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도가 지난달 창사 후 첫 구조조정에 나섰다. 사진은 정몽원 만도 회장 /뉴시스

시사위크=서종규 기자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대규모 물량 감소.” “엄중한 위기.”

지난달 2일, 창사 후 첫 구조조정에 나선 만도의 정몽원 회장이 위기감을 드러내며 한 말이다. 한라그룹 자동차 부품사인 만도는 1962년 설립된 후 2014년 ㈜한라홀딩스의 자동차부품 제조·판매부문이 인적분할되고, 현재에 이르기까지 단 한 차례도 희망퇴직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지 않았다.

만도의 위기감은 중국발 ‘사드보복’의 여파로 인한 것으로 풀이된다. 사드보복으로 주요 시장인 중국에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판매량이 감소했고, 여기에 현지 부품 업체들의 성장에 경쟁이 치열해진 것이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실제 만도는 올 1분기 중국법인에서 단행한 구조조정으로 현지 법인인력의 15% 가량을 감원한 바 있다.

만도 관계자는 “중국 시장에서의 판매 저조, 국내 시장에서의 매출 감소와 미중 무역갈등 등 대내외 환경이 좋지 않은 상황”이라며 “건강한 회사, 영속적인 기업을 만들기 위한 불가피한 조치”라고 말했다.

업계에서도 만도의 위기감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내 자동차산업의 불황을 넘어 해외시장에서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는 것에 대한 우려다.

하지만 만도는 지난해 사드보복의 여파로 실적이 대폭 감소한 2017년 대비 호실적을 보였고, 주요 거래처로 꼽히는 현대차그룹 또한 올 들어 반등하고 있다. 위기감 속 반등의 불씨가 지펴지고 있는 가운데, 창립 후 첫 구조조정에 나설 만큼 만도는 ‘엄중한 위기’를 맞고 있는 것일까.

◇ 고꾸라진 실적… 반등 불씨는 지펴

만도는 사드보복이 본격화된 2017년 대규모 실적 하락을 겪었다. 2016년 3,050억원이던 연결기준 영업이익은 이듬해 835억원으로 하락했고, 당기순이익 또한 2016년 2,100억원에서 이듬해 182억원으로 고꾸라졌다. 별도 기준으로는 2016년 영업이익 598억원, 당기순이익 503억원을 기록했지만, 이듬해에는 729억원의 영업손실과 860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국내 완성차 업계도 사드보복의 영향을 받은 모양새다. 만도의 주요 거래처인 현대차의 실적도 하향세를 보인 것. 현대차는 2017년 연결기준 영업이익 4조5,746억원을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전년 대비 절반 수준인 2조4,222억원을 기록했다. 순이익 또한 2017년 4조5,464억원에서 지난해 1조6,450억원으로 급락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의 위기는 곧 만도의 위기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라그룹이 ‘범현대가(家)’ 기업인 것을 넘어 만도의 매출 대부분이 현대차로부터 나오기 때문.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만도의 지난해 매출 기준 현대차그룹 외 납품 비중은 43%다. 매출 중 절반 이상이 현대차그룹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현대차와 기아차의 부진에 직격탄을 맞는 구조다. 이에 만도는 오는 2020년까지 현대·기아차에 대한 매출 의존도를 40%로 낮춘다는 계획이다.

만도와 현대차는 지난해와 올해 실적 반등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만도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 1,974억원, 순이익 1,112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대비 각각 1,000억원 가량 증가한 실적이다. 올해 1분기 영업이익 321억원, 순이익 187억원을 기록했고, 2분기에도 영업이익 517억원, 순이익 326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이어갔다. 현대차 또한 올해 1분기 영업이익 8,249억원, 순이익 9,538억원을 기록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2분기에도 영업이익 1조2,377억원, 순이익 9,992억원을 기록했다.

2017년, 2018년 국내 자동차 생산량 및 판매량./한국자동차산업협회

◇ 업황 불황 지속… 힘겨운 실적 개선

실적 반등의 조짐에도 업황은 여전히 어두운 모양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402만8,834대로 전년 411만4,913대 대비 소폭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 국내 자동차 생산량은 202만8,332대로 집계됐다.

수출량 또한 줄었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수출량은 244만9,651대로 전년 253만192대 대비 소폭 줄었다. 올 상반기 기준 수출량은 199만9,349대로 집계됐다.

주요 시장으로 여겨지는 중국시장에서의 부진도 이어지고 있다. 실제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55만대를 웃돌던 현대차의 중국공장 생산량은 2017년 35만446대를 기록한 후 지난해에는 28만8,060대를 기록했다. 불과 4년 만에 중국공장 생산량이 ‘반토막’난 셈이다.

판매량 또한 하향세를 보이고 있다. 2015년 판매량 106만2,826대를 기록한 후 이듬해 114만2,016대를 기록했지만, 사드보복이 본격화된 2017년 78만5,006대로 급감한 데 이어 지난해 79만177대로 소폭 증가한 데 그쳤다.

현대차그룹은 중국 시장에서의 부진으로 올해 초 베이징 1공장을 폐쇄했다. 사진은 지난 2015년 중국 충칭 기공식 당시 사진./뉴시스

이에 따른 여파로 지난해 현대차는 중국 현지 임직원을 1,000여명 가량 줄였다. 같은 기간 기아차 또한 300여명의 현지 직원들이 짐을 쌌다. 여기에 올해 초 베이징 1공장이 사실상 운영을 중단했고, 공장 인력 중 일부는 2공장과 3공장에 전환 배치되는 한편, 나머지 인력은 희망퇴직으로 공장을 떠났다.

만도 또한 중국시장에서 부진을 겪고 있다. 만도의 중국 사업을 총괄하는 중간지주사격 회사인 만도홀딩스차이나는 지난해 74억원의 영업손실과 24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중국 자동차 산업의 침체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자동차 신차 판매량은 2,808만대로 집계됐다. 1990년 이후 꾸준히 전년 대비 증가한 판매량을 기록했지만, 지난해에는 28년 만에 전년 대비 감소한 판매량을 보였다.

세계 주요 시장의 불황으로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실제 국내 현대·기아차를 비롯 폭스바겐, 도요타, GM, 혼다, 스즈키, 재규어랜드로버 등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거나, 공장 폐쇄 등 조직 슬림화에 나설 계획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현재 자동차 산업 현황은 국내를 비롯해 선진국, 신흥국까지 상황이 좋지 않다”며 “특히 국내 완성차 업계와 부품업계가 중국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은 매우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부품 업체의 경우 중국 토착 기업들이 가격경쟁력을 바탕으로 치고 올라오는 상황에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며 “사드보복의 여파로 ‘친한 감정’보다는 ‘반한 감정’이 드러나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관계자는 이어 “국내 1차 부품업체들과 협력업체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며 “주요 시장인 중국발 사드보복의 여파가 아직 남아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2017년 세계 자동차 부품 업계 매출 순위 46위를 기록하기도 했던 만도는 이어진 중국발 리스크 등으로 실적 회복에 힘겨운 발걸음을 내딛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엄중한 위기’라는 말로 위기감을 표한 정몽원 회장이 구조조정으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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