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퓸'을 통해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배우 신성록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퍼퓸'을 통해 첫 로맨틱 코미디에 도전한 배우 신성록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연기라는 것을 알면서도, 나도 모르는 사이 ‘저런 모습이 현실에도 있지 않을까’하는 의문을 품게 만드는 배우들이 있다. 완벽한 악역 연기로 시청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배우 신성록. TV 밖에서 만나는 그와의 만남이 유독 기다려졌던 이유다.

최근 KBS2TV 월화드라마 ‘퍼퓸’을 통해 신선한 매력을 선보인 신성록이다. 지난 23일 종영한 ‘퍼퓸’은 인생을 통째로 바쳐 가족을 헌신했지만 한 가정을 파괴하고 절망에 빠진 중년 여자와, 사랑에 도전해볼 용기가 없어 우물쭈물하다가 스텝이 꼬여버린 남자의 이야기를 담은 드라마다. 극중 신성록은 창의적인 패션디자이너 ‘서이도’ 역으로 색다른 매력을 가감 없이 발산했다.

‘퍼퓸’은 신성록이 데뷔 이래 첫 선을 보인 로맨틱 코미디(이하 ‘로코’) 드라마다. 이에 걸맞게 신성록은 유쾌하면서도 사랑스러운 순애보로 ‘서이도’ 캐릭터를 표현,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처음으로 코믹 연기에 도전한 소감이 어떨까. 25일 <시사위크>가 서울 강남구 학동로에 위치한 카페에서 신성록을 만나고 왔다.

'퍼퓸'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인 신성록 / KBS2TV '퍼퓸' 방송화면 캡처
'퍼퓸'에서 코믹 연기를 선보인 신성록 / KBS2TV '퍼퓸' 방송화면 캡처

- 첫 코믹 연기 어땠나.
“악역, 센 캐릭터, 진중한 캐릭터들을 그동안 많이 했다. 그래서 환기를 시킬 수 있는 캐릭터를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그러던 중 ‘퍼퓸’ 제안이 들어와서 하게 됐다. 코믹 연기를 하다 보니 나에게 이런 표정이 있었나 싶기도 하고, 새로운 부분을 많이 발견하게 됐다.

또한 ‘퍼퓸’을 통해 밝은 사랑을 하는 연기, 많은 대사를 쉴 새 없이 쏟아내는 연기, 예능감 있는 연기 등을 원없이 했던 것 같다. 특히 이번 작품에서는 순수한 사랑 느낌이 많이 강조된 캐릭터인 것 같아 좋았다. 그간 소화한 많은 캐릭터들 중 제일 착한 역이 아닐까 싶다.(웃음)”

- ‘퍼퓸’ 촬영하면서 어떤 부분이 힘들었나.
“대사량이 많은 건 물리적으로 시간이 많이 드는 부분이지 않나. 또 천천히 대사를 하면 지루해질 수 있기 때문에 템포감 있게 연습을 많이 했다. 사실 현장에서 NG도 많이 냈다. 스트레스를 안 받았다고 하면 거짓말이지만, 그것을 해냈을 때의 희열감이 있었다. 또 제가 갖고 있는 단점들을 많이 극복했다. 나중에 이런 캐릭터 제안이 오면 할 수 있겠구나 하는 자신감도 생겼다.”

- ‘단점을 극복했다’고 했는데, 구체적으로 단점이 무엇인가.
“어렸을 때 말을 되게 웅얼웅얼하게 하는 버릇이 있었다. 지금도 그런 버릇이 있다. 배우는 전달해야하기 때문에 발음을 잘 해야 하지 않나. 물론 (작품을 하면서) ‘발음이 나쁘다’ ‘발음이 이상하다’라는 말을 잘 듣지 않기도 했지만, 대사량이 적을 때는 어느 정도 조절하면서 숨도 쉬고 할 수 있지 않나. ‘퍼퓸’ 촬영할 때는 4~5줄 되는 대사를 쉼 없이 말해야하니까 편법적으로나 눈 가리고 아웅식으로는 해결이 안났다. 완벽한 발음을 가지고 현장에 와야 했다. 이에 계속된 연습을 하다 보니 말을 빨리 하면서도 발음이 뭉개지지 않고 오히려 잘 들리게 하는 부분을 깨닫게 됐다. 래퍼들이 이렇게 랩하는구나 싶기도 했다(웃음). 그 전에는 말을 빨리하거나 많은 양의 대사를 뱉을 일이 없었다.”

고원희, 하재숙과 호흡을 맞춘 신성록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고원희, 하재숙과 호흡을 맞춘 신성록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고원희(민예린 역)‧하재숙(민재희 역)과 호흡은 어땠나.
“초반에는 고원희 씨랑 많이 붙었다. 20대 여배우인데도 불구하고 너무 경험이 많은 여배우처럼 순간순간 현장에서 나오는 아이디어들을 스펀지처럼 빨아드리더라. 순발력도 빠른 배우였다. 그런 부분에서 많이 배웠다. 하재숙 씨 같은 경우는 후반에 많이 붙었다. 워낙 연기를 잘하시는 배우지 않나. 감정이 거의 끝에 도달해서 만나다 보니 호흡 맞출 시간도 없이 그냥 서로 잘 맞았던 것 같다.”

- ‘별에서 온 그대’(2013~2014)를 시작으로 ‘공항 가는 길’(2016), ‘리턴’(2018), ‘황후의 품격’(2018~2019)까지. 흥행작들이 많다. 작품을 선택할 때 특별히 보는 것이 있나.
“예전에는 시켜만 주시면 ‘감사합니다’하고 했었다. 요새는 작품을 선택할 수 있게 되다보니 나만의 색깔로 표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저는 되게 긴장감 있는 연기를 좋아한다. 코믹도 갈증을 느끼고 있던 부분이라 좋다. 배우들이 딱 한 가지 부분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기회가 없어서 못 보여드리는 것일 뿐이다. 다양한 것을 계속 보여드리고 싶다. ‘제가 이런 몸입니다’ 보다는 새로운 것을 계속 찾고 싶다.”

- 거의 공백기 없이 작품 활동을 해왔다. 배터리가 방전되지는 않았나.
“지금까지는 그렇게 생각 못하고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배가본드’ 방송을 앞두고 있어서 드라마 촬영도 할 수 없고 스스로도 쉬어야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가족과도 놀고 싶고, 부모님한테도 잘하고 싶다. 여유를 찾아야할 시기인 것 같다.”

- ‘배우 신성록’이기 전에 ‘아빠 신성록‘이기도 하다. 어떤 아빠인가. (신성록은 2016년 일반인 아내와 결혼, 그 해 딸을 품에 안았다.)
“평범한 아빠인 것 같다. 아이가 4살이다. ‘너무 예쁘다’하면서도 ‘더 이상 안 컸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한다(웃음). ‘황후의 품격’ 끝났을 때 세트장 데려가서 황제 의자에 앉혀놓고 사진 찍었다. 나중에 ‘아빠가 황제 역할도 했어. 사진도 찍었어’ 그런 마음이 있는 것 같긴 하다.”

- 그동안 악역 캐릭터를 많이 해서 ‘현실에서도 그런 모습이 있지 않을까’ 하는 시청자들의 선입견이 있다. 실제 신성록은 어떤 사람인가.
“조심성이 많은 스타일이다. 위험한 것은 잘 안한다. 내 기분 즐겁게 하기 위해 번지점프를 하는 것 등은 내 취향에 안 맞는다. 여러 가지 문제가 될 행동을 충동적으로 하는 스타일은 아니다. 다르게 말하면 겁이 많은 것 같기도 하다. 또 되게 현실적인 인간이다. 미래 버킷리스트를 세우고 하는 것보다는 현실을 잘 사는 게 더 행복한 것이라는 생각을 한다.”

오는 9월 SBS '배가본드'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는 신성록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오는 9월 SBS '배가본드'를 통해 시청자들과 만나는 신성록 / HB엔터테인먼트 제공

- 오는 9월 방영 예정인 SBS ‘배가본드’를 통해 또 한 번 시청자들과 만난다. ‘배가본드’ 속 신성록은 어떤 모습인가.
“그간 했던 역할과는 다르다. 일단 악역이 아니다. 냉철하고 차분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다. 국정원 팀장으로, 자기 소신대로 움직일 수 있는 친구다. 국정원 여직원들이 좋아한다(웃음).

사실 걱정이 되긴 한다. 악역은 굉장히 특징적인 게 있지 않나. 하지만 워낙 유인식 감독님과 스텝분들이 면밀하게 캐릭터를 다듬어주셨다. 제가 할 수 있는 역할 중 가장 멋있는 캐릭터가 되지 않을까 싶다.”

-마지막으로 ‘배우’로서 최종 목표가 무엇인가.
“저만의 색깔이 확실히 있는 연기를 할 수 있는 배우가 됐으면 좋겠다.”

약 1시간 동안 진행된 인터뷰는 ‘사람 신성록’을 겪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소름 돋는 악역의 눈빛을 지워낸 신성록은 웃음이 많은 남자였고, 자신의 아이를 떠올리는 순간에 흐뭇해 할 줄 아는 평범한 아빠였다. ‘악역 전문 배우’ 신성록이 지닌 선입견을 확실히 지울 수 있다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역’ 이외에도 보여줄 모습이 많은 신성록. ‘배가본드’를 비롯해 그의 추후 행보가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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