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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다 쏟아부은 서예지, 더할 나위 없었다
2019. 08. 1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서예지가 영화 ‘암전’(감독 김진원)으로 관객과 만난다. /킹엔터테인먼트
배우 서예지가 영화 ‘암전’(감독 김진원)으로 관객과 만난다. /킹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서예지가 영화 ‘암전’(감독 김진원)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장르를 불문하고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를 소화해 온 그지만, 공포·스릴러 장르인 ‘암전’ 속 그의 활약은 감탄을 자아낸다. 새로운 ‘호러퀸’의 탄생이다.

‘암전’은 신인 감독이 상영 금지된 공포영화의 실체를 찾아가며 마주한 기이한 사건을 그린 공포영화다. 독립영화 ‘도살자’(2007)로 해외 유수 영화제에 초청받으며 독특한 작품 세계를 인정받은 김진원 감독의 첫 상업영화 입봉작이다.

극중 서예지는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집념과 열망으로 똘똘 뭉친 미정으로 분했다. 미정은 10년 전 촬영됐다는 소문의 공포영화 ‘암전’에 대한 이야기를 우연히 듣고, 최고의 공포영화를 만들겠다는 집념으로 ‘암전’을  찾아 나서는 인물이다.

서예지는 처음 마주하는 공포로 인해 두려움에 떨면서도,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빠져드는 미정의 양면성을 완벽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공포에 질린 모습부터 광기에 사로잡힌 눈빛 연기까지 섬세한 표현력으로 극을 이끈다.

‘암전’에서 미정으로 분한 서예지 스틸컷. / TCO더콘텐츠온
‘암전’에서 미정으로 분한 서예지 스틸컷. / TCO더콘텐츠온

또 영화 속 귀신 순미의 목소리까지 직접 연기했다. 듣기만 해도 온몸에 소름이 끼칠 정도의 목소리 연기로 영화의 공포감을 극대화한다. 여기에 노 메이크업 열연부터 강도 높은 액션까지, 모든 것을 쏟아부은 서예지다.

서예지는 2013년 케이블채널 tvN 시트콤 ‘감자별 2013QR3’로 데뷔했다. 드라마 ‘야경꾼 일지’(2014), ‘슈퍼대디 열’(2015), ‘라스트’(2015), ‘화랑’(2016~2017), ‘구해줘’(2017), ‘무법 변호사’(2018) 등과 영화 ‘사도’(2015), ‘봉이 김선달’(2016), ‘기억을 만나다’(2018) 등에 출연했다.

‘구해줘’는 ‘배우 서예지’의 존재를 대중에게 제대로 각인시킨 작품이다. 극중 사이비에 감금된 소녀 임상미 역을 맡아 여린 소녀의 모습부터 강단까지 갖춘 캐릭터를 입체적으로 표현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특히 신들린 듯한 ‘방언 연기’로 큰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다시 한 번 장르물로 돌아온 서예지에게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서예지가 ‘암전’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킹엔터테인먼트
서예지가 ‘암전’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킹엔터테인먼트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서예지는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며 ‘암전’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내 눈길을 끌었다.

-영화를 본 소감은.
“공포영화지만, 슬펐다. 원래 사람이 고생한 거 보면 괜히 아련해지고 그렇지 않나. 하하. 고생한 게 그대로 담겼더라.”

-‘암전’을 택한 이유는.
“김진원 감독님 때문에 한 것 같다. 궁금해서 끌렸다. 소재나 캐릭터, 생각들이 굉장히 독특했다. 공포영화인데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어 하는 신인감독이라는 설정도 참 신선했다.”

-상업영화 첫 주연이다. 
“책임감이 되게 컸다. 부족함이 없어야 하고, 어색함이 없어야 하는데 잘 이끌고 나갈 수 있을까 부담감도 컸다. (김진원) 감독님과 대화를 많이 했고, 서로 믿으면서 갔던 것 같다.”

-미정을 어떻게 표현하고자 했나.
“여성성을 다 뺐어야 했다. 미정이 곧 김지원 감독이었기 때문이다. (김진원 감독이) 본인을 반영해서 만든 캐릭터이기 때문에, 감독님을 많이 관찰했다. 표정이나 말투 등 많이 보면서 저렇게 해봐야지 이렇게 해봐야지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성별에서 오는 차이는 다 버렸다. 중성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노 메이크업 열연을 펼쳤다.
“메이크업을 아예 안 했다. 선크림이라도 바르려고 했는데, 유분 때문에 주근깨 분장이 안 그려진다고 하더라. 그래서 선크림도 못 발랐다. 세수하고 바로 맨 얼굴로 촬영을 했다. 그런데 (김진원) 감독님이 찍을수록 ‘다크서클 더’라고 하는 거다. 그래서 ‘나한테 왜 그러시는 거냐’고 했다. 하하. 카메라 기법에 따라서 예쁘게 나올 수 있고 한데, 어떻게 찍어도 얼굴에 시선이 안 가길 원하셨던 것 같다”

-민낯에 대한 부담은 없었나.
“부담은 없었는데, 걱정은 됐다. 평소 (내가) 예쁘게 생겼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희 어머니도 그러셨다. 만약 그랬다면 ‘감자별 2013QR3’도 못했을 거다. 그래서 부담은 없었는데, 첫 장면부터 아픈 애처럼 나오는 거다. 빙의된 것 같이 너무 심한 거다. 하하. 못생기게 나오는 것보다 부자연스럽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 컸다.”

서예지가 진선규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킹엔터테인먼트
서예지가 진선규와 호흡을 맞춘 소감을 전했다. /킹엔터테인먼트

-진선규(재현 역)와의 호흡은 어땠나.
“너무 좋았다. 이렇게 좋을 수가 있을까 싶을 정도였다. 그런데 누구도 진선규 선배와 호흡을 맞췄다면 다 좋았다고 할 것 같다. 배려의 아이콘이다. 내가 되게 안쓰러웠나 보다. 계속 괜찮냐고 물어봤다. 말 한마디가 너무 따뜻했고, 서로 배려하면서 촬영했다. 정말 좋았다.”

-진선규와 격한 몸싸움도 펼쳐야 했다.
“처음 무술팀이 와서 시범을 보여줬는데, 내가 생각한 게 아니었다. 짜인 액션 같았다. 아무리 체구가 큰 여자라도 남자의 힘은 못 이긴다고 생각해서, 그 액션 장면을 다시 짰다. 진선규 선배와 맞추면서 만들어갔고, 감독님도 너무 좋아했다.”

-쉽지 않은 장르 탓에 후유증도 심했다고.
“‘구해줘’에 이어 ‘암전’까지 연속으로 어두운 걸 찍어서 그런 것 같다. 계속 가위에 눌렸다. 심신이 약해졌나 싶더라. 가위는 매번 눌려도 매번 무섭더라. 지금은 괜찮다.”

-밝은 캐릭터에 대한 갈증은 없나.
“(밝은 모습을) 너무 보여주고 싶다. 자꾸 어두운 걸 찍다 보니 계속 어두운 캐릭터 제안이 들어온다. 배우는 보이는 모습이 정말 중요하구나 싶더라. 그런데 또 좋다고 생각한다. 언제 하겠나라는 생각도 들고, 젊을 때 다 해보자 이런 마음도 있다. 다만 나이가 들수록 목소리가 더 낮아질 텐데 하는 걱정은 있다. 하하.”

귀신 목소리 연기까지 펼친 서예지. /킹엔터테인먼트
귀신 목소리 연기까지 펼친 서예지. /킹엔터테인먼트

-특유의 중저음 보이스가 이런 장르의 영화를 만나니 굉장히 잘 어울리더라. 
“나는 내 목소리에 되게 감사하다. 저음을 가진 여배우가 드물기 때문이다. 독특하기도 하다. 데뷔 초에는 얼굴은 20대 초반인데 목소리가 너무 준엄해서 매칭이 잘 안되더라. 그렇다고 내 목소리를 변조할 수는 없으니, 고민이 많았다. ‘감자별 2013QR3’ 때도 다섯 톤 올리고 연기를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고민 없다. 특히 어두운 캐릭터를 할 때는 있는 그대로 연기하다 보니 생동감 있게 그려낼 수 있어서 좋은 것 같다.”

-귀신 목소리 연기까지 했다.
“정말 별거 다 했다. 하하. ‘암전’ 정말 특별하다. ‘암전’ 촬영 끝나고 다른 작품을 하고 있는데, 김진원 감독님한테 안부 문자가 왔다. 연락을 자주 하는 분이 아닌데, 뭔가 부탁할 게 있나 싶더라. 귀신 목소리 얘기를 하길래 바로 안 된다고 거절했다. 그런데 우리 감독님이 항상 깊게 생각하고 행동하는 분이다. 이것 또한 의미가 있을 것 같은 거다. 역시 이유가 있었다. 그래서 쉬는 날 바로 녹음을 했다. 목을 부여잡고, 목소리 변조해가면서 애드리브로 다 했다. 하하.”

-데뷔 7년 차다.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면 어떤가.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
“고생했다고 말해주고 싶다.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가 위로가 되고 위안이 되는 것 같다. 앞으로의 소망은 건강했으면 좋겠다는 거다. 그동안 감정 소모가 많은 작품을 했다. 지금 컨디션이 좋아도 집에 가면 소진돼있더라. 정신 건강에 좋은 것들을 많이 하면서, 좋은 작품들을 만나고 싶다. ‘암전’처럼 심장이 뛰는 캐릭터를 만나고 싶은 마음이다.”

-‘암전’은 어떤 작품으로 남았나.
“‘암전’은 너무 감정을 많이 소모한 작품이고, 다 쏟아낸 작품이다. 그래서 되게 특별하다. 지금까지 연기가 아니더라도 30년을 살면서 언제 이렇게 소리를 질러봤을까 싶기도 하고, 내가 뭔가를 위해 이렇게 열정적으로 뺏어서 도망간 적이 있었을까 싶었다. 안 해봤던 걸 미정을 통해 다 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