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팀연봉 1위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전반기 성적표는 꼴찌다. /뉴시스
올 시즌 팀연봉 1위팀인 롯데 자이언츠의 전반기 성적표는 꼴찌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프로의 세계는 냉혹하다. 결과가 명확하고, 결과에 의해 평가받는다. 잘한 팀은 우승의 영광을 누리고, 잘한 선수는 부와 명예를 얻는다. 시간이 흐르면 왕년의 스타는 떠나가고 새로운 스타가 등장한다.

무엇보다 프로의 세계는 ‘돈’이다. 간혹 의리와 감동의 스토리가 진한 여운을 안겨주기도 하지만, 프로는 곧 돈이라는 것을 반박하기 어렵다. 더 좋은 선수를 얻기 위해 ‘쩐의 전쟁’이 벌어지기 마련이고, 더 많은 돈은 그 선수의 가치를 증명하는 가장 중요한 숫자다.

막대한 몸값을 지닌 선수가 그에 걸맞은 활약을 펼치지 못할 경우 더 큰 비난을 받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고의 몸값을 받는 선수에게 적당한 활약은 ‘기대 이하’가 된다. 그리고 ‘기대 이하’의 활약이 이어질 경우 더 이상 최고의 몸값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이 역시 프로의 세계가 곧 돈이자, 냉혹한 이유다.

이러한 측면에서,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전반기는 가혹한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

롯데 자이언츠의 전반기 최종 순위는 10위, 다시 말해 ‘꼴찌’다. 9위 한화 이글스와 게임차는 없지만, 무승부가 2번 있었던 탓에 승률에서 0.002 밀렸다. 선두 SK 와이번스와의 게임차는 무려 28.5경기에 달한다.

롯데 자이언츠는 전반기 대부분을 바닥에 머물렀다. 4월까지는 그나마 중위권 아닌 중위권 자리를 지켰지만, 5월 들어 하락세가 뚜렷해지더니 5월 22일 이후 쭉 꼴찌를 달렸다.

사실, 롯데 자이언츠는 꼴찌가 낯설지 않은 팀이다. KBO 10개 구단 중 가장 꼴찌를 많이 경험했다. 프로야구 출범 이듬해인 1983년 처음 꼴찌를 기록했고, 이후에도 7번이나 더 그 자리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2001년부터 2004년까지 전무후무한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기도 했다.

다만 마지막으로 꼴찌의 불명예를 쓴 2004년 이후 14년 동안은 꼴찌의 악몽에서 벗어나 있었다. 2008년부터 2012년까지는 5년 연속 가을야구에 진출하며 부산을 뜨겁게 달궜다. 그런데 올 시즌 다시 ‘꼴찌의 그림자’가 드리운 것이다. KBO리그가 10구단 체제를 구축한 이후 롯데 자이언츠가 전반기를 꼴찌로 마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롯데 자이언츠가 올 시즌 팀연봉 1위의 팀이라는 점이다. 롯데 자이언츠의 올 시즌 팀연봉 총액은 100억원이 넘는다. 앞서 언급했듯, 프로의 세계는 곧 돈이다. 팀의 입장에선, 많은 돈을 썼다면 그만큼 성과를 내야한다. 하지만 롯데 자이언츠는 가장 많은 돈을 쓰면서도 가장 낮은 순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이는 프로의 세계에 반하는 비정상적 행보다.

적은 돈을 쓰는 팀이 뛰어난 효율을 자랑하며 더 많은 돈을 쓰는 팀보다 좋은 성적을 낼 수는 있다. 그러나 가장 많은 돈을 쓰는 팀이, 단순히 우승에 실패한 것이 아니라 꼴찌로 추락했다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의 행보는 ‘헛돈쓰기’의 정석과도 같다. 지난 수년간 엄청난 자금을 투입해 외부FA를 영입하고, 내부FA를 단속하며 화려한 타선을 구축하고도 투수 및 포수 전력에 대해서는 손을 놓았다. 게다가 많은 연봉을 받는 선수들이 부진으로 신음하며 제 역할을 하지 못했다. 그렇게 롯데 자이언츠의 돈은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아직 시즌이 끝나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실적으로 좋은 성적을 기대하긴 어렵게 된 시즌이지만, 적어도 꼴찌는 피해 중하위권으로 도약해야 한다. 7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게임차가 4~5경기 정도인 만큼, 결코 불가능한 미션이 아니다.

부디, 돈으로 꼴찌를 사는 웃지 못 할 일은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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