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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기자의 육아일기
[‘초보아빠’ 권기자의 육아일기㉚] 유모차 대신, 유아차라고 불러주세요
2019. 07. 09 by 권정두 기자 swgwon14@sisaweek.com
엄마만 미는 것이 아닌 이상, 이제는 유아차라고 부르는 것이 어떨까요? /그래픽=이선민 기자 / 이미지=프리픽
엄마만 미는 것이 아닌 이상, 이제는 유아차라고 부르는 것이 어떨까요? /그래픽=이선민 기자, 이미지=프리픽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다시 무더운 여름이 찾아왔습니다. 6월에 태어난 딸아이와 맞는 두 번째 여름입니다. 작년 여름, 엄청난 무더위 속에 아이에게 ‘태열’이 올라와 당황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이젠 그것도 추억이 됐네요. 부디 올 여름엔 지나치게 덥지 않고, 별 탈 없이 지나가길 바랍니다.

요즘도 딸아이는 하루가 다르게 무럭무럭 자라고 있습니다. 이제는 제법 걸음마 연습도 하고, 이것저것 먹는 것도 참 잘 먹습니다. 부쩍 큰 만큼 애착과 고집도 생기다보니 떼도 늘었고요. 조금 힘들 때도 있지만, 마찬가지로 늘어난 애교와 개인기를 보면 금세 또 힘이 납니다.

오늘은 저조차도 무심코 써왔던 ‘언어’들에 대해 돌아보고자 합니다.

먼저, ‘언어’란 ‘생각, 느낌 따위를 나타내거나 전달하는 데에 쓰는 음성, 문자 따위의 수단 또는 그 음성이나 문자 따위의 사회 관습적인 체계’를 의미하는데요.

특히 언어에는 그 시대의 현상과 정신, 문화가 깃들어있습니다. 지금 아이들이 예전에 많이 쓰던 말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거나, 기성세대들이 쏟아지는 신조어의 의미를 상상조차 하지 못하는 이유입니다.

그렇다보니 과거의 그릇된 문화가 반영된 언어가 그대로 쓰이는 경우도 상당합니다. 일제의 잔재를 비롯해 과거 유교문화에서 비롯된 남녀차별 표현과 소수자 비하 표현 등이 대표적입니다. 이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고 있다는 점에서 무척 중요하죠.

최근 들어 가장 큰 사회적 문제 중 하나로 떠오른 저출산·육아문제에도 이러한 ‘잘못된 언어’가 숨어있습니다. 지난 1년 간 육아문제를 연재해온 저 또한 전혀 의식하지 못한 채 써왔다는 점에서 부끄럽게 느껴집니다. 이번 기회에 저도 제대로 깨닫고, 저처럼 잘 몰랐던 분들 역시 올바르게 알게 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먼저, 유모차라는 표현입니다. 일상에서는 물론이거니와 연재를 통해서도 자주 언급했던 표현이죠. 대중매체 등 일반적으로도 많이 쓰이는 표현이고요.

유모차의 사전적 의미는 ‘어린아이를 태워서 밀고 다니는 수레’ 입니다. 그런데 ‘유모’의 한자 뜻은 무엇인지 아시나요? ‘유’는 ‘젖’, ‘모’는 엄마를 뜻합니다. 쉽게 말해 ‘젖먹이 엄마’가 밀고 다니는 차라는 의미죠. 여기엔 육아가 엄마와 여성이 전담영역이라는 의미가 내포돼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현재 시대상에 비춰봤을 때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유모차는 절대 엄마만 끄는 차가 아니고, 그래서도 안 됩니다. 이러한 측면에서 유모차의 대안으로 제시되는 표현으로는 ‘유아차’가 있습니다. 아이가 타는 차라는 지극히 정상적인 표현이죠.

마찬가지로 제가 입이 닳도록 언급했던 ‘저출산’ 역시 조금 불편한 표현이었습니다. ‘출산’은 여성의 영역이자, 여성의 관점에서 본 단어죠. 하지만 ‘저출산문제’은 비단 여성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남성과 여성, 그리고 우리 사회 전반의 문제죠. 단순히 ‘여자가 출산을 적게 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겁니다. 따라서 이 표현도 ‘저출생’으로 표현하는 것이 보다 바람직합니다. ‘아이가 적게 태어나는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상징적인 차원에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명칭부터 바꾸는 것은 어떨까 싶기도 합니다.

이처럼 무심코 사용했던 용어들을 개선하자는 목소리는 이미 꾸준히 제기돼왔습니다. 관련해서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고요.

뿐만 아닙니다. 생각해보니 불편한 표현은 곳곳에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는 ‘맘카페’라는 표현이 그렇습니다. 물론 애초부터 아빠와 남성을 배제하기 위해 만들어진 표현은 아닐 겁니다. 오히려 엄마와 여성 중심의 육아 세태가 만들어낸 씁쓸한 신조어죠. 그런데 이 표현이 굳어지고, 널리 사용되다보니 저 같은 아빠와 남성은 맘카페에 가입하거나 활동하는 것이 영 꺼려집니다. 실제 맘카페에서 다뤄지는 내용들은 육아와 관련된 것들인 데도요.

각종 육아용품의 브랜드 이름들도 그렇습니다. 아무래도 여전히 ‘엄마’나 ‘맘’ 같은 표현이 많이 쓰입니다. 제가 요즘 아이를 씻기면서 쓰는 바디워시 제품도 그렇습니다. 제품명에 ‘엄마’라는 표현이 들어가 있는데, 사실 저희 집에서 아이 씻기는 담당은 저 아빠입니다.

저 또한 그랬듯이 이러한 표현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어떤 나쁜 의도나 인식을 가지고 있지는 않을 겁니다. 그저 관습적으로 굳어진 표현들을 별다른 생각 없이 사용하고 있을 뿐이죠. 다만,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기 위해 이러한 표현들부터 고쳐나갈 필요가 분명히 있습니다.

물론 표현만 고치는데서 그쳐서도 안 될 겁니다. 표현과 함께 보다 바람직한 인식과 문화, 제도를 정착시켜 나가야겠죠. 표현만 유아차로 바꾸고, 정작 대부분 엄마들만 밀고 다니는 사회가 유지된다면 아무런 의미가 없을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