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비 200억을 들인 MBC 드라마 '이몽' / MBC 제공
제작비 200억을 들인 MBC 드라마 '이몽' / MBC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제작비 200억원을 들이며 MBC에서 야심차게 내놓은 드라마 ‘이몽’. 하지만 ‘대작’이라는 타이틀과는 달리, 시청자들의 아쉬운 반응이 잇따르고 있는 상황. 왜일까.

지난 5월 4일 첫 방송된 MBC 주말드라마 ‘이몽’은 일제 강점기 조선을 배경으로, 일본인 손에 자란 조선인 의사 이영진과 무장한 비밀결사 의열단장 김원봉이 펼치는 첩보 액션 작품이다. 이요원이 ‘이영진’ 역을, 유지태가 ‘김원봉’ 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이몽’은 ‘대한민국 임시 정부 수립 100주년’을 기념해 만든 작품으로 알려지며 방영 전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이와 함께 이념적 논란을 불러올 수 있는 인물 ‘김원봉’을 전면에 내세우며, 이제껏 안방극장에서 보지 못한 역사 드라마의 탄생을 예고했다. ‘약사 김원봉’은 의열단에 참여해 독립 운동에 큰 획을 그었지만, 월북 후 북에서 정치활동을 이어가 이념적 논란이 일고 있는 인물이다.

이와 관련 앞서 열린 ‘이몽’ 제작발표회에서 윤상호 감독은 “일제 강점기 독립운동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사적 인물이고, ‘김원봉’이란 인물이 드라마적으로 굉장히 매력적이었기 때문에 이름을 바꾸지 않고 사용했다”고 밝힌 바 있다.

애틋한 로맨스 호흡을 보이는 (사진 좌측부터) '이영진' 역의 이요원과 '김원봉' 역의 유지태 / MBC '이몽' 방송화면 캡처
애틋한 로맨스 호흡을 보이는 (사진 좌측부터) '이영진' 역의 이요원과 '김원봉' 역의 유지태 / MBC '이몽' 방송화면 캡처

‘김원봉’을 작품 중심에 세운 만큼, 중립적인 입장에서 해당 인물의 극적인 일생을 어떻게 드라마틱하게 녹여내는가는 ‘이몽’에게 주어진 숙제이자 흥행 직결 포인트였다. ‘이몽’은 그러나 시청자들의 만족감을 충족시키지 못하는 분위기다. 쫓고 쫓기는 일본인들과 독립투사들의 단순한 스토리가 대다수기 때문. 김원봉과 이요원의 애틋한 로맨스도 간간히 모습을 드러내지만 역부족이다. 이에 작품에 대한 관심보다 김원봉에 대한 이념적 논란이 더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추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일간스포츠>를 통해 “‘이몽’은 단순한 구조다. 간단하게 말하면 나쁜 사람으로 일컫는 일본 사람들과 독립투사의 이야기다. 그런 단순한 구도만 나온다면 기대했던 재미를 얻긴 어렵다”고 꼬집었다.

'김원봉' 역을 연기 중인 유지태 / MBC '이몽' 방송화면 캡처
'김원봉' 역을 연기 중인 유지태 / MBC '이몽' 방송화면 캡처

영화 ‘암살’(2015) ‘밀정’(2016) 등 일제 강점기를 배경으로 한 고퀄리티의 작품들을 대중이 이미 접한 터라 ‘이몽’에 대한 실망감이 적지 않다는 시청자들의 반응 역시 존재한다. 또한 ‘암살’에서는 조승우가, ‘밀정’에서는 이병헌이 김원봉 혹은 김원봉을 모티브로 한 인물을 소화한 바 있기에, ‘김원봉’을 소화 중인 유지태의 카리스마가 조금은 아쉽게 다가온다.

이 뿐만이 아니다. 시대적 배경과 맞지 않는 대사와 장면들은 시청자들의 몰입 흐름을 저해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일제강점기 시대에 한국어를 유창하게 구사하는 일본 관리들의 모습이 대표적인 예다. 불안정하게 흔들리는 촬영기법 역시 아쉬움으로 남는다.

그래서일까. ‘이몽’은 현재 시청률 5.5%(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하며 부진한 성적을 보이고 있다.

‘이몽’은 100% 사전제작 드라마로 알려져 더욱이 높은 퀄리티의 작품을 기대케 했던 바. 시도는 좋았으나, ‘제작비 200억’이라는 타이틀을 달 만큼의 작품인가에는 의문이 끊이지 않는다. 과연 ‘이몽’이 시청자들의 아쉬움을 남은 전개를 통해 해소시킬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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