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병호가 홈런 1위에 이름을 올리며 5번째 홈런왕 등극에 다가서고 있다. /뉴시스
박병호가 홈런 1위에 이름을 올리며 5번째 홈런왕 등극에 다가서고 있다. /뉴시스

시사위크=김선규 기자  국가대표 거포 박병호가 또 다시 홈런왕 타이틀에 다가서고 있다. 부상과 부진으로 아쉬움이 남은 시즌이지만, 홈런 본능만큼은 변치 않는 모습이다.

미국 메이저리그에서 돌아와 두 번째 시즌인 올해, 박병호는 아쉬움이 많았다. 시즌 초반만 해도 맹타를 휘두르며 이름값을 했지만, 이후 부상과 부진이 덮쳤다. 4월 0.385를 기록했던 타율은 5월 0.242, 6월 0.250으로 뚝 떨어졌고, 1군 엔트리에서 제외되기도 했다.

박병호의 이름값과 존재감을 감안하면 아쉬움이 더 크다. 박병호는 2012년부터 2015년까지 역대 최초 4연속 홈런왕에 오르며 KBO리그를 정복했다. 비록 성공으로 이어지진 못했으나, 이러한 활약을 바탕으로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를 밟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 중심의 키움 히어로즈에서 가장 값진 경험을 지닌 선수이자 고참이다.

그만큼 타선의 중심을 잡아주는 것이 필요한데, 지지부진한 개인성적으로 인해 그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이 상위권에서 경쟁을 이어가면서 박병호의 입장은 더욱 씁쓸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박병호는 박병호였다. 특유의 몰아치기 본능을 앞세운 그는 어느덧 홈런왕 순위 가장 높은 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겨놓고 있다.

박병호는 올 시즌 홈런 레이스에서 팀 동료 제리 샌즈는 물론 ‘홈런 공장’ SK 와이번스의 최정·제이미 로맥에게 내내 밀려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그랬던 그가 반전을 쓰기 시작한 것은 8월에 접어들면서다. 8월의 첫날부터 홈런을 기록하더니, 3~4경기 꼴로 홈런을 쌓아나갔다.

그렇게 홈런 레이스에서 ‘스퍼트’를 시작한 그가 폭발한 것은 지난 27일이다. 홈런에 유리한 청주구장에서 한화 이글스를 상대한 그는 3연타석 홈런을 비롯해 이날 하루에만 4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다. 이로써 박병호는 8월에만 무려 10개의 홈런을 추가하게 됐다.

박병호는 미국으로 향하기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5년에도 한 경기 4홈런을 기록한 경험이 있다. KBO리그 역대로는 박경완과 최정, 윌린 로사리오, 한동민 등이 1경기 4홈런을 기록한 바 있는데, 두 번이나 기록한 것은 박병호가 유일하다.

이 같은 무력시위를 통해 단숨에 홈런왕 1위 자리에 오른 박병호는 이제 또 다른 기록을 바라보고 있다. ‘전설’ 이승엽이 보유하고 있는 역대 최다 홈런왕 타이틀이다.

부연설명이 필요 없는 전설의 홈런타자 이승엽은 1997년 첫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한 뒤 1999년에 이를 재탈환했고, 2001년부터 2003년까지 3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추가했다. 5번의 홈런왕 등극은 이승엽이 유일하다.

박병호는 앞서 언급했듯 2012년부터 2015년까지 4차례 홈런왕에 등극했다. 이를 통해 이미 장종훈과 이승엽이 기록했던 3년 연속 홈런왕 기록은 넘어선 상태다. 이제 한 차례 더 홈런왕에 등극할 경우, 박병호는 통산 5번째 홈런왕 타이틀을 차지하며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게 된다.

어느덧 30대 중반에 접어든 나이와 쟁쟁한 후배들의 도전을 감안하면, 박병호에게 올 시즌은 무척 중요하다. 이승엽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그를 넘어설 기반을 마련하는 마지막 기회일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5번째 홈런왕 등극을 향한 길이 무난하게 이어지진 않을 전망이다. 박병호가 28개의 홈런을 기록 중인 가운데, 타격감이 매서운 팀 동료 샌즈가 26개로 맹렬히 추격 중이다. 또한 SK 와이번스의 최정(25개)과 로맥(23개)도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경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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