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 브랜드 혼다를 향한 전범기업 지적도 재차 언급되고 있다. /시사위크
최근 국내에서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일본차 브랜드 혼다를 향한 전범기업 지적도 재차 언급되고 있다. /시사위크

시사위크=권정두 기자  최근 한일관계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국내에서는 반일감정 및 일본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 양국 정부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일본 참의원 선거에서 아베 신조 총리가 승리하며 갈등국면이 더욱 장기화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일본 기업들은 이러한 상황에 좌불안석이다. 일본을 대표하는 자동차 브랜드 혼다 역시 그 중 하나. 특히 혼다는 ‘전범기업’이란 지적까지 제기되며 더욱 곤란한 상황을 맞고 있다. 그래서인지 일본 불매운동 정보를 제공하는 사이트 ‘노노재팬’에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혼다가 전범기업 논란에 휩싸인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6년 혼다는 걸그룹 AOA가 발표한 신곡 ‘굿럭’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며 뜻밖에 논란에 휘말렸다. AOA가 뮤직비디오를 통해 전범기업의 PPL 광고에 나섰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이다.

혼다가 전범기업으로 지목된 이유는 전투기를 제조한 핵심 전범기업 ‘나카지마 비행기’에 부품을 공급해준 하청업체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당시 이 같은 지적을 제기한 보도가 적잖은 파문을 일으킨 뒤, 정정보도문이 속속 올라왔다.

정정보도문은 혼다가 1948년에 설립돼 애초에 전범기업이 될 수 없고, 전신도 나카지마 비행기 하청업체가 아니라는 내용이었다. 또한 국무총리실 산하 ‘대일항쟁기 강제동원피해조사 및 국외강제동원희생자 등 지원위원회’가 2012년에 발표한 전범기업 명단에도 혼다가 포함되지 않는 등 혼다는 전범기업이 아니라는 내용이 정정보도문에 포함됐다.

하지만 이후 3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 반일감정 고조와 함께 ‘혼다는 전범기업’이란 지적이 다시금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온라인 등을 통해 확인되는 지적들을 살펴보면, 2016년 당시 제기된 것과 근거가 다르지 않다.

그렇다면, 혼다는 정말 전범기업이 맞을까.

혼다는 일본의 입지전적인 기업가인 고(故) 혼다 소이치로가 설립 1948년 설립했다. 따라서 혼다 자체를 전범기업으로 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2차대전 당시 존재하지도 않았던 기업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과거 일각에서는 ‘혼다가 만든 오토바이는 우리나라와 2차대전 피해국을 짓밟는데 앞장섰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소 간의 여지가 남는 부분은 혼다 소이치로의 앞선 행적이다. 혼다를 설립하기 전, ‘나카지마 비행기’에 부품을 납품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나카지마 비행기’는 당시 전투기를 제조한 핵심 전범기업이다.

혼다 소이치로의 혼다 설립 전 행적에 대해선 여러 설이 존재한다. 다만, 혼다 소이치로가 전범기업 활동을 통해 부를 축적한 뒤 이를 바탕으로 혼다를 설립했다고 보기엔 다소 무리가 따른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앞서 논란이 일었을 당시 사실관계를 확인해본 적이 있는데, 작은 자동차정비 업체였던 것으로 기억한다”며 “혼다의 시초는 자전거에 엔진을 장착한 모터사이클이다. 아주 작은 규모에서 시작했다. 그런데 전범기업을 전신으로 뒀다는 것은 맞지 않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렇듯 혼다를 향한 전범기업 지적은 다소 과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적어도 강제징용을 저질렀거나, 전쟁을 통해 막대한 이익을 올린 ‘진짜 전범기업’들과는 구분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혼다를 둘러싼 논란은 꾸준히 반복되고 있다. 2016년 AOA 뮤직비디오 PPL 논란에 앞서서는 2013년 ‘다케시마 후원기업’ 명단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 물론 이 명단은 신뢰성이 없는 것이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혼다는 전 세계 50여개국을 무대로 삼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정치 또는 이데올로기적인 활동은 하지 않고, 할 이유도 없다”고 강조했다.

다만, 혼다코리아는 거듭된 논란과 관련해 적극적인 해명 및 입장발표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상황이 상황인 만큼,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사태가 조속히 잘 해결되길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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