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암전’(감독 김진원)이 베일을 벗었다. / TCO더콘텐츠온
영화 ‘암전’(감독 김진원)이 베일을 벗었다. / TCO더콘텐츠온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새로운 한국형 공포영화의 탄생을 예고하는 영화 ‘암전’(감독 김진원)이 지난 8일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독특한 구성과 탄탄한 스토리 라인, 배우들의 열연을 앞세워 여름 극장가 관객 취향 저격에 나선다.

8년째 공포영화를 준비하던 신인 감독 미정(서예지 분)은 어느 날 후배로부터 지나친 잔혹함으로 인해 상영이 금지된 영화에 대해 듣고, ‘그 영화’를 찾아 나선다. 실체를 추적하던 중 만난 그 영화의 감독 재현(진선규 분)은 “그 영화는 잊어, 죽음보다 끔찍한 인생 살기 싫으면”이라고 경고한다. 하지만 미정은 그의 경고를 무시한 채 더욱더 그 영화에 집착한다. 이후 미정에게 영문을 알 수 없는 기괴하고 끔찍한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암전’은 신인 감독이 상영 금지된 공포영화의 실체를 찾아가며 마주한 기이한 사건을 그린 공포영화다. 독립영화 ‘도살자’(2007)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김진원 감독의 첫 상업영화 입봉작이다.

‘암전’에서 미정을 연기한 서예지 스틸컷. / TCO더콘텐츠온
‘암전’에서 미정을 연기한 서예지 스틸컷. / TCO더콘텐츠온

‘암전’은 시작부터 강렬한 서스펜스로 관객을 단숨에 극으로 끌어당긴다. 영화 속 영화가 시작되고, 극장에 불이 꺼진다. 잠시 잠이 들었던 주인공은 텅 빈 극장에 홀로 남는다. 깜깜한 어둠 속 스마트폰 불빛에 의지한 채 간신히 출입문을 찾아 밖으로 나왔지만, 그곳에는 또 다른 공포가 기다리고 있다. 끔찍한 비주얼과 섬뜩한 사운드로 극강의 공포를 선사한다.

하지만 단순히 공포감을 조성하기 위한 공포영화는 아니다. 세상에서 제일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꿈 하나만으로 ‘그 영화’를 만들고 그 실체를 쫓는 두 인물의 비틀린 열망을 통해, 인간의 광기가 얼마나 무섭고 독한지 이야기한다. 그래서 더 현실적이고, 그래서 더 무섭게 느껴진다.

‘암전’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서예지(왼쪽)과 진선규 스틸컷. / TCO더콘텐츠온
‘암전’에서 연기 호흡을 맞춘 서예지(왼쪽)과 진선규 스틸컷. / TCO더콘텐츠온

영화 속 공포의 시작이자 끝인 폐극장은 세트장이 아닌 실제 존재하는 공간이다. 2005년 폐쇄된 전라북도 최초의 극장인 군산 ‘국도극장’에서 촬영됐다. 재현의 집 또한 실제 폐가다. 실제 존재하는 곳에서 느껴지는 리얼리티와 생동감은 물론, 폐공간이 주는 본능적 공포를 극대화해 서늘한 잔상을 남긴다.

서예지와 진선규는 더할 나위 없다. 먼저 서예지는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집념과 열망으로 똘똘 뭉친 미정으로 완전히 분해 몰입도 높은 연기를 펼친다. 화장기 하나 없는 창백한 얼굴과 차분한 목소리 등 비주얼부터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고, 공포에 질린 모습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눈빛 연기까지 섬세한 표현력으로 극을 이끈다. 여기에 귀신 목소리 연기까지. ‘하드캐리’한 그다.

‘암전’로 재현 역을 맡아 첫 공포영화에 도전한 진선규 스틸컷. / TCO더콘텐츠온
‘암전’로 재현 역을 맡아 첫 공포영화에 도전한 진선규 스틸컷. / TCO더콘텐츠온

진선규는 실체 없는 영화의 진짜 감독 재현 역을 맡아 데뷔 후 처음으로 공포 영화에 도전했다. ‘범죄도시’ 위성락 못지않게 섬뜩한 비주얼로 등장한 그는 관객을 죽음으로 몰아간 재현의 비틀린 열망과 감정선을 완벽히 표현해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앞으로 더 많은 공포 영화에서 그의 모습을 만날 수 있을 듯하다.

영화 속 미정은 김진원 감독이 투영된 인물이다. 김 감독도 미정처럼 공포 영화로 구원을 받았고, 누군가를 구원하기 위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었단다.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암전’이다. 공포영화 마니아라면, 신선하고 독특한 그리고 정말 무서운 ‘암전’을 놓치지 않길 바란다. 제17회 태평양-자오선 영화제 공식 초청작, 러닝타임 86분. 오는 15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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