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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자의 줌인
‘닥터탐정’이 주는 소중한 여운
2019. 07. 23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건을 드라마에 담아낸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 / SBS 제공
구의역 스크린 도어 사건을 드라마에 담아낸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 / SBS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2016년 5월은 공기업 직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 하나로 버틴 19살 청춘이 숨을 거둔 날이다. 실업계고 3학년으로, 서울 지하철 1~4호선 스크린 도어를 관리한 것으로 알려진 김군. 3년이 지난 시점, 그의 사건이 다시금 회자되고 있다. SBS 수목드라마 ‘닥터탐정’을 통해서다.

지난 17일 첫 방송된 SBS ‘닥터탐정’은 산업현장의 부조리를 통쾌하게 해결하는 닥터탐정들의 활약을 담은 사회고발 메디컬 수사극이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SBS ’궁금한 이야기 Y‘ 등을 만든 박준우 PD가 첫 제작한 드라마로 방영 전부터 시청자들의 기대감을 끌어 모았다.

또한 ‘도중은’ 역을 맡은 박진희는 ‘닥터탐정’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고, 일터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드라마를 통해) 전달되어야할 진실, 진심, 리얼 등이 힘 있게 전해질 예정”이라고 밝혀 차별화된 사회고발 드라마를 예고케 만들었다.

'정하랑'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곽동연 / SBS '닥터탐정' 방송화면 캡처
'정하랑' 역을 완벽하게 소화해낸 곽동연 / SBS '닥터탐정' 방송화면 캡처

최근 방송된 ‘닥터탐정’은 2016년 5월의 순간을 재현한 듯한 연출로 시청자들의 이목을 사로잡았다. 배우 곽동연이 ‘닥터탐정’에 특별출연, ‘정하랑’ 역을 현실적인 연기로 풀어내며 김군의 모습을 절로 연상시키게 만들었다. 극중 곽동연은 직업고등학교 출신으로 TL메트로 정직원이 되는 꿈을 품고 있는 ‘정하랑’ 역을 맡았다.

곽동연은 어려운 가정을 일으켜 세우기 위해 정상적인 건강상태가 아니었음에도 씩씩하게 일을 해내는 한편, 정규직을 앞두고 복잡했던 심리 표현을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특히 상사의 지시로 무리하게 스크린 도어 수리를 하던 과정에서 손이 미끄러져 선로로 떨어지는 찰나의 순간에 선보인 리얼한 표정연기는 시청자들의 몰입감을 배가시켰다.

일명 ‘구의역 스크린도어사건’을 모티브로 한 해당 에피소드는 당시 사건이 안전체계가 잘 갖춰지지 않아 벌어진 비극적인 일임을 날카롭게 꼬집는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직업환경의학 전문의 로 분한 박진희는 곽동연의 죽음이 업무 환경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UDC(미확진질환센터) 수석연구원 봉태규(허민기 역)와 함께 은폐된 진실찾기에 나서는 모습을 선보였다.

곽동연(정하랑 역)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진희 / SBS '닥터탐정' 방송화면 캡처
곽동연(정하랑 역) 죽음에 대한 진실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박진희 / SBS '닥터탐정' 방송화면 캡처

박진희는 죽기 전 곽동연이 계속적인 기침과 원인을 알 수 없는 두드러기 등 몸에 알 수 없는 이상 징후가 나타났던 사실을 토대로 사건의 원인을 찾아나가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산재임을 숨기려는 자와 이를 밝히려는 자가 선보이는 팽팽한 신경전은 시청자들에게 긴장감과 함께 분노를 자아냈다.

결국 박진희는 곽동연이 근무 과정에서 몸에 해로운 독성 물질을 사용했음을 알아내고, 죽음과 관련된 퍼즐을 하나씩 맞춰 나가는 모습으로 '닥터탐정'만의 통쾌함을 선사했다.

‘닥터탐정’은 실제 김군 유품에서 컵라면이 발견됐던 사실까지 드라마에 녹여내며 시청자들의 뭉클함을 자아냈다. 2인 1조가 업무상 규칙으로 정해져 있었지만 혼자서 위험한 작업 환경에 노출되어야 했던 현실 역시 작품에 그대로 담으며 김군의 고통을 시청자들과 함께 나눴다.

'닥터탐정' 에필로그 영상 중 / SBS '닥터탐정' 방송 캡처
'닥터탐정' 에필로그 영상 중 / SBS '닥터탐정' 방송 캡처

 

7시간만 더 살아있었다면 20살이 되었을 김군에게

축하 대신 추모를 전해야했던 3년 전 그날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시민의 안전을 위해 만든 문이 죽음의 관문이 되고만 현실.

우리가 누려온 안전이 누군가의 목숨을 담보로 한 것이었음을, 모두가 안전하지 않다면 아무도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김군을 통해 깨달았습니다.

노동 현장에서의 죽음, 결코 개인의 잘못임이 아님을 알리고 떠난 청년.

우리는 그를 ‘구의역 김군’이라고 부릅니다.

-‘닥터탐정’ 에필로그 中-”

3년 전 김군이 우리에게 전한 사회적 메시지를 되새기게 만든 ‘닥터탐정’. ‘닥터탐정’이 주는 메시지와 여운이 타작품에 비해 시청자들에게 깊숙히 그리고 소중하게 다가가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