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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천생 광대’ 조진웅의 소신
2019. 08. 22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타고난 광대, 조진웅.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타고난 광대, 조진웅.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조진웅은 현실참여적인 의식과 마인드를 소유하고 있다. 할 말을 다 하는 모습이 좋았고, 이 시대의 진짜 광대라는 느낌을 받았다.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연출한 김주호 감독이 주연배우 조진웅을 두고 한 말이다. 그의 말처럼 실제로 만난 조진웅은 거침이 없었다. 생각보다 더 깊고 확고한 신념의 소유자였고, 자신의 생각을 표현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튀지 않는 것이 미덕으로 간주되는 사회에서 당당히 목소리를 내는 그의 모습은 ‘아무리 굶어죽어도 하고 싶은 말 하고, 의미 없는 재주는 부리지 않는다’는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광대패 리더 덕호와 똑닮아 있었다.

지난해 영화 ‘독전’을 시작으로 ‘공작’ ‘완벽한 타인’까지 연달아 흥행에 성공하며 뜨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는 조진웅이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으로 돌아왔다. 지난 21일 개봉한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조선 팔도를 무대로 풍문을 조작하고 민심을 흔드는 광대들이 권력의 실세 한명회(손현주 분)에 발탁돼 세조에 대한 미담을 만들어내면서 역사를 뒤바꾸는 이야기를 담았다.

극 중 조진웅은 광대패를 이끄는 리더이자 신묘한 재주를 지닌 풍문조작단의 연출가 덕호를 연기했다. 포용력 있는 리더십, 뛰어난 연기력은 물론 상대방을 쥐락펴락하는 말발까지 못하는 게 없는 팔방미인 매력을 발산, 호평을 받고 있다.

조진웅이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으로 돌아왔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조진웅이 영화 ‘광대들: 풍문조작단’으로 돌아왔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조진웅은 “덕호만 잘 되면 ‘호야 시리즈’가 완성된다”면서 재치 있는 입담으로 인터뷰를 시작했다.

“모든 연령대가 다 볼 수 있는 영화에 출연한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욕하고, 피 나오고, 총 쏘고 그런 영화들을 주로 했는데, ‘광대들: 풍문조작단’에서는 그러지 않아도 됐다. ‘나도 이런 영화를 할 수 있구나’ 싶더라. 김주호 감독님이 나를 염두에 두고 (시나리오를) 썼는지 안 썼는지 모르겠지만, 덕호와 되게 잘 맞았다. 이것만 잘 되면 ‘호야 시리즈’가 완성이 된다. ‘완벽한 타인’ 석호, ‘독전’ 원호, ‘광대들: 풍문조작단’ 덕호까지. 하하.”

조진웅은 “우리들의 이야기라서 ‘광대들: 풍문조작단’을 택했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10년 전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재밌는 광대가 되는 것이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조진웅과 ‘광대들: 풍문조작단’의 만남은 필연이 아닐까.

“광대들, 우리들의 이야기니까. ‘하기 싫은 건 죽어도 안 한다. 억만금을 줘도 안 그린다’라는 대사가 있다. 그런 마음이 광대들의 초심이라고 생각한다. 이것이 많이 사라질 수밖에 없는 현장이다. 상업영화니까… 이 시기에 고민을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작업을 한지 10여 년이 됐더라. 연극을 그 정도 못했다는 얘기인데, 이 시기에 광대들의 의미와 초심, 그들이 가져야 하는 소신들을 짚어보는 계기가 될 것 같았다.

초심은 분명히 있으니까 잊지 말자는 마음이다. 상기가 되는 지점들이 있어서 참 좋았다. 어렵더라도 그걸 지켜야 하는데 지켜질지… 어느 순간이 되면 약간 맹해지지 않나. 그렇게 될 것 같을 때 또 한 번 꺼내보려고 한다. 광대 의식이 정말 절실히 필요한 시기이니까. 나에게도, 세상에도.”

‘광대들: 풍문조작단’은 가벼운 코미디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하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무거운 이야기를 풀어내며 진중한 분위기로 결이 바뀐다. 이에 대해 조진웅은 “진중함 보다 마땅하다는 표현이 맞는 것 같다”고 말했다.

“덕호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덕호가 말보(잘못된 권력을 풍자하는 광대, 최귀화 분)의 진정성을 정말 몰랐을까. 말보에게 권력에 맞서지 말라고 하는 것이 정말 하지 말라는 마음에서 그랬을까. 다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모른 척했던 거다. 그러나 결국에는 그 길로 가게 된다. 그 진정성을 이야기해주는 게 맞다 생각했다. 진중하다는 의미보다 마땅했다고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조진웅은 말보가 그랬던 것처럼, 결국 말보의 길을 따른 덕호처럼 ‘할 말은 하는’ 배우다.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목소리를 내는데 소극적인 대부분의 배우들과 달리 소신 있는 행동과 발언으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조진웅이 초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조진웅이 초심에 대해 이야기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이날도 조진웅은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솔직한 발언을 이어나갔다. 그중 하나가 최근 고조되고 있는 반일 감정에 대한 소신 발언이다. 그는 “한 사람의 잘못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보고 있냐”면서 분통을 터트렸다.

“일본 한 사람의 잘못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피를 보고 있나. 맥주 안 먹고 그런 건 좋은데, 소상공인들이 걱정이다. 그들이 팔고 싶어서 파는 게 아닌데, 그런 딜레마가 있는 거다. 말하다 보니 갑자기 열받는다.

최근 영화 홍보차 예능프로그램 ‘선을 넘는 녀석들’(MBC)에 출연했다. 백색국가 제외 발표 한 시간 후에 촬영이었다. 거기에 있는 모두가 분노했다. 촬영을 하면서 몰랐던 사실들을 알게 됐고, ‘잊지 말아야겠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겠다’ 했는데 또 경제 침략을 하고 있지 않나. 얼마나 화가 나는 일인가. 외국에서 우리나라를 보면 참 신기할 거다. 강대국들 사이에서 어마어마하게 버티고 살지 않나. 어쩔 때는 또 이긴다. 이게 가능한 얘기냐는 말이다.

이번에도 어떻게든 정리가 될 거다. 다만 왜 저렇게 멍청한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 인류가 살아갈 때 가장 중요한 건 자연재해 아닌가? 그걸 어떻게 개발을 해서 인류가 여기서 어떻게 버티고 살 건지에 대해 논의해도 모자랄 마당에 왜 찌르냔 말이다.”

조진웅이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조진웅이 팬들을 향한 애정을 드러냈다. /워너브러더스코리아

조진웅은 “시대를 대변하는 목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내가 꾸준히 한다기보다, 그런 얘기를 아무도 안 한다고 하더라”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데 나는 뭐 이미 이렇게 된 거다. 이제 와서 나 그런 사람 아니고 연기만 한다고 할 수 있겠나”라고 덧붙였다.

또 “적당한 타협들이 항상 있고, 적당한 외압들이 있는데 못 본 척 지나갈 때가 많지 않나”라더니 “그러진 말자, 내가 할 수 있는 화법으로 외면은 하지 말자는 생각을 한다.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나한테도 상당히 고맙다”고 밝혔다. 조진웅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광대’로서 지키고자 하는 다짐이다.

조진웅이 흔들림 없이 나아갈 수 있는 건 팬들의 사랑 덕이다. 지치고 힘든 순간, 팬들이 보내준 편지를 읽으며 다시 나아갈 힘을 얻는단다.

“(관객들을 위해) 연기를 잘 해야겠다는 생각밖에 없다. 얼마씩 입금해드릴 수도 없는 노릇이고. 하하. 지치지 않고 갈 수 있는 이유 중 하나가 팬레터다. 나도 팬레터를 받는다. 받으면 안 보고 있다가 지치거나 작업이 잘 안 풀릴 때 한 번씩 보는데, 울컥울컥한다. ‘그래 내가 열심히 해야지’ 하면서 현장에 가는 거다.

내가 관객들 때문에 작업하는 것이지 다른 게 있겠나. 현장에서 우리 스태프들, 동료와 함께 최선을 다해서 하는 거다. 투정 안 부리고 너무 행복하게 하고 있다. 이럴 수 있나 싶을 정도로 현장이 좋다. 고생은 뭐, 뭘 하든 다 하는 거 아니겠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