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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후의 경제학②] 홈마는 얼마나 벌까
2019. 08. 29 by 소미연 기자 pink2542@sisaweek.com

누구나 ‘덕후’가 될 수 있다. 마니아 이상의 열정과 흥미를 가지는 대상이 꼭 아이돌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아이돌 덕후는 아무나 할 수가 없다. 인기 많은 아이돌일수록 더 그렇다. 아이돌 문화산업에서 인기는 경제적 가치로 환산되기 때문이다. 팬의 입장에선 음반·음원은 물론이고 사야할 것, 사고 싶은 게 많아진다는 얘기다. 아이돌의 사진과 동영상을 촬영하는 일명 ‘홈마(홈마스터)’들이 내놓는 상품도 소장 목록에 포함된다. 이를 두고 혹자는 부가가치라 말하고, 또 다른 혹자는 상술이라고 말한다. 당신의 생각은 어떤가. | 편집자주

아이돌을 자주 볼 수 없는 일반 팬들에게 홈마들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홈마들의 불법 행위가 정당화되진 않는다. / tvN드라마 ‘그녀의 사생활’ 스틸컷
아이돌을 자주 볼 수 없는 일반 팬들에게 홈마들이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반가운 소식이다. 하지만 홈마들의 불법 행위가 정당화되진 않는다. / tvN드라마 ‘그녀의 사생활’ 스틸컷

시사위크=소미연 기자  팬들이 홈마에게 할 수 있는 최고의 덕담은 “적게 일하고 많이 벌어라”다. 정작 자신은 힘들게 용돈을 모으거나 월급을 받으면서도 홈마에겐 너그러운 모습이다. 그만큼 홈마가 촬영한 ‘내 가수’의 사진과 영상이 만족스럽다는 얘기다. 만족도는 구매 의사로 이어진다. 소장 가치가 높다는 의미다. 인기 홈마일수록 그가 만든 굿즈(Goods)는 잘 팔릴 수밖에 없다. 하지만 홈마가 돈을 얼마나 버는지 그 수익을 아는 사람은 없다.

그래서 홈마들이 가장 많이 판매하는 포토북과 슬로건 제작을 위한 견적을 받아봤다. 보통 홈마들은 1년에 한 번 자신이 촬영한 사진을 묶어 권당 2~3만원대의 포토북을 만들어 판매한다. 포토북의 사이즈와 엽서, 도무송스티커, 포토카드 등 추가 구성품에 따라 가격이 더 오르기도 한다. 슬로건의 경우 제작 시기가 따로 정해져 있진 않다. 기념할만한 사진이 나오면 때와 상관없이 제작에 들어간다. 가격은 평균 1만8,000원으로 책정돼있다. 여기서도 추가 구성품에 따라 가격이 변동될 가능성은 있다. 둘 다 배송비는 별도다. 

◇ 찍으면 돈이 된다

그렇다면 원가는 얼마나 될까. 포토북은 일반적 기준으로 접근했다. 표지 250g아트지, 내지 150g아트지로 가정하고 표지 포함 총 256페이지로 설정했다. 제작 부수는 500부로 잡았다. 이때 A4 크기로 제작할 경우 540만원의 비용이 필요했다. 권당 1만800원이다. 이보다 조금 크게 B4 크기로 제작할 경우 257만원이 추가되면서 권당 1만5,940원으로 올랐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제작 권수가 많아질수록 권당 단가가 떨어진다는 점이다.

홈마들의 판매 부수는 본인들이 공개하지 않기 때문에 알 수 없다. 다만 홈마들 중에서도 ‘탑시드’로 불리는 랭킹 상위권의 홈마들의 경우 해외까지 판매한다는 점에서, 일단 500부는 족히 넘길 것으로 보인다. 이들이 구매자 모집에 활용하는 트위터의 팔로워 수가 저마다 차이가 있지만 탑시드는 10만명(100K)을 훌쩍 넘기기도 한다. 10만명에서 500명이 포토북을 한 권씩 사들이면 구매율은 0.5%에 불과하다.

따라서 인기 홈마가 A4 크기로 포토북 500권을 제작해 권당 2만5,000원씩 팔았다고 가정할 경우 1,250만원의 판매고를 올릴 수 있다. 여기서 인쇄 비용을 지불하고 남은 금액은 710만원이다. 물론 인쇄 내용에 따라 비용이 더 추가될 수 있고, 특전으로 들어가는 구성품 제작과 포장 업체에 지불하는 비용까지 제외하면 약 500만원의 수익이 남을 것으로 계산된다. 더 많은 인원이 구매하고 제작 부수를 늘린다면 수익 역시 늘어날 수밖에 없다.

슬로건도 마찬가지다. 주문 수량이 많을수록 단가는 떨어졌다. 다시 말해, 많이 팔수록 수익이 커졌다. 비교할 견적은 60*20 크기의 더블스웨이드 재질에 앞면 사진, 뒷면 세 글자를 회색 반사로 선택했다. 해당 주문에 한 업체에선 1~9장까지 1만7,500원을 제시했으나 주문 수량이 100장을 넘어가자 장당 7500원까지 가격이 내려갔다. 다른 업체는 가격이 더 낮았다. 같은 주문 내용에 100장 제작은 장당 6,000원이었다. 글자를 요즘 인기 있는 매지컬 반사로 100장을 제작할 경우 장당 900원의 추가금이 붙었다.

홈마가 매지컬 반사의 슬로건을 1만8,000원씩 100장을 판매했다면 장당 1만1,100원의 이윤을 남기게 된다. 슬로건의 디자인과 색감 등에 따라 제작 비용이 인상될 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이윤이 적진 않다. 업계 소식통에 따르면, 포토북과 슬로건 등 대량 주문이 많은 유명 홈마들의 경우 포장과 배송을 일임할 업체와 계약을 하거나 별도의 사무실을 임대해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굿즈 제작·판매를 사실상 생업으로 삼은 홈마까지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게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홈마들은 직접 촬영한 아이돌의 사진과 영상을 포토북 또는 DVD 등으로 제작해 판매한다. 유명한 홈마일수록 판매 수익이 높다. / tvN드라마 ‘그녀의 사생활’ 방송 캡처
홈마들은 직접 촬영한 아이돌의 사진과 영상을 포토북 또는 DVD 등으로 제작해 판매한다. 유명한 홈마일수록 판매 수익이 높다. / tvN드라마 ‘그녀의 사생활’ 방송 캡처

실제 홈마들의 활동 영역은 이전보다 커졌다. 촬영한 사진과 영상은 다시 갤러리에서 전시회로, 극장에서 영상회로 팬들을 불러 모았다. 아이돌 전시회가 자주 열리는 서울 종로의 A갤러리를 성수기 기준으로 3일(금 설치, 토·일 전시) 대관할 때 약 170만원(2층 사용)의 비용이 필요하다. 하지만 입장권이 보통 1인당 1만원으로 판매된다는 점에서, 170명만 갤러리를 방문해도 손해 보지 않고 전시회를 열 수 있다. 전시를 위해 제작된 액자 역시 재판매로 이어지거나, 전시회에서 판매되는 굿즈 등으로 만회할 수 있다. 

영상회에서도 수익이 생긴다. 서울 종로의 B극장은 200석 규모의 상영관을 주말에 1회차 120분(입퇴장 포함) 대관 비용으로 90만원(부과세 별도)을 받고 있다. 홈마들은 영상회를 앞두고 1인당 2만원의 입장권을 사전에 판매한다. 만석이면 속된 말로 남는 장사다. 물론 영상회를 개최한 홈마들은 팬들에게 굿즈를 선물하고 추첨 같은 이벤트를 열기도 한다. 역으로 그만큼 상영관에서 굿즈와 자체 제작하는 DVD를 예약 판매한다. 

◇ 저작권 침해에도 눈감은 소속사

문제는 홈마들의 이 같은 상업 활동들이 불법이라는 점이다. 법조계에선 유명인의 사진을 개인 소장을 목적으로 촬영한 것과 달리 이를 상품화하고 판매한다면 영리의 목적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바 “초상권을 침해했다”고 판단했다. 특히 공연장 내 촬영은 원칙적으로 저작권법 위반이다. 결국 홈마들이 제작한 포토북과 DVD 등과 같은 상품들은 법적 문제에 자유롭지 못하다. 팬들 또한 홈마들의 불법 행위에 가담해왔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해 소속사는 고소를 통해 처벌을 요구할 수 있다. 하지만 홈마들의 상업 활동을 문제 삼지 않는다. 왜일까. 소속사는 홈마들의 입소문에 기댔다. 홈마들이 SNS를 통해 제공하는 콘텐츠가 팬덤을 형성하고 유지하는데 절대적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바이럴 마케팅’이다. 정황상 소속사에서 홈마들의 촬영을 암묵적으로 동의했다고 볼 수 있다. 도리어 소속사는 홈마들을 모니터링하고 있다는 후문도 나온다.

뿐만 아니다. 일부 행사장의 경우 출입을 허가받을 수 있도록 소속사가 홈마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다는 뒷말까지 나왔다. 지난해 9월 국회에서 열린 국가브랜드대상 시상식 때다. 문화부문 대상 수상자로 아이돌 그룹 워너원이 등장하자 홈마들이 국회를 출입하는 사진기자들에게 ‘비켜달라’고 했다는 일화가 지금도 유명하다. 당시 홈마를 처음 봤다는 모 기자는 “열정적으로 아이돌 사진을 찍는 모습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며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결과적으로 소속사의 방관이 사태를 키운 것으로 보인다. 법률사무소 결의 민사법 전문 이동훈 변호사는 “기본적으로 저작권 침해 행위는 친고죄다. 저작권자의 고소가 있어야 수사가 개시될 수 있다”면서 “상습성이 인정되는 경우 예외적으로 수사가 가능하지만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처벌불원 의사를 밝히면 공소제기할 수가 없다. 수사기관으로선 고소 없이 굳이 나설 이유가 없고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홈마들의 전자상거래법 위반 가능성을 제기한다. 사실 홈마들처럼 SNS를 통해 굿즈를 판매하기 위해선 사업자등록을 신청한 뒤 관할 구청에 통신판매업 신고를 해야 한다. 하지만 익명으로 활동하는 홈마가 사업자등록을 냈겠느냐는 게 의문의 시작이다. 홈마들은 트위터 아이디(ID)로 자신의 신분을 대신하고, 별도의 계좌를 통해 굿즈 대금을 입금받는다. 현금영수증은 발급하지 않는다.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아 수익을 알 수 없다.

모든 공영장 내 촬영은 저작권법 위반이다. 각 소속사에서 공연 전부터 불법 촬영에 관한 공지를 하고 단속에 나서지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 최근 콘서트를 열었던 아이돌 가수 A씨의 공연 안내문
모든 공영장 내 촬영은 저작권법 위반이다. 각 소속사에서 공연 전부터 불법 촬영에 관한 공지를 하고 단속에 나서지만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다. / 최근 콘서트를 열었던 아이돌 가수 A씨의 공연 안내문

더러는 약속한 굿즈를 받지 못하거나 예상과 다른 굿즈를 받게 되는 경우도 발생한다. 해당 굿즈를 판매한 홈마가 잠적하면 보상은 기대하기 어렵다. 법적 대응도 쉽지 않다. 이동훈 변호사는 “돈을 받고 물건을 판매할 의사가 없었다는 게 드러나면 사기죄로 고발을 할 수 있고, 예상과 다른 물건을 받게 될 경우엔 계약이 불완전하게 이행된 것이기 때문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을 수 있다”면서 “한정된 인력의 수사기관을 적극적으로 움직이게 하기 위해선 다수의 피해자가 규합해 수사의 명분과 구실을 만들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 SNS 거래에 커지는 탈세 의혹

일부 팬들은 유명 홈마를 국세청에 신고하기도 했다. 탈세 가능성이 있다는 판단에서다. 물론 세무조사를 받게 된 홈마들은 하나같이 볼멘소리를 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았다거나 굿즈의 수익은 아이돌의 생일 및 기념일에 이벤트나 서포트(조공)에 사용한다는 것. 틀린 말은 아니다. 아이돌을 응원하기 위한 지하철 전광판 광고, 팬들을 위한 컵홀더 이벤트 등은 소속사가 아닌 홈마들이 사실상 책임지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의 거래 방식은 문제가 많다. 

이에 대한 국세청의 고민도 적지 않다. 전기통신사업법과 개인정보보호 법률 등에 따라서 탈세 관련 신고가 없는 이상 SNS상에서 이뤄지는 통신판매들에 대한 관리 감독에 한계가 있다. 실제 신고를 받고 조사를 진행해도 세금이 면제되는 경우(6개월 기준 매출액이 1,200만원 이하)에 속할 때가 많다. 국세청 전자세원과 관계자는 “제도 개선을 통해 사업자등록과 신고납부를 권장하는 방향으로 양성화시키는 노력이 중요하다”면서 “현명한 소비자가 흐름을 바꾸는 원동력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