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가 베일을 벗었다. / NEW 제공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가 베일을 벗었다. / NEW 제공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연기 괴물들이 뭉쳤다. 지난해 ‘공작’(감독 윤종빈)으로 유수의 영화제에서 상을 휩쓸었던 이성민을 필두로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종횡무진 활약하고 있는 유재명,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자랑하는 전혜진까지.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배우들이 폭발적인 시너지로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영화 ‘비스트’(감독 이정호)를 통해서다.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누군가 범죄를 은폐해주는 대가로 뭘 받았다면 그게 뭘까? 그게 살인이라면 아주 큰 걸 받았겠지.”

대한민국을 뒤흔든 희대의 살인사건이 발생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범인을 잡아온 강력반 에이스 한수(이성민 분)는 후배 형사 종찬(최다니엘 분)과 범인을 잡기 위해 수사를 시작한다.

한편 마약 브로커 춘배(전혜진 분)는 살인을 은폐해주는 대가로 한수에게 살인마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제공하고 한수의 라이벌 형사 민태(유재명 분)가 이 사실을 눈치채면서 사건은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는데…

▲ ‘연기 괴물’들의 완벽 시너지 ‘UP’

‘비스트’는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얻기 위해 또 다른 살인을 은폐한 형사 한수와 이를 눈치챈 라이벌 형사 민태의 쫓고 쫓기는 범죄 스릴러다. 2005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오르페브르 36번가’를 리메이크했다.

‘비스트’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유재명(왼쪽)과 이성민 스틸컷. / NEW 제공
‘비스트’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유재명(왼쪽)과 이성민 스틸컷. / NEW 제공

‘비스트’는 그동안 숱하게 봐왔던 범죄물과는 사뭇 다르다. 단순히 범인을 쫓는 형사들의 이야기를 그리는 방식이 아닌 궁지에 몰린 인물의 내면과 그들이 맺고 있는 관계의 역전에 초점을 맞춰 색다른 서스펜스를 완성했다.

이에 영화의 등장하는 대부분의 캐릭터들이 입체적이고 다층적으로 그려졌다. 먼저 한수는 자신이 내린 선택으로 인해 점점 헤어 나올 수 없는 궁지에 몰리는 캐릭터로 예측불허의 선택들을 이어간다. 그런 한수의 약점을 기회 삼아 자신의 욕망을 불태우는 민태도 속을 알 수 없다. 사사건건 맞서는 두 사람의 대결이 긴장감 있게 그려지는데, 관객이 어떤 캐릭터에 감정을 이입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각으로 사건을 바라볼 수 있다.

‘비스트’에서 열연을 펼친 이상희(왼쪽)와 안시하 스틸컷. / NEW 제공
‘비스트’에서 열연을 펼친 이상희(왼쪽)와 안시하 스틸컷. / NEW 제공

배우들의 열연은 ‘비스트’를 끌고 가는 힘이다. 한수로 분한 이성민과 민태를 연기한 유재명은 환상의 시너지를 뿜어내며 투톱으로서 제 역할을 해낸다. 민태 팀에 합류한 마약반 출신 형사 미영 역을 소화한 이상희와 한수의 아내이자 살인사건 담당 국과수 부검의 정연 역을 맡은 안시하는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에도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자신의 존재감을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중에서도 단연 돋보이는 건 전혜진이다. 희대의 살인마를 잡을 결정적 단서를 쥔 마약 브로커 춘배로 분한 그는 스타일링부터 말투, 걸음걸이까지 파격적인 연기 변신을 선보인다. 완전히 새로운 얼굴의 전혜진은 등장하는 모든 순간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게 만들며 스크린을 장악한다.

▼ 장황하고 산만한 전개 ‘DOWN’

캐릭터에 지나치게 초점을 맞춘 탓일까. ‘비스트’의 이야기 구성은 헐겁다. 한수와 민태의 치열한 대립과 이들이 쫓는 연쇄 살인마, 그리고 거대하게 엮인 범죄조직의 이야기까지 세 개의 사건이 동시에 진행되는데, 장황하고 산만한 전개로 집중을 방해하고 피로도를 높인다.

폭력 수위도 높다. 15세 관람가 등급임에도 자극적이고 잔인한 장면들이 다수 포함돼있다. 이에 대해 이정호 감독은 “편집 과정에서 수위가 낮아졌다”며 “오히려 우리(제작진과 배우)는 ‘뽀로로 버전’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관객이 감독의 의견에 동의할지는 지켜봐야 할 듯하다.

‘비스트’에서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전혜진 스틸컷. / NEW 제공
‘비스트’에서 강렬한 연기 변신을 선보인 전혜진 스틸컷. / NEW 제공

◇ 총평

사건보다 인물의 심리를 깊이 파고들며 색다른 서스펜스를 완성했지만, 스토리의 전개 방식이 장황하고 엉성해 아쉬움이 남는다. 다소 높은 폭력 수위 탓에 불쾌함을 느낄 수도 있겠다. 반면 배우들의 열연은 흠잡을 데 없다. 이성민·유재명은 이름값을 톡톡히 해내고, 전혜진·이상희·안시하 등 여배우들의 활약도 반갑다. 특히 전혜진은 또 한 번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입증하며 대체불가 존재감을 드러낸다. 러닝타임 130분, 오는 26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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