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이글스(위)와 롯데 자이언츠는 승차 없이 나란히 최하위권에 위치해있다. /뉴시스
한화 이글스(위)와 롯데 자이언츠는 승차 없이 나란히 최하위권에 위치해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순위표는 전쟁터다. 누군가를 넘어서야 원하는 곳에 오를 수 있고, 언제든 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 특히 최종 순위를 가리게 되는 중후반 이후에는 순위표 곳곳에서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곤 한다.

전체 일정의 3분의 2 이상을 소화한 현재 프로야구에서도 전투가 한창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치열한 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순위표 맨 아래다. 9위와 10위의 ‘꼴찌 싸움’이 한 치 앞의 예상도 불허하며 연일 계속되고 있다.

9위는 한화 이글스다. 지난 1일까지 딱 100경기를 치른 가운데, 37승 63패 승률 0.370을 기록하고 있다. 한화 이글스보다 순위가 낮은 유일한 팀은 롯데 자이언츠다. 마찬가지로 딱 100경기를 치렀는데, 36승 2무 62승으로 0.367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두 팀의 순위는 승차 없이 승률 0.003 차이로 갈려있다. 언제든 순위가 뒤바뀔 수 있는 상황인 셈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두 팀은 서로의 자리를 지키며 나란히 동행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가 나란히 9·10위에 이름을 올리기 시작한 것은 6월 18일부터다. 최악의 시즌을 보내고 있는 롯데 자이언츠는 일찌감치 5월 22일부터 꼴찌를 달려왔고, 그나마 중위권 순위를 지켜오던 한화 이글스는 급격한 부진 및 경쟁팀의 반등 속에 9위로 내려앉았다.

더욱 흥미로운 점은 승차가 사라진 후반기 행보다. 두 팀의 승차가 사라진 것은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통해서였다. 그런데 다시 시작된 후반기에서 두 팀은 6경기 연속 같은 결과를 내고 있다. 첫 3연전을 모두 내주는 등 4연패를 기록하더니 이후 2연승으로 아쉬움을 달랬다. 어쨌든 늘 같은 결과를 내다보니 두 팀의 승차 없는 9·10위 동행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러한 동행이 언제까지나 계속될 가능성은 낮다. 프로야구는 2일 하루를 쉬고, 2연전 체제로 전환한다. 순위 싸움이 더욱 치열해지고, 변수가 더 많아지는 셈이다. 행여나 두 팀의 동행이 이어진다 해도, 이달 중순은 넘길 수 없다.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는 오는 15일과 16일 맞대결을 펼칠 예정이다.

다만, 두 팀의 꼴찌 싸움은 시즌 막판까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이들과 가장 가까운 8위 기아 타이거즈는 현재 0.418의 승률로 5게임 앞서있다. 추월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40경기 남짓 남은 일정을 고려하면 두 팀의 9·10위가 유력하다.

두 팀의 꼴찌 싸움은 그 어느 때보다 처절하게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두 팀 모두 ‘꼴찌의 악몽’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 자이언츠는 KBO리그 역사상 가장 많이 꼴찌를 경험한 팀이고, 유일하게 4시즌 연속 꼴찌도 경험한 바 있다. 한화 이글스는 최근 10년간 가장 많이 꼴찌에 이름을 올린 팀이다. 3년 연속 꼴찌를 비롯해 5번이나 꼴찌의 불명예를 기록했고, 특히 KBO리그 유일의 ‘9위 꼴찌’를 경험해본 팀이기도 하다. 프로야구 역사상 단 2년 뿐이었던 9구단 체제((2013·2014) 모두 꼴찌를 기록했다.

서로를 반드시 넘어야 할 ‘불편한 동반자’ 사이가 된 한화 이글스와 롯데 자이언츠. 마지막에 그나마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는 팀은 누가 될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