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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아름다운 배우, 잊지 않겠다”… ‘나랏말싸미’, 고(故) 전미선 추모
2019. 07. 1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소헌왕후로 분한 전미선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영화 ‘나랏말싸미’에서 소헌왕후로 분한 전미선 스틸컷. /메가박스중앙플러스엠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영화 ‘나랏말싸미’ 팀이 고(故) 전미선을 추모했다.

지난 15일 영화 ‘나랏말싸미’(감독 조철현)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나랏말싸미’ 팀은 이날 처음으로 공개된 영화 엔딩 크레디트에 ‘아름다운 배우, 고 전미선 님을 잊지 않겠습니다’라는 자막으로 지난달 29일 세상을 떠난 배우 고 전미선을 향한 애도의 뜻을 표했다.

본격적인 기자간담회에 앞서 ‘나랏말싸미’를 만든 영화사 두둥 오승현 대표가 취재진 앞에 섰다. 오 대표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희와 함께 했던 전미선 님의 비보를 접하고, 충격에 빠졌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영화가 잘 되고 안 되고를 떠나서 고인을 진심으로 애도하는 마음이 먼저라고 생각했다”며 “그래서 개봉을 연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유족과도 이야기를 나눴다”고 설명했다.

오 대표는 “그런데 고인의 마지막 모습이 담긴 이 영화를 많은 분들이 함께 보시고 좋은 영화, 최고의 배우로 기억하는 것이 맞는다고 생각해 개봉을 진행했다”면서 “다만 일정을 최소화했다. 저희의 진심이 왜곡될까 조심스러운 것도 사실이나 여러분께서 함께 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나랏말싸미’ 팀은 고 전미선을 추모하는 의미로 인터뷰·무대인사 등을 취소하고, 홍보 일정을 최소화했다. 유일한 행사였던 이날 기자간담회에서도 포토타임은 진행하지 않았다.

영화 ‘나랏말싸미’ 팀이 고(故) 전미선을 추모했다. (왼쪽부터) 조철현 감독과 송강호, 박해일. /뉴시스
영화 ‘나랏말싸미’ 팀이 고(故) 전미선을 추모했다. (왼쪽부터) 조철현 감독과 송강호, 박해일. /뉴시스

영화 ‘살인의 추억’(2003) 이후 16년 만에 고 전미선과 재회한 송강호·박해일도 슬픔을 감추지 못했다. 먼저 송강호는 “너무 안타깝고 슬픈 과정이 있었다”며 “(조철현) 감독님 이하 모든 스태프, 배우들이 다 슬픔 속에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고 안타까운 심정을 털어놨다.

‘나랏말싸미’에는 고 전미선이 연기한 소헌왕후의 천도재를 지내는 장면이 담겨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해당 장면은 고 전미선의 죽음을 떠올리게 해 먹먹함을 안긴다. 송강호는 “천도재 장면을 찍을 때는 저희 아버님이 돌아가신 날이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그 촬영을 끝내고 빨리 서울로 올라왔던 기억이 있는데, 영화 속에서 이런 결과가 되니 영화를 보면서 이루 말할 수 없는 착잡함을 있다”며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영화의 어떤 슬픈 운명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영화가 관객들에게 슬픈 영화가 아니라 그 슬픔을 딛고 아름다운 얘기로 남을 수 있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마음을 다잡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박해일은 “기억이 생생하다”며 “각자 치열하게 준비해서 촬영하고, 촬영을 마치면 식사하면서 오순도순 과거 이야기도 했다”고 고 전미선을 추억했다. 그는 “이 작품에 대한 설렘도 나누던 그런 추억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해 너무 안타깝다”면서도  “선배님의 마지막 작품을 함께하게 돼서 너무 영광이고, 보는 분들도 따뜻한 온기로 품어주시리라 생각한다”고 진심을 전했다.

조철현 감독은 눈물을 참지 못해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조 감독은 “천도재 장면을 찍을 때 전미선 씨는 그 자리에 없었다”고 어렵게 입을 열었다. 그는 “가이드 음악을 틀고 그 장면을 찍는데 궁녀 역을 하는 연기자들이 많이 울더라”라며 “연출자로서 울지 말라고 참아달라고 부탁했었다”고 회상했다. 잠시 말을 잇지 못하던 그는 “힘들다”라며 결국 눈물을 터트렸다.

조철현 감독은 고 전미선이 직접 만든 대사가 ‘나랏말싸미’에 담겼다고 밝혀 이목을 끌었다. 조 감독은 “내가 도저히 만들 수 없는 대사가 있어서 전미선 씨한테 부탁을 했다”며 “세종한테 처음으로 따끔하게 일침하는 장면”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백성들은 더 이상 당신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라는 대사를 전미선 씨가 직접 만들었다”면서 “세상의 모든 지도자들에게 여성이 할 수 있는 말이 아닌가 싶다”고 이야기했다.

한편 고 전미선은 지난달 29일 연극 ‘친정엄마와 2박 3일’ 공연차 전북 전주에 머무르다가, 전주의 한 호텔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