퇴마: 무녀굴’ 등 스릴러 장르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그는 “스릴러를 좋아한다”면서 “예측할 수 없는 스토리와 단서가 주어질 때마다 퍼즐을 맞춰나가는 재미가 매력적이다. 또 스릴러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단편적이지 않고 복잡한 내면을 가진 입체적인 캐릭터라 매력적으로 느껴진다”고 스릴러 장르의 매력을 꼽았다. 

마지막으로 유선은 “올여름 극장가에 많은 대작들이 쏟아져 나올 거로 예상하고 있는데, 그 사이에 ‘진범’이 짜임새 있는 이야기와 완성도 높은 스릴러로 관객과 만나려고 한다”면서 “많이 관심과 기대 바란다”고 당부했다.

새로운 추적 스릴러의 탄생을 기대하게 하는 ‘진범’은 오는 7월 10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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