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이주인권노동단체 회원들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인종차별 망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2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자유한국당사 앞에서 이주인권노동단체 회원들이 자유한국당 황교안 대표 인종차별 망발 규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외국인(근로자)은 우리나라에 기여해온 것이 없다. 세금을 낸 것도 물론 없다”고 주장해 논란이 일고 있다. 황 대표와 한국당은 문재인 정부가 최저임금을 과도하게 인상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중소기업과 농촌지역 사업장이 어려워졌다는 점을 지적하기 위한 취지라고 해명했지만, 발언 자체가 사실과 다른 것으로 판명돼 비판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IOM이민정책연구원의 ‘국내 이민자의 경제활동과 경제기여효과’ 정책보고서를 보면, 외국인 근로자가 생산에 참여함으로써 얻게 되는 긍정적 경제 유발효과는 상당하다. 외국인 근로자가 생산·소비활동에 참여해 유발된 생산유발효과와 부가가치유발효과를 합산한 경제적 효과는 2016년 74.1조원, 2018년 86.7조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취업자 수 증가폭과 임금증가율을 토대로 추정해보면 경제적 효과는 점차 증가해 2026년에는 162.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계산이다.

이 보고서는 “외국인 근로자는 유입국 입장에서 볼 때 생산자이면서 소비자이기 때문에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에 따른 거시 경제적 효과는 양(+)으로 나타난다. 이민자가 숙련자일수록 국가재정에 미치는 효과는 높으며, 이민자 본국의 GDP, 즉 고소득 국가 출신일수록 국가재정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고 분석했다.

이민자의 경제적 효과를 생산과 부가가치유발효과로 나눠 그래프로 작성했을 때, 꾸준히 경제적 효과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IOM이민정책연구원
이민자의 경제적 효과를 생산과 부가가치유발효과로 나눠 그래프로 작성했을 때, 꾸준히 경제적 효과가 증가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 IOM이민정책연구원

한국경제연구원이 발간한 ‘이민 확대의 필요성과 경제적 효과’ 보고서에도 이 같은 내용이 잘 나타나있다. 보고서는 “외국인 근로자의 유입에 따른 거시 경제적 효과는 노동시장에 미치는 효과뿐만 아니라 생산과 소비 등 경제 각 부문의 상호작용의 최종결과로서 나타난다. 외국인 근로자의 존재는 유입국의 국민들이 외국 문화를 이해할 수 있는 기회 제공 및 조세 효과(소득세·간접세 증대)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노동공급확대의 필요성 ▲저출산과 고령화 ▲인구감소로 인한 세수 감소 등을 고려했을 때 점차적인 이민 확대 정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세금을 낸 것도 없다”는 황 대표의 발언도 사실이 아니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외국인 근로자 55만여명이 원천징수 형식으로 소득세 7,700억원을 냈다. 소비에 부과되는 부가가치세도 당연히 낸다.

논란이 확산되자 황 대표는 “중소기업은 급격하게 오른 최저임금을 감당하기도 힘든데 외국인 근로자에겐 숙식비 등 다른 비용까지 들어가고 있다. 혜택을 주는 것은 적절치 않은 측면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라며 “예를 들면 (외국인 근로자에게) 추가로 제공되는 것들이 있다. 공정하게 되는 게 좋겠다는 말씀”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근로자가 내국인 근로자에 비해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이주와인권연구소가 펴낸 ‘이주노동자의 노동조건과 주거환경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근로자들은 최저임금 인상 이후에도 별다른 임금 상승 효과를 누리지 못했고 노동조건도 여전히 열악하다는 현실을 알 수 있다.

실태조사에서 ‘시급이 최저임금 이상’이라고 답한 외국인 근로자는 50.9%였다. 2018년 최저임금이 비교적 큰 폭으로 올랐지만, 47.5%의 외국인 근로자의 월급에는 변동이 없었다. 2017년에 내지 않던 숙소비나 식비를 내기 시작했거나, 그 금액이 늘어났다는 외국인 근로자는 4명 중 1명꼴로 나타났다.

연구소는 “일하는 시간이 줄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상여금이 없어지고 급여에서 숙식비 등을 새로이 공제하거나 공제금액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 근로자에겐 숙식을 제공해야 하기 때문에 고용주의 부담이 더 크다”는 한국당의 주장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이주노동자 차별철폐와 인권·노동권 실현을 위한 공동행동’은 황 대표의 발언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이주노동자는 사회의 구성원으로 일하고 살아가면서 세금을 내고 소비활동 등을 하며 이와 연관된 일자리도 창출한다. 오히려 한국사회가 이주노동자의 노동력 형성에 기여한 것이 별로 없다. 이주노동자가 한 사람의 성인 노동력이 되어 한국에 올 때까지 한국이 비용을 지불한 것은 없다. 또한 저임금 노동력이 필요해서 한국정부와 기업이 이주노동자를 불러들인 것”이라며 황 대표와 한국당의 사과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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