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지 변신에 도전한 배우 정상훈 / 뉴시스
이미지 변신에 도전한 배우 정상훈 / 뉴시스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단 한 번도 웃기지 않습니다.”

앞서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제작발표회에서 정상훈은 이같이 말했다. 코믹한 연기로 사랑 받아왔던 그가 내린 뜻밖의 선택. ‘코믹’이 빠져도 정상훈의 연기, 괜찮을까.

지난 7월 5일 첫 방송된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불륜을 혐오하는 여자와 불륜을 즐기는 여자, 이웃으로 만난 두 여자의 아주 다른 불륜을 통해 들여다 본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중 정상훈은 지은(박하선 분)의 남편이자, 구청 사회복지과장 ‘진창국’ 역을 맡았다.

정상훈은 1999년 SBS 드라마 ‘나 어때’로 데뷔한 배우다. 하지만 정상훈을 배우가 아닌 개그맨으로 잘못 알고 있는 경우가 적지 않다. 2014년부터 2017년까지 tvN 예능프로그램 ‘SNL 코리아’에서 활동한 것이 큰 영향을 미친 것.

'품위있는 그녀' 속 정상훈 / JTBC '품위있는 그녀' 방송화면 캡처
'품위있는 그녀' 속 정상훈 / JTBC '품위있는 그녀' 방송화면 캡처

이후에도 정상훈은 드라마와 영화에서 특유의 맛깔나는 코믹 감성을 담은 연기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특히 JTBC ‘품위있는 그녀’(2017)를 통해 김희선(우아진 역)의 철딱서니 없는 남편 캐릭터를 완벽하게 표현해내며 시청자들에게 얄미움을 유발, 자신의 존재감을 확실히 드러냈다. 이밖에도 정상훈은 tvN ‘빅 포레스트’(2018), JTBC ‘리갈하이’(2019)와 영화 ‘배반의 장미’(2018) 등을 통해 유쾌한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애정을 얻었다.

이쯤 되니 정상훈을 생각하면 ‘코믹’이란 단어가 절로 떠오른다. 그래서일까. 정상훈이 웃음기 뺀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며 이미지 변신에 나섰다. 이와 관련 정상훈은 “오랜만에 눈물, 오열 연기를 한다. 제가 가슴 아픈 연기, 우는 연기를 할 때 시청자분들이 웃지 않으실까 걱정된다”고 걱정을 드러냈다.

웃음기 뺀 연기로 '진창국'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정상훈 /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방송화면 캡처
웃음기 뺀 연기로 '진창국' 캐릭터를 훌륭하게 소화하고 있는 정상훈 /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방송화면 캡처

걱정과 달리 정상훈은 코믹 요소 없이도 자신이 맡은 캐릭터를 기똥차게 소화해내고 있는 모습이다. 아내보다 유리앵무새에게 더 관심이 많은 캐릭터 설정을 능청스럽게 소화해내며 시청자들에게 “너무 완벽해서 울화통이 터진다”는 반응을 얻어낼 정도다. 또한 최근 방송에서 정상훈은 아픈 박하선을 걱정하는 다정한 모습을 보여주는가 하면 비뇨기과에 직접 찾아가 그동안 아내가 그토록 원했던 2세를 가지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는 변화된 모습을 선보여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코믹만 잘하는 배우가 아닌, ‘연기’를 잘하는 배우임을 입증해낸 정상훈. 웃음기 쏙 뺀 연기에도 정상훈은 충분히 시청자들을 몰입하게 만들었다.

아무리 ‘배우 정상훈’이라고 말해도 평가는 대중이 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내가 만들려고 해서 되는 게 아니에요. 그런 이미지를 지우겠다는 것도 아니에요. 그것도 과거의 내 모습이죠.

연기도 대중예술이고, 제가 판단할 문제는 아닌 것 같아요.

다만 당분간은 드라마와 영화로 어떤 선을 긋고 싶어요. 지금은 얇은 선이지만, 굵게 매직으로 칠하고 싶은 거죠. 저의 욕심이기도 해요.

-영화 ‘배반의 장미’ 인터뷰 중-

그의 바람은 ‘평일 오후 세시의 인연’을 통해 이룬 듯 보인다. 웃음기 뺀 연기로 ‘개그맨 정상훈’이 아닌 ‘배우 정상훈’으로 시청자들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것. 이번 작품 속 그의 연기가 유독 값진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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