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배성우가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으로 관객과 만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우 배성우가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으로 관객과 만난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잘생김’을 연기하는 배우 배성우가 이번엔 구마사제에 도전했다. 영화 ‘변신’(감독 김홍선)을 통해서다. 사제복을 입고 스크린 앞에 선 그는 인간미 넘치는 따뜻한 모습부터 강렬한 카리스마까지, 다시 한 번 스펙트럼 넓은 연기력을 입증했다.

‘변신’은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하는 악마가 가족 안에 숨어들며 벌어지는 기이하고 섬뜩한 사건을 그린 공포 스릴러다. ‘공모자들’(2012), ‘기술자들’(2014), ‘반드시 잡는다’(2017) 등을 연출한 김홍선 감독의 신작이다.

‘변신’은 기존 공포영화들과는 다른 느낌을 준다. 악마에 빙의되거나 악령 또는 혼령이 등장하는 것이 아닌 악마가 스스로 사람의 모습으로 변신해 섬뜩함을 안긴다. 배성우도 색다른 설정에 끌려 ‘변신’을 택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그는 “처음에는 ‘뭐지’ 싶었지만, 신선함에 끌렸다”고 밝혔다.

“처음 대본을 받았을 때 소재 자체가 뜬금없었다. 그런데 그만큼 신선한 느낌이 들더라. 장르의 매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어렸을 때부터 공포영화를 좋아했다. ‘엑소시스트’를 보고 나서 (공포영화를) 잘 보지 않았지만, 한국 오컬트 영화는 재밌게 보게 되더라. 이제는 고전적인 호러 영화가 아니라 되게 많은 장르가 섞여있지 않나. 위트도 있고, 여러 가지 요소가 있어서 항상 즐겁게 봤다. ‘변신’은 고전적인 호러에 가까운 것 같다. 오컬트 소재를 몰입도 있게 구성을 했다는 것에 매력을 느꼈다.”

‘변신’에서 구마사제 중수로 분한 배성우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변신’에서 구마사제 중수로 분한 배성우 스틸컷.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극 중 배성우는 삼촌 중수 역을 맡았다. 구마사제로서의 직업적인 능력과 강구(성동일 분) 가족의 삼촌으로서의 따뜻함을 동시에 지닌 인물로 완전히 분해 극을 이끈다. 특히 그는 중수의 인간적 고뇌를 섬세하게 표현해 호평을 받고 있다.

“사건 중심이면 인물의 행동에 포커스가 가는데, 단선적으로 가족 안으로만 포커스가 들어가다 보니 중수 캐릭터가 무거워졌다. 고뇌하는 캐릭터로 바뀌었다. 중수의 키워드는 죄책감, 회의감이었다. 그 안에서 감정을 타려고 했다. 낙차가 많이 줄어들었으니까, 섬세한 연기가 조금 더 필요했던 것 같고, 감정은 조금 더 뜨거워졌다.”

라틴어 연기도 선보였다. 배성우는 낯선 언어도 특유의 발성으로 완벽히 소화해 눈길을 끌었다.

“재밌었다. 신기하기도 하고. 외우는 게 빠른 편이다. 스트레스 안 받고 했다. 선생님 발음 똑같이 따라 하다 보니 꽤 비슷해지더라.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너무 옛날 로마 사람들 얘기하는 것처럼 하는 것도 이상하지 않나. 한국 사람인데. 하하. 이질감 들지 않을까 싶어서, 내가 이 말을 한다면 이 정도 발음이 되겠다 정도의 수위로 했다.”

배성우가 ‘변신’ 신파 설정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성우가 ‘변신’ 신파 설정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밝혔다.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구마 의식부터 라틴어, 피를 뒤집어쓰는 섬뜩한 장면까지 고생에 고생을 거듭한 배성우지만, 그가 가장 큰 공포를 느낀 순간은 벌레와 함께한 촬영이었다. “벌레 공포증은 유전”이라며 귀여운 반전 매력을 발산했다.

“진짜 공포였다. 벌레를 무서워하는 건 도시에서 자랐기 때문이 아니다. 그냥 그런 유전자다. 엄마가 시골에서 오래 사셨는데, 벌레를 정말 무서워하셔서 여름만 되면 고통스러웠다더라. (김홍선 감독이) CG를 안 쓰겠다고 해서 쥐나 벌레를 어떻게 할 거냐고 했더니, 그분들(쥐·벌레)을 매니지먼트하는 분들이 있다고 하더라. 연기 시키고, 수거해서 데려가시고 그랬다.

이틀 정도 함께 촬영했는데, 세트장 안에 풀어놓은 거라 공포를 덜 느끼긴 했다. 쥐는 익숙해지더라. 나중에는 귀여웠다. 그런데 지네는 끝까지 적응이 안 되더라. 지네 담당하는 분이 ‘물리지만 않으면 된다’고 안심시키더라. 물릴까 봐 무서운 건데(웃음). 존재감이 대단했다. 그분들(쥐·벌레)을 주연으로 영화를 찍으면 임팩트 있는 작품이 나올 것 같다.”

유쾌한 입담으로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하던 배성우는 ‘변신’은 둘러싼 신파 호불호에 대해 솔직한 생각을 털어놔 이목을 끌기도 했다.

“서스펜스나 공포적인 부분을 주로 갖고 오다가 가족 간의 이야기라서 어쩔 수 없이 슬퍼지고 안타까워지는 부분들이 있었다. 영화를 찍으면서, 그렇게(슬프게) 느껴지게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신파라는 것에 대해 확실히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고 우는 걸 좋아한다. 그런데 울리려고 만드는 영화는 머리로 감정이 올라간다. 코미디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되면 생각을 하게 되더라. 결국은 관객들이 가슴으로 봐야지 머리로 보게 하면, 그때부터는 구경하는 게 되는 거다.

신파가 울리는 거라면, 세련된 방식으로 관객을 잘 울리는 건 좋은 거라고 생각한다. 어떤 방식으로 슬픔을 다루느냐의 문제인 것 같다. 만약 관객들이 ‘변신’을 보고 ‘너무 신파다’라고 한다면, 마음으로 아픔을 느꼈다기보다 머리로 느낀 게 아닌가 싶어서 배우로서는 안타까운 일인 거다. 연기할 때는 최대한 자연스럽게 하려고 했다. 관객들이 느끼는 게 중요하지 않나. 그렇게 가려고 (성)동일 선배와 얘기를 많이 했다.” 

대세 배우로 떠오른 배성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대세 배우로 떠오른 배성우.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배성우는 연극 무대에서 시작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을 이어오고 있다. 영화 ‘김복남 살인사건의 전말’(2010)에서 수시로 형수를 성폭행하는 시동생 철종, ‘더 킹’(2017)의 두 얼굴의 검사 양동철, ‘안시성’(2018)의 든든한 부관 추수지, tvN 드라마 ‘라이브’(2018)의 휴머니스트 오양촌까지 선과 악을 넘나드는 강렬한 연기로 자신만의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다.

특히 ‘라이브’는 배성우에게 ‘인생 캐릭터’를 선물한 작품이다. 극 중 홍일 지구대 제1조 조장(경위) 오양촌 역을 맡은 그는 겉으로는 까칠하지만 속은 따뜻한 선배의 모습부터 괴팍하고 불같은 성격이지만 의리 넘치는 경찰, 또 아내 앞에서는 한없이 약한 현실감 있는 남편의 모습까지 다채로운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배성우도 ‘라이브’를 향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배성우가 꼽은 인생 캐릭터는 ‘라이브’ 오양촌이다. / tvN
배성우가 꼽은 인생 캐릭터는 ‘라이브’ 오양촌이다. / tvN

“‘라이브’가 기억에 많이 남는다. 대본을 받았을 때부터 대사들이 마음에 와닿는 게 많았고, 좋았다. 내 대사뿐 아니라 작품 전체에서 많은 느낌이 있었다. 그리고 드라마는 20시간 분량을 만들어야 하니까, 연기하는 시간이 더 많지 않나. 인물에 더 몰입되는 시간이 길어질 수밖에 없는 것 같고, 관계들도 더 잘 만들어지는 것 같다. 그렇다 보니 대본이나 캐릭터에 대해 내가 느끼는 애정들이 더 많았고, 즐겁게 행복하게 찍었다. 몸은 사실 제일 힘들었는데, 제일 즐겁게 찍었다. 연기하는 재미가 많이 있었던 작품이다.”

충무로 대표 ‘소배우’(소처럼 열일하는 배우)였던 배성우는 ‘라이브’ 이후 출연하는 작품 수는 줄었다. 대신 극에서 소화하는 비중이 커지며 어엿한 주연 배우로 성장했다. ‘변신’은 그의 이름이 크레디트 가장 먼저 기재된 첫 상업영화다. ‘대세 배우’가 된 소감을 묻자 배성우는 “대세 배우가 맞냐”고 되물으며 쑥스러운 듯 미소를 지었다.

“만약 그렇다면 너무 감사한 일이다. 대부분 배우들이 자기 일을 좋아할 수밖에 없는데, 나도 그렇다. 어떤 부분에서는 취미라고 생각할 정도로 즐겁게 하고 있다. 물론 몸도 힘들고 스트레스받는 일도 있지만, 그건 어떤 직업이나 다 있는 것이지 않나. 즐길 수 있는 일을 한다는 것이 정말 감사한데 그 일로 인해 누군가가 찾아준다는 것 자체가 더블로 감사한 일이지 않나 싶다. 그만큼 할 때 더 치열하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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