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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영화는 영화의 힘으로…” 유해진의 현답
2019. 08. 06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유해진이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로 돌아왔다. /쇼박스
유해진이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로 돌아왔다. /쇼박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유해진이 영화 ‘봉오동 전투’(감독 원신연)로 돌아왔다. 매 작품 새로운 얼굴로 팔색조 매력을 뽐내는 그는 독립군 황해철로 분해 필모그래피상 가장 강렬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오는 7일 개봉하는 ‘봉오동 전투’는 1920년 6월, 죽음의 골짜기로 일본 정규군을 유인해 최초의 승리를 이룬 독립군의 전투를 담았다. 독립군 연합부대가 일본 정규군을 상대로 첫 대규모 승리를 거둔 봉오동 전투를 처음 영화화했다.

실제 역사적 사건을 소재로 하고, 한일 관계의 민감한 주제를 다루고 있는 만큼 유해진은 무거운 책임감과 부담감으로 작품에 임했다. 영화가 가진 ‘진정성’을 관객들에게 고스란히 전달하기 위함이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유해진은 “조심스러웠다”고 털어놨다.

“진정성 있게 다가가야 한다는 무게감이 있었다. 잘못 그려지면 오히려 튕겨 나갈 수 있는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상당히 조심스러웠다. 그래서 액션도 화려하지 않고, 기교가 들어가지 않게 하려고 했다. 생존을 위해 할 수 있는 몸짓이라는 것에 (원신연) 감독과 공감을 했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한 유해진 스틸컷. /쇼박스
‘봉오동 전투’에서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한 유해진 스틸컷. /쇼박스

극중 유해진은 독립군 황해철을 연기했다. 평소에는 허허실실이지만 전투가 시작되면 항일대도로 일본군의 목을 거침없이 베는 비상한 솜씨를 지닌 인물이다. 동료들의 목숨은 끔찍이 아끼지만 정작 자신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매번 용맹스럽게 일본군에 맞선다.

유해진은 해학적이면서도 의리가 넘치는 독립군 황해철로 완전히 분해 극을 이끈다. 독립군들의 큰형 노릇을 하며 분위기를 이끌면서도, 일본군 앞에서는 매섭게 돌변하며 섬뜩한 카리스마를 발산한다. 황해철로 분한 유해진은 그 어느 때보다 강렬했다.

그는 “황해철이 참 멋있었다”는 기자의 말에 “겸손 떠느라 하는 얘기인데, 이런 역할은 다른 사람이 해도 멋있다”고 농담을 건네 웃음을 안겼다. 그러면서 “정말 멋있는 역할”이라며 “동생에 대한 아픔이 있고, 또 다른 동생과 함께 나라를 구한다. 거기에 칼도 참 잘 쓴다. 멋있다”고 해철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봉오동 전투’에서 유해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쇼박스
‘봉오동 전투’에서 유해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쇼박스

해철은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전달자 역할을 하기도 한다. 설명적인 대사에 자칫 지루함을 느낄 수 있지만, 유해진은 유쾌함과 묵직함을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노련미로 눈을 뗄 수 없게 만든다. 해철이 동굴에 독립군들을 모아놓고 연설하듯 대사를 쏟아내는 장면이 그렇다. 오롯이 홀로 끌고 가며 스크린을 꽉 채운다. 유해진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는 순간이다.

“되게 중요한 장면이라고 생각했다. 어떻게 모이게 됐고, 어떻게 독립군이 됐는지 설명하는 장면이기도 하다. ‘어제 농사짓던 이들이 오늘 독립군이 될 수 있다’는 해철의 대사가 나오는데, 독립군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우리의 이웃이라는 것을 짚어주는 장면이었다. 잘 전달돼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있었는데, (완성된 영화를 보니) 다행이다 싶더라. 음악도 잘 받쳐준 것 같다.”

유해진은 ‘1987’(2017), ‘택시운전사’(2017), 지난 1월 개봉한 ‘말모이’ 등 근현대사의 굴곡을 다룬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다. 항일 메시지를 담은 ‘봉오동 전투’로 다시 한 번 민족의 아픔을 연기한 그는 “통쾌함이 있었다”고 이야기했다.

“작품을 선택할 때 배우가 기댈 수 있는 첫 번째는 시나리오다. 물론 감독을 볼 수도 있다. 그래도 기본은 시나리오인 것 같다. ‘봉오동 전투’는 통쾌함이 있었다. 다른 영화였다면, 끝을 크게 부각하려고 했을 텐데 ‘봉오동 전투’는 과정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동안 그려지지 않은 이름 모를 독립군들의 희생을 다룬 점이 좋았다. 목숨 바쳐 싸운 그들이 있었기 때문에 승리를 할 수 있었다. 그런 면에서 통쾌함을 느꼈다.”

유해진이 ‘봉오동 전투’의 매력포인트를 꼽았다. /쇼박스 /쇼박스
유해진이 ‘봉오동 전투’의 매력포인트를 꼽았다. /쇼박스 /쇼박스

‘결과’가 아닌 ‘과정’을 그려낸 ‘봉오동 전투’. 유해진이 꼽은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이다.

“한 영웅을 그린 게 아니라 이름 모를, 기록에도 남아있지 않은 분들이 희생한 과정을 담았다는 점이 좋다. 봉오동으로 유인하기까지의 과정, 그 안에 있었던 많은 분들을 그려냈다.  결과도 중요하지만, 과정을 그렸다는 점이 ‘봉오동 전투’의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생각한다.”

‘봉오동 전투’는 최근 한일 갈등 속 반일 분위기가 고조된 상황에서 개봉을 앞둬 영화 외적으로도 큰 관심을 받고 있다. 현 시국과 맞물려 흥행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지 않겠냐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러나 유해진은 좋지 않은 나라의 분위기를 이용하고 싶지 않다. 오롯이 영화의 힘으로 흘러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의 진정성이 느껴지는 현답이다.

“좋지 않은 나라의 분위기를 타서 이익을 얻고 싶지 않다. 영향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 영화의 힘으로 갔으면 좋겠다. ‘마침 봤더니, 통쾌하더라’라고 했으면 좋겠다. 만약 좋은 시국에 마침 좋은 영화가 나왔다면, 좋은 예가 되겠지만 지금 상황은 그렇지 않다. 영화는 영화의 힘으로 흘러가는 게 답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