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팩트체크
[이슈&팩트 (85)] 최순실 해외 은닉재산 '400조원' 정치공방
2019. 08. 09 by 정계성 기자 minjks@gmail.com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배현진 전 한국당 대변인이 박정희 통치자금 및 최순실 은닉재산 의혹을 두고 진실게임을 벌였다. /뉴시스
안민석 민주당 의원과 배현진 전 한국당 대변인이 박정희 통치자금 및 최순실 은닉재산 의혹을 두고 진실게임을 벌였다. /뉴시스

시사위크=정계성 기자  최순실 해외 은닉재산을 두고 배현진 전 자유한국당 대변인과 안민석 민주당 의원 사이 진실게임이 벌어졌다. 배현진 전 대변인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대통령은 당장 안민석 의원을 독일에 급파하시라. 400조원만 찾아오면 국난을 극복할 수 있다”고 적었다. 안 의원이 과거 제기했던 박정희 통치자금 및 최순실 해외은닉 재산 의혹을 비꼬려는 의도도 없지 않았다.

배현진 전 대변인은 비슷한 내용의 청와대 국민청원 주소도 링크했다. 해당 청원에서 청원인은 “안민석 의원은 지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의 비자금이 400조 가량 되며, 그것을 해외 특히 독일에 은닉하고 있다고 누차 말하며 독일도 몇 차례 방문한 것으로 안다”며 “정부차원의 자격으로 독일로 급파해 나라 경제와 미래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필요조치를 청원한다”고 했다.

안민석 의원은 ‘가짜뉴스’라고 맞받았다. 8일 안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400조라는 언급은 나와 무관한 가짜뉴스”라면서 “나는 박정희 또는 최순실의 재산이 300조, 400조 원이라는 말을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배 전 대변인을 향해 “공개사과하지 않는다면 남김없이 법적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와 관련해 안 의원은 <시사위크>와의 통화에서 “미 CIA가 1976년에서 1978년 동안 조사한 보고서가 프레이저 보고서이고 거기에 나와 있는 (박정희) 통치자금”이라며 “혼동을 하는 것인지 모르지만 통치자금과 개인자금은 전혀 다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프레이저 보고서상 박정희 통치자금 총계가 400조원 수준이며, 이 중 일부가 최순실 등에게 전해진 것으로 추정되고 이를 환수해야 한다고 말했다는 게 요지다.

◇ 박정희 통치자금과 최순실 개인자금 혼재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과 국내 재벌로부터 850만 달러의 자금을 수령해갔다는 내용의 프레이저 보고서 일부 내용. /achieve.org 프레이저 보고서 캡쳐.
박정희 전 대통령이 미국과 국내 재벌로부터 850만 달러의 자금을 수령해갔다는 내용의 프레이저 보고서 일부 내용. /achieve.org 프레이저 보고서 캡쳐.

안 의원이 과거 방송과 언론 등에 했던 발언도 비슷한 취지로 읽힌다. 2017년 4월 SBS와의 인터뷰에서 안 의원은 “박정희 통치자금이 당시 돈으로 9조원,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300조가 되는 돈”이라고 했고, 같은 해 CBS와의 인터뷰에서는 “박정희 통치자금이 8조5,000억원 규모이고 지금 돈으로 치면 약 300조”라며 “그 돈의 일부가 최순실 일가에게 나눠졌을 것”이라고 했었다.

다만 지난 2018년 6월 tbs라디오에서는 “어마어마한 박정희 통치자금이 이후 어디로 갔는지 추적해봐야 된다”며 “중요한 것은 지금 돈들이 막 옮겨지고 있을 거다. 하루바삐 이 부정재산 환수 특별법을 제정해야 된다”고 말한 적이 있다. 직전 발언에서 안 의원은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을 400조원 규모로 추정했는데, 이를 조사해 환수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따라서 400조원이라는 언급이 안 의원과 전혀 관련이 없다고 보기는 어렵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통치자금이 400조원이라는 프레이저 보고서의 근거도 명시적으로 찾기 어렵다. 보고서에는 박 전 대통령의 71년 대선자금과 관련해 ‘걸프’ ‘칼텍스’ 등 미국 기업과 국내 재벌로부터 자금을 요구해 총 850만 달러(8.5 million)를 수령했다는 내용이 나오는데, 이는 당시 돈으로 8조5,000억원이라는 안 의원의 주장과 다소 괴리가 있다.

이밖에 보고서에는 한국 정부가 1975년부터 1981년까지 경제발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85억 달러(8.5 billion) 원조를 요구했다고 나오는데, 이 부분이 안 의원이 말한 액수와 비교적 근사한 수치지만 통치자금으로는 보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에 대해 안 의원은 “보고서에 나온 통치자금의 합계를 구한 것”이라고 해명했는데, 보다 명확한 근거제시가 필요해 보인다.

한편 두 사람의 정치공방과 별개로 최순실 씨의 은닉재산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전날 민주평화당을 예방한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은 “(최씨에게) 굉장히 많은 재산이 숨겨져 있는 것 같은데 그 부분에 대해 우리나라가 사유재산에 대한 정보보호가 강해 접근하기 어렵다”며 국세청 등과 공조를 통한 조사를 예고했다. 윤 총장은 지난 국정농단 특검에 합류해 최씨 등에 대한 수사에 참여했던 인사다.

국정농단 수사를 담당했던 특검이 확인한 바에 따르면, 최순실 ‘일가’ 70여명의 재산은 약 2,730억원이다. ‘최태민 일가’라고 칭하는 것이 보다 정확하다. 이 중 최씨가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 재산은 230억원 수준이다. 지난 1월 매각된 것으로 알려진 서울 강남구 언주로의 7층 건물, 경기도 하남시 대지 및 건물, 강원도 평창 전답 및 임야 등이다. 재산형성 과정에서 불법성이 확인된 것은 없다고 특검은 밝혔다. 물론 현금성 자산과 해외 자산은 제외한 순수 국내재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