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으로 관객과 만난다. /CGV아트하우스
정해인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으로 관객과 만난다. /CGV아트하우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익숙한 듯 새롭다. 장르는 같은데 전혀 다른 매력으로 마음을 흔든다. 배우 정해인이 영화 ‘유열의 음악앨범’(감독 정지우)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에 이어 다시 한 번 멜로를 택한 그지만, 정해인은 또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정해인은 오는 28일 개봉하는 ‘유열의 음악앨범’으로 첫 스크린 주연에 도전한다. ‘유열의 음악앨범’은 라디오에서 흘러나온 노래처럼 우연히 만난 두 사람 미수(김고은 분)와 현우(정해인 분)가 오랜 시간 엇갈리고 마주하길 반복하며 서로의 주파수를 맞춰 나가는 과정을 그린 레트로 감성 멜로다.

극 중 정해인은 엇갈리는 미수와의 행복했던 순간을 간직하고 싶은 현우로 분했다. 정해인은 1994년부터 2005년까지 현우의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인생에서 가장 불안했던 순간부터 여러 번의 위기를 겪으며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을 지켜내려는 모습을 몰입도 높은 연기로 소화해 호평을 받고 있다.

‘멜로장인’다운 활약도 빼놓을 수 없다. 보기만 해도 무장해제 시키는 순수한 미소부터 박력 넘치는 모습, 마음을 흔드는 애틋한 순애보까지. 제 몫, 그 이상을 해낸다. 상대역 김고은과의 싱그러운 ‘케미’는 덤이다. 정해인의 멜로에 또다시 빠질 수밖에 없는 이유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현우로 분해 열연을 펼친 정해인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유열의 음악앨범’에서 현우로 분해 열연을 펼친 정해인 스틸컷. /CGV아트하우스

개봉을 앞두고 <시사위크>와 만난 정해인은 “‘유열의 음악앨범’은 된장찌개 같다”면서 다소 엉뚱한 소개를 내놓았다.

-완성된 영화는 어땠나.
“시나리오보다 풍성하게 나온 것 같다. 시사회 끝나자마자 (정지우) 감독님한테 감사하다고 했다. 음악이 더해지고 내가 없었던 장면들도 추가되고, 편집이 완성된 영화를 보니 극이 풍성해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또 현우와 미수가 라디오에 보낸 사연을 읽어주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봄밤’에 이어 또다시 멜로를 택했다. ‘유열의 음악앨범’만의 특별한 매력이 있었나.
“아날로그적인 감성을 좋아한다. 시나리오를 받고 되게 감성적이고 서정적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자극적이고 극적인 것은 없었지만, 된장찌개 같은 느낌이 좋았다. 내가 연기한 현우도 여러 가지 힘든 상황에서 극복하려는 의지와 능동적인 모습에 매력을 느꼈다. 현우를 연기하고 싶다는 욕심이 들었다. 그리고 결정적인 이유는 정지우 감독님 때문이다. 첫 만남에서 배우 정해인이 아닌 인간 정해인으로 존중해준다는 걸 피부로 느꼈다. 감독님과 작업한다면 정말 행복하겠다는 확신이 들었다.”

-정지우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배우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할 수 있게 풀어주신다. 디테일한 분이지만, 연출 지시는 추상적으로 한다. 처음에는 어려웠다. 그런데 이해하고 나니 너무 좋더라. 연기할 수 있는 범위가 넓어졌고,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감독님과 방향성을 맞춰가는 공동 작업이 재밌었다.”

-김고은과의 호흡은.
“귀 기울여주고 경청해줘서 고마웠다. 연기를 하면서 본인의 대사를 하기도 벅차고 바쁜데  상대방을 주시하고 경청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다. 그런데 (김고은이) 정말 잘 해줘서 고마웠다. (김고은이) 정지우 감독님과 한번 호흡을 맞춰서 그런지 호흡이 굉장히 잘 맞더라. 내가 현장에서 낯설어하니 빨리 동화되고 적응할 수 있게 많은 도움을 줬다.”

-현우의 선택에 이해가 가지 않은 부분은 없었나.
“100% 이해하고 촬영에 들어갔다. 이해를 못하고 가면 걸림돌이 생길 거고, 어색한 연기가 나올 것 같았다. 대본을 다 이해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현우는 정해인이 아니니까… 최대한 작품 속의 캐릭터와 인간 정해인을 분리시키려고 노력한다. 물론 내면의 에너지를 끌어올 때도 있다. 모든 캐릭터에 내가 조금씩 녹아있지만, 나는 아니다. 닮은 부분이 조금씩 있을 뿐이다.”

정해인이 현우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CGV아트하우스
정해인이 현우를 연기하면서 중점을 둔 부분을 밝혔다. /CGV아트하우스

-약 10년에 걸친 현우의 성장기를 담는다. 각 시대별로 중점을 둔 부분이 있다면.
“우리 영화가 자존감에 대해 다루고 있다고 생각했다. 현우는 소년원에서 나와서 세상과 벽을 치고 담을 쌓고 살아왔다. 어둡고 그늘이 가득했다. 얼굴도 수척했다. 시간이 갈수록 몸도 커지고 얼굴에 살이 붙는다. 웃는 모습도 많아지고 표정이 밝아지는데, 미수의 영향이 크다. 반대로 미수는 빵집에 있을 때 가장 행복하다. 현우는 자존감이 바닥에서부터 올라가고, 미수는 내려온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 모두 성장한다. 자존감에 대해 많이 생각하게 됐고, (현우의 자존감이 올라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현우는 10년 넘게 첫사랑을 마음에 품고 살아간다. 정해인도 오랫동안 사랑을 이어간 경험이 있나.
“당연히 있다. 오랜 짝사랑을 해봤다. 한 번 인연을 맺으면 오래 두고 보는 편이다. 옷도 꽂히면 계속 그것만 입고, 노래도 꽂히면 그것만 듣는다. 음식도 맛있으면 하나만 계속 먹는다.”

-지난해 5월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종영 인터뷰에서 ‘대세’ 수식어에 대해 부담감을 표했다. 지금도 ‘대세’ 자리를 지키고 있는데, 여전히 두렵나.
“대세라는 타이틀을 인정하지 않는다. 정말 감사하지만, 스스로를 불행하게 만드는 수식어인 것 같다. 내 꿈은 건강하게 오랫동안 연기하는 건데, 그런 수식어가 붙으니 나도 사람인지라 휩쓸리게 되더라. 환경이 그렇게 만드는 것 같아 중심을 잡으려고 노력한다.”

-그렇다면 어떤 배우이고 싶나.
“그냥 계속 봐주셨으면 좋겠다. 수식어는 원하지 않는다. 어떤 수식어든 너무 감사한 일이지만, 그냥 늘 봐주셨으면 하는 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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