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정소민이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판씨네마
배우 정소민이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판씨네마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드라마와 영화, 라디오까지 섭렵하며 착실히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배우 정소민이 영화 ‘기방도령’(감독 남대중)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데뷔 후 첫 사극 도전에 나선 그는 맞춤 옷을 입은 듯 극에 완전히 녹아들어 제 몫을 해낸다.

오는 10일 개봉하는 ‘기방도령’은 폐업 위기의 기방 연풍각을 살리기 위해 꽃도령 허색(이준호 분)이 조선 최고의 남자 기생이 돼 벌이는 코미디 영화다. 지금껏 보지 못한 ‘남자 기생’을 탄생시키며 신선한 재미로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극중 정소민은 조선시대 만연해있는 남녀의 차별을 부당한 것으로 여기는 깨어 있는 양반가 규수 해원 역을 맡았다. 시대를 앞서가는 사고방식을 가진 현명하고 아름다운 여인이다. 이번 작품으로 처음 사극 연기에 도전한 그는 단아한 이미지와 안정적인 연기로 로맨스 라인에 생기를 불어넣어 호평을 받고 있다.

정소민은 2010년 KBS 2TV ‘나쁜 남자’를 통해 데뷔했다. 이후 드라마 ‘장난스런 KISS’(2010), ‘우리가 결혼할 수 있을까’(2012~2013), ‘디데이’(2015), ‘마음의 소리’(2016~2017), ‘아버지가 이상해’(2017), ‘이번 생은 처음이라’(2017), ‘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2018) 등과 영화 ‘스물’(2015), ‘아빠는 딸’(2017) 등을 통해 꾸준히 작품 활동을 펼쳐왔다.

특히 정소민은 드라마와 영화는 물론 라디오, 그리고 예능프로그램까지 활동 반경을 넓혀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고 있다. 2018년 12월부터 SBS 파워FM ‘정소민의 영스트리트’의 DJ로 활약하고 있는 데 이어 최근 SBS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 출연을 확정,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기방도령’에서 해원 역을 소화한 정소민. /판씨네마
‘기방도령’에서 해원 역을 소화한 정소민. /판씨네마

지난 4일 만난 정소민은 영화 속 해원과 똑 닮아 있었다. 단아한 외모에 겉으로 보기엔 한없이 여려 보이지만, 내면의 단단함이 느껴졌다. “어떤 배우가 되느냐보다 어떤 사람이 될지에 대한 고민이 먼저”라는 말로 그가 앞으로 보여줄 행보를 더욱 기대하게 만들었다.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제가 안 나오는 부분들은 대본으로만 봐서 영상에 대한 기대감이 컸다. 어떻게 녹여내서 연기하셨을지 궁금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너무 재밌게 나왔더라. 관객 모드로 웃으면서 즐겁게 봤다.”

-시나리오가 재밌어서 출연을 결심했다고.
“시나리오를 볼 때 다음 장이 궁금해지고, 나에게 어떤 울림이 있느냐로 기준을 삼는 편이다. ‘기방도령’은 비행기 안에서 읽었다. 너무 피곤한 상태여서 조금 보다가 자고 다시 보려고 했는데, 끝까지 보게 되더라. 중간에 끊을 수가 없었다. 한번 보고 재밌는 시나리오를 찾기 쉽지 않은데, 그런 작품을 만났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

-데뷔 후 첫 사극이었는데, 어땠나.
“설레는 마음이 컸다. 데뷔 초부터 사극을 하고 싶었는데 9년 만에 처음으로 하게 됐다. 오랫동안 한국무용을 해서 한복이 평상복만큼 편하다. 또 한복이 너무 예쁘지 않나. 원래부터 너무 좋아했는데, 생각보다 기회를 늦게 만났다. 사극에 대해 항상 열려있다. ‘기방도령’ 이후에도 기회만 있으면 언제든 하고 싶다.”

-정통사극이 아니라, 부담이 덜 했을 것도 같다.
“각자 장단점이 있고 어려운 지점이 다르겠지만, 그래도 부담이 덜 했던 것은 확실히 있는 것 같다. 특히 말투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그런데 (남대중) 감독님이 첫 리딩 후에 ‘지금처럼 편안하게 하면 된다’고 하시더라. ‘사극이니까 이래야 해’라는 틀에 갇히면 다른 것들을 잃을 수 있고, 자유로운 분위기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틀 안에 갇혀서 고민하지 않아도 된다는 감독님의 말씀에 짐을 하나 덜었다. 그때부터 해원 캐릭터에 더 집중할 수 있게 됐다.”

‘기방도령’으로 첫 사극을 소화한 정소민 스틸컷. /판씨네마
‘기방도령’으로 첫 사극을 소화한 정소민 스틸컷. /판씨네마

-해원의 어떤 점에 끌렸나.
“허색이 해원에 대해 느꼈던 매력이랑 비슷한 것 같다. 허색은 수많은 여자들에게 둘러싸여 자란 캐릭터다. 그런데 해원한테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감나무에서 어머니와의 추억이 떠오른 것도 있지만, 해원이 양반 가문임에도 불구하고 신분에 구분을 짓지 않는 성품에 허색이 매력적으로 느꼈을 것 같다. 나도 해원의 그런 점이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단순히 단아하고 차분한 사람이 아니라 그 시대의 여성답지 않게 자기만의 자아를 갖고 올곧은 성품을 갖고 있는 게 멋있어 보였다.”

-실제 본인과 닮은 점이 있다면.
“해원은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굉장히 크다. 부모님이 안 계시는 상황에서 오빠를 책임져야 하고, 알순도 가족으로 생각한다. 나도 장녀이다 보니 가족에 대한 책임감이 있다. 그런 부분이 시작점은 달라도 비슷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시대의 흐름에 맞춰가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추구하고 지향하는 캐릭터를 만났을 때 신나서 연기를 할 수 있는 걸 보면, 그런 지점도 비슷한 면이 있는 것 같다.”

-그동안 선한 역할을 많이 했다. 악역이나 센 캐릭터에 대한 욕심은 없나.
“영화 ‘골든슬럼버’(특별출연)에 잠깐 참여하면서 액션 영화의 매력을 느꼈다. 굳이 분류를 하자면, 악역이기도 하다. 당시 촬영 후에 이런 캐릭터도 긴 호흡으로 꼭 해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액션이 너무 재밌었다. 두 달 동안 액션 스쿨에 다녔다.

실제 주짓수 기술인 삼각 조르기를 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강동원 선배 대역 분과 함께 합을 맞춰서 연습을 했다. 본 촬영 때 그분이 그냥 풀 파워로 하라고 못 버티겠으면 탭 하겠다고 하셔서 풀 파워로 했는데, 정말 탭을 하시더라. 하하. 그때 정말 죄송한 마음이 들면서도 기술이 제대로 걸렸다는 생각에 희열도 느꼈다. 꼭 다시 액션 연기를 해보고 싶다.”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정소민. /판씨네마
착실히 필모그래피를 쌓아가고 있는 정소민. /판씨네마

-쉴 때는 어떻게 시간을 보내나.
“시간이 많을 때는 집에서 영화를 세 편씩 보기도 하고, 정말 많이 본다. 그리고 잘 쉬려고 노력한다. 요즘 뭘 해야 정말 쉬는 건지 생각을 많이 한다. 쉰다고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쉬지 못했던 순간이 많더라. 제대로 쉬어야 일을 할 때 더 집중해서 할 수 있는데, 애매한 상태면 일도 잘 못하고, 쉴 때도 어영부영 지내게 되는 것 같아서 남들 기준이 아니라 정말 나한테 필요한 휴식이 어떤 건지 생각해보고 있다.”

-라디오 진행도 하고 있다. 청취자와 소통하면서 힐링이 되기도 할 것 같은데.
“확실히 그런 부분이 있다. 체력적으로 힘든 순간도 당연히 있지만, 막상 가서 방송을 시작하고 나면 힘을 얻는 게 훨씬 크더라. 또 정말 다양한 분들의 얘기를 듣는 것도 많은 도움이 된다. 라디오를 하지 않았다면, 단순히 타인에게 일어난 일들이었을 텐데, 이제는 내 주변, 내 가까운 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이 된 게 신기하고 좋은 경험인 것 같다.”

-그 경험이 연기에도 영향을 미치나.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연기를 하는 것은 사람을 알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 어떤 캐릭터가 오든 나와 다를 수밖에 없는데, 그 간극을 좁혀나가는 과정이 연기의 큰 포인트인 것 같다. 그런 부분이 사람에 대한 관심과 이해로 이어지는 것 같다. 그런 지점에서 맥이 많이 닿아있다고 생각한다.”

-예능프로그램 ‘리틀 포레스트’에 합류했다.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예능을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하게 된 프로그램은 아니다. 예능에 대한 욕심보다 두려움이 더 컸는데, 처음 포맷을 들었을 때 평소 관심을 갖고 있던 분야였다. 연기를 하면서 가장 크게 배운 것 중 하나가 다른 사람에 대한 이해다. 연기를 하지 않았다면 나를 들여다보지 않았을 거고 타인에 대해서도 이해하려고 노력하지 않았을 것 같다.

유아기, 성장기가 한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너무 크다는 걸 알게 됐다. 아이들이 자라는 환경이 너무 중요하다는 생각을 막연하게 하고 있었는데, ‘리틀 포레스트’가 도시의 아이들에게 쉽게 접할 수 없는 숲속 삶을 체험하게 해주면서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게 하는 취지더라. 프로그램의 취지에 너무 공감이 됐고, 즐거운 마음으로 임하게 됐다.”

-데뷔한지 9년이 됐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또 앞으로 어떤 배우가 되고 싶나.
“사실 점점 시간이 갈수록 배우로서 어떻게 돼야겠다는 것보다 어떤 사람이 돼야 할까에 대한 고민이 크다. 그게 곧 배우로도 이어지는 것 같다. 20대 때는 정서적으로나 상황적으로 오르락내리락도 많고, 질풍노도의 시기 같은 느낌이었다면, 20대 후반부터 지금까지는 그동안 내가 벌려놓은 생각들이나 상황들을 차곡차곡 정리하는 시기인 것 같다. 30대 내내 그렇게 정리해나가면서, 나의 정체성을 더 확고하게 구축해나가는 시기가 될 것 같다. 그리고 연기적으로 미미하더라도 조금씩 성장해나가자는 마음은 데뷔 초부터 지금까지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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