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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기방도령] 신박한 소재? 딱 거기까지
2019. 07. 0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이 베일을 벗었다. /판씨네마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이 베일을 벗었다. /판씨네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남존여비 사상이 팽배했던 조선시대에 남자 기생이 나타났다. 여인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귀여운 매력은 물론, 억압받던 여인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공감하며 위로하는 조선 최고의 남자 기생. 지금껏 보지 못한 ‘남자 기생’을 소재로 한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이 베일을 벗었다. 신박한 코믹 사극을 표방한 ‘기방도령’이 관객 취향 저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지극히 ‘주관적’ 주의)

◇ 시놉시스

“기왕지사 이리 된 김에 사업을 해보는 게 어떻겠소? 내가 기생이 되겠단 말입니다!”

수려한 용모와 뛰어난 기예, 여심을 꿰뚫어 보는 타고난 천성의 꽃도령 허색(이준호 분). 그는 자신이 나고 자란 기방 연풍각이 폐업 위기에 처하자 조선 최초의 남자 기생이 되기로 결심한다.

기방결의로 맺어진 25세 괴짜 도인 육갑(최귀화 분)와 함께 기획부터 홍보까지 환상의 호흡을 자랑하며 단숨에 조선 최고의 ‘여심스틸러’로 등극한 허색. 입소문이 번지며 조선 사대부 여인들의 마음이 두근거리기 시작한다.

그러나 승승장구한 것도 잠시 예기치 못한 인물의 등장으로 잘 나가던 허색의 사업은 삐거덕거리기 시작하는데…

‘기방도령’에서 남자 기생 허색으로 분한 이준호 스틸컷. /판씨네마
‘기방도령’에서 남자 기생 허색으로 분한 이준호 스틸컷. /판씨네마

▲ 신선한 소재+배우들의 열연 ‘UP’

‘기방도령’은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준호 분)이 조선 최고의 남자 기생이 돼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기생’은 조선시대 잔치나 술자리에서 노래나 춤 또는 풍류로 흥을 돋우는 것을 직업으로 했던 ‘여자’를 일컫는다. ‘여’배우나 ‘여’기자, ‘여자’경찰처럼 직업 이름 앞에 ‘여’ 혹은 ‘여자’가 붙지 않는 이유는 기생이 모두 여자였기 때문이다. ‘기방도령’은 이 당연한 사실을 유쾌하게 비튼다. 지금껏 보지 못한 ‘남자 기생’을 탄생시키며 신선한 재미를 선사한다.

‘기방도령’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귀화·이준호·정소민·고나희 /판씨네마
‘기방도령’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최귀화·이준호·정소민·고나희 /판씨네마

영화는 남자 기생 허색의 시선을 통해 조선시대의 부조리한 관념들을 해학적으로 풍자한다. ‘남자는 높고 여자는 낮다’고 여기던 시대에서 남자인 허색이 여성들의 애환을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에서 주고받는 몇몇 대사들이 꽤 마음을 흔든다.

배우들의 열연은 캐릭터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먼저 허색으로 분한 이준호는 춤이면 춤, 연기면 연기까지 다채로운 매력으로 주연배우로서 제 몫을 톡톡히 해낸다. 괴짜 도인 육갑을 연기한 최귀화는 첫 등장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기며 유쾌한 매력을 발산한다.

‘기방도령’에서 난설로 분한 예지원 스틸컷. /판씨네마
‘기방도령’에서 난설로 분한 예지원 스틸컷. /판씨네마

정소민은 허색의 마음을 사로잡는 해원 역을 맡아 단아하면서도 당찬 매력으로 마음을 흔든다. 오랜만에 스크린으로 돌아온 예지원(난설 역)의 활약도 반갑다. 그리고 해원의 어린 하녀 알순 역의 고나희는 아역배우답지 않은 연기력과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로 웃음을 안긴다. 

▼ 소재만 신선 ‘DOWN’

‘기방도령’은 ‘신박한’ 코믹 사극을 표방했지만, ‘남자 기생’이라는 소재만 신선할 뿐 그 이상의 재미는 주지 못한다. 웃음 타율도 낮다. 코믹한 상황 연출과 패러디 등을 통해 웃음을 주고자 부단히 노력하지만, 관객들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그나마 아역배우 고나희가 연기한 알순 캐릭터가 소소한 웃음을 터트리지만, 분위기를 반전시키기엔 역부족이다. 밋밋하게 흘러가는 전개 탓에 지루함이 느껴지기도 한다.

‘기방도령’에서 브로맨스 케미를 자랑한 최귀화(왼쪽)와 이준호 스틸컷. /판씨네마
‘기방도령’에서 브로맨스 케미를 자랑한 최귀화(왼쪽)와 이준호 스틸컷. /판씨네마

◇ 총평

한 번도 보지 못한 ‘남자 기생’의 등장은 그 자체만으로도 신선하다. 주연배우 이준호부터 아역배우 고나희까지 배우들의 흠잡을 데 없는 열연도 좋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기발한 소재로 신박한 재미를 선사하고자 했지만, 실패로 끝나버렸다. 110분이라는 러닝타임이 참 더디게도 흐르는 ‘기방도령’이다. 오는 10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