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박하선 / 키이스트 제공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복귀한 박하선 / 키이스트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3년 만에 돌아온 박하선은 누구의 아내도, 누구의 엄마도 아닌 ‘배우’ 그 자체였다. 더욱이 안방극장 컴백과 함께 이미지 변신에 도전장을 내밀며 새로운 박하선의 모습을 기대케 했던 바. 기대에 부응하듯 오랜 만에 만난 박하선은 달라져 있었다.

박하선은 이미지 변신만큼이나 파격적인 작품을 택하며 컴백 전부터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시켰다. 채널A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3년 만의 복귀작으로 택한 것.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은 2014년 일본 후지 TV에서 방영된 ‘메꽃, 평일 오후 3시의 연인들’을 리메이크한 작품으로, 두 여자의 아주 다른 불륜을 통해 들여다 본 어른들의 성장 이야기를 그린 드라마다. 극중 박하선은 대한민국 평범한 젊은 아줌마 ‘손지은’ 역을 맡았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박하선.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속 박하선의 모습 / 키이스트 제공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시도한 박하선.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속 박하선의 모습 / 키이스트 제공

‘불륜’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소재 탓에 드라마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박하선은 소재가 주는 이미지와 정반대의, ‘진정한 사랑이 무엇인가’에 포커스를 맞춘 연기를 선보이며 시청자들 곁으로 서서히 깊숙이 스며들어갔다. 특히 현실적인 연기에 기혼자들의 호평을 얻었다.

시청자들에게 서서히 깊숙이 스며든 만큼, 최근 만난 박하선은 ‘손지은’을 쉽게 떠나보내지 못하고 있었다. 3년 만에 안방극장에 돌아온 박하선을 29일 서울 강남의 한 카폐에서 <시사위크>가 만나고 왔다.

-3년 만의 복귀작을 마친 소감이 어떤가.
“그제인가 집에서 있는데 귀뚜라미가 밖에서 울더라. 녹음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오늘도 ‘비가 오는 데 정우(이상엽 분)와 지은이는 만났을까’하는 생각을 했다.

끝났다는 실감은 나는데 아직 지은이를 보내고 있는 것 같다. 헤어지는 중이다. 원래는 (캐릭터와) 헤어지는 거 되게 잘하는 데 이번엔 좀 어려운 것 같다. 많은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던 것 같다. 또 도덕적인, 사회적인 묵직한 책임감을 끝까지 느끼고 있는 것 같다. ‘과연 이들이 행복하게 살아도 되는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 든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속 '손지은' 역으로 활약한 박하선 / 키이스트 제공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속 '손지은' 역으로 활약한 박하선 / 키이스트 제공

-드라마 소재 때문에 작품을 선택할 때 고민을 많이 했을 것 같다. 드라마를 선택한 이유가 무엇인가.
“저는 하나에 꽂히면 그 하나만 생각하는 사람인 것 같다. 시놉시스를 봤을 때 캐릭터들이 다 살아있었다. 그리고 ‘지금의 나를 보여줄 수 있는 제일 좋은 작품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배우는 연기를 하면서 인생을 알기도하고 이해도하고 성장을 한다고 생각한다.  MBC ‘하이킥! 짧은 다리의 역습’을 통해 젊음, 싱그러움, 애교를 보여드렸다면 tvN ‘혼술남녀’를 통해서는 서른이 되서 세상을 알고 사회에서 굽신거리기도 하는 젊은 세대를 표현했다. ‘이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달라진 상황 속에서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건 뭘까’라는 생각을 했다.

‘장보고 집안일 하고 화장 안하고 집에 있는, 3년 동안의 내 모습을 보여드리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거기에 꽂혔던 것 같다.”

-‘손지은’ 캐릭터와 비슷한 점이 있는가.
“소심하다는 부분에서 비슷했던 것 같다. 다른 점도 이해가 갔다. 극중 지은이가 이야기를 잘 안한다. 이 아이는 분쟁을 싫어하고 싸우는 걸 싫어하는 아이구나 싶었다. 결혼해서 5년을 살면서 참고 대화가 안되니까 포기를 했겠지 싶었다. (결혼 한) 여자분들 중에 그래서 답답하시다는 분들 많이 계시지 않나. 참고 살고, 싸우기 싫고 그런 부분도 공감이 가더라.

살면 살수록 분란을 만들고 싶지 않다. 일할 때든, 개인사든, 가정이든. ‘안 바뀌는 건 싸워도 안 바뀐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어릴 때처럼 욱하고 싸우는 것보단 좋게 좋게 넘어가려하고 인내하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함께 호흡을 맞춘 이상엽과는 호흡이 어땠나.
“되게 할 작품이 많겠다고 느꼈다. 이상엽 씨가 연기 잘한다는 건알고 있었지만 제 예상보다 너무 잘하시더라. 내가 아직 대중에게 보여주지 못한 모습이 많은 것처럼 이 사람도 더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상엽에게) 드라마 중후반부쯤에 예능이든 드라마든 나중에 또 만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 했다. 합이 좋았던 것 같다. 너무 고맙다. 그렇게 맞춰주는 남자 배우도 별로 없고 배려가 되게 좋다. 젠틀하고 편하게 해주려고 하고 존중해주고 되게 깍듯하게 대해주셨다. 마치 공주처럼 대접해주셔서 감사했다.”

팬들과 드라마를 함께 본 소감을 전한 박하선 / 키이스트
팬들과 드라마를 함께 본 소감을 전한 박하선 / 키이스트

-마지막 회를 영화관에서 팬분들과 함께 보지 않았나. 소감이 남다를 것 같은 데 어땠나.
“시청자분들의 요청이 많았다. 그래서 상엽 씨가 먼저 제안을 했다. ‘좋다, (돈을) 반반 내는 걸로 하자’고 했다. 시청자분들을 만나니 좋았다. 반응이 너무 강하게 좋아서 무서울 정도 였다.(웃음) 늘 ‘시청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을 많이 하지 않나. 유독 더 진짜 시청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하다는 말의 의미를 알게 된 작품이었다.”

-결말을 미리 알고 있었나.
“1부 방송 되기 전에 16부 대본이 탈고가 됐다. 나름 열린 결말 해피엔딩으로 끝나지 않았나. 결말에 대해 작가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작가님이 처음에 그렸던 그림대로 가시겠다고 했으나, 방송되기 전이라 걱정이 많았다. 개인적으론 방송을 안 본 사람도 챙기고 싶었다. 또 제작발표회 때 ”살짝 비극이었음 좋겠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데 작가님이 본 사람들은 점점 해피엔딩으로 끝나길 바랄 거라고 이야기해주셨다. 근데 진짜 반응이 그렇더라. ‘제 인생이 힘든데 이게 유일한 낙이다. 해피엔딩으로 끝났으면 좋겠다’이런 평이 많더라. 그런 사람들을 위한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끝까지 불편한 분들도 분명 계실거다. 죄송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다 채워드릴 순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지 않을까싶다. 저는 사실 15부가 엔딩이라고 생각한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제작발표회 현장에서 남편 류수영을 질투시키겠다고 했는데 방송을 보고 난 후 류수영의 반응이 어땠나.
“그 분도 오래 일을 한 배우라서, 개인적으론 안 좋아하실 수 있겠지만 작품이나 같은 배우로서는 좋다고 해주셨다. 시청률 올랐다고 좋아해 주시기도 했다.

(류수영이) 질투는 절대 안 할거라고 했는데, 하지 않을까 싶다. 저희 사이는 오히려 드라마하고 나서 좋아졌다. 전 되게 좋은 드라마인 것 같다. 안하던 구속도 하고, ‘어디야?’ ‘누구랑 있어?’라고 늦으면 전화도 온다. 많이 빡빡해졌다.(웃음) 결혼 3년차인데 그런 게 필요한 시기라고 생각한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속 이상엽(사진 좌측)과 멜로 연기를 선보인 박하선 / 키이스트 제공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 속 이상엽(사진 좌측)과 멜로 연기를 선보인 박하선 / 키이스트 제공

-정상훈(진창국 역)과는 같은 기혼자로서 많이 통하는 부분이 있었을 것 같다. 어땠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사실 사생활 이야기를 굳이 직장에서 잘 안한다. 정상훈 씨는 비슷한 부분이 있어서 많이 했다. 되게 가정적이시다. 좋은 숙소도 소개해줘서 가족끼리 갔다 왔다. 꿀정보를 많이 알려주셨다.”

-개인적으로 꼽는 명장면이 있나.
“숲어서 나온 장면은 다 예쁜 것 같다. 사실 실제로 갔을 때 예쁜 숲은 아니다. 친구가 어디냐고 물어봐서 ‘화면이 잘 나온거다’라고 말해준 적이 있다. 데이트 장면만 모아서 따로 나중에 돌려보려고 한다. 당장은 (마음이) 아파서 못 보겠다.

이번 작품이 신기한 게 원래 최대 6번까지 모니터링을 한다. 이번 작품은 한 번 밖에 못 보겠더라. 방송을 다 돌려보고 싶은데 마음이 괜찮아지면 보려고 정액제만 끊어 놓은 상태다. 나중에 추억삼아 돌려보자고 생각하고 끊었다. 묘한 작품인 것 같다. 더 생각 안하려고 예전에 실연당할 때 하던 집 청소를 열심히 하고 있다.”

박하선이 말하는 사랑에 대한 가치관 / 키이스트 제공
박하선이 말하는 사랑에 대한 가치관 / 키이스트 제공

-사랑에 대한 자신만의 가치관이 있나.
“어렸을 때는 사랑은 이런거라고 정의를 했던 것 같다. 나이를 들수록 사랑은 뭔지 어려운 것 같다. 사랑은 여러 모습이 있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설레는 게 사랑이라고 생각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호르몬 장난 같기도 하다. 좋고 편한게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적도 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다. 사랑은 여러 색체를 띄고 있고, 갈수록 정의가 잘 안내려지는 게 사랑인 것 같다.

예전엔 설레면 어떻게든 (그 사람을) 찾아내고 그 사람하고 잘 되보려고 했던 것 같다. 결혼의 여부를 떠나 나이를 먹다보니 ‘설레는 사람이 생겨도 굳이 찾아서 그 사랑을 해보려고 노력을 할까’하는 생각이 든다. 그 사람이 100% 완벽한 사람이 아닌 것도 알고, 그 설레는 사랑도 시간이 지나면 모습이 변하는 걸 이젠 알지 않나. ‘굳이 내 많은 걸 버리고 갈까’하는 생각이 들더라. 예전엔 내 모든 걸 버리고 사랑도 해봤고, 내가 가진 걸 지키면서도 사랑을 해봤다. 내걸 지키면서 사랑을 하면 상대방한테 미안함이 생기고 내걸 버리면서 하면 끝났을 때 내가 너무 죽겠더라. 적당히 균형을 맞추면서 해야 한다고 생각이 들지만 그게 또 사랑인 가 싶다.(웃음)  갈수록 생각이 많아지는 것 같다.”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이 박하선에게 준 가장 큰 메시지는 무엇인가.
“‘사랑이든 결혼이든 서로 노력이 필요하다’이다. 한 번쯤 서로 뒤돌아보면 좋을 것 같다. 그물에 잡힌 물고기라고 밥도 안주고 그러면 안된다. 또 대화가 진짜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출산을 하고 돌아왔음에도 예전과 큰 다름이 없더라. 관리를 열심히 하셨나.
“실제로 찐 타입은 아닌데 화면으로 통통하다는 평을 많이 받아왔었다. 그런데 이젠 조금 그립다. 어른들이 ‘젖살이 얼마나 예쁜 데 빼냐’고 하셨던 말이 점점 그리워진다.

20대 때는 먹는 대로 살이 쪘다. 그래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스스로에게 최면을 걸었었다. ‘난 작품이 들어가면 입맛이 없다’고 최면을 걸었다. 온갖 다이어트는 다 해봤다. 그래서 제일 효과를 본 게 쌀을 반으로 줄이는 거다. 백미 먹지 말고 잡곡밥으로 먹고, 저염식으로 먹는다. 설렁탕 사골 육수도 간 하나도 안하고 먹는다. 처음엔 밍밍한데 나중엔 고유의 맛이 느껴진다. 또 하루 두 끼만 먹는 거다. 한 끼는 요거트, 과일로 때우고 한 끼는 제대로 챙겨먹자는 주의다. 6시 전에 먹도록 한다. 예전엔 6시 이후 긴긴밤에 야식을 먹었는데 이젠 야식을 먹고 싶으면 곤약젤리 같은 걸 먹는다. 이게 찾다 찾다 찾아낸 방법인데 이렇게 유지가 되더라. 평소 운동 할 시간이 없지 않나. 계단을 오르는 거다. 힙업도 되고 유산소 운동도 된다. 그리고 전 살 쪘을 때 최대한 안 보여드렸었다. 복귀하는 데 3년이 걸린 덴 다 이유가 있다.(웃음) 이번 3년 동안 살 뺄 때는 호르몬이 달라졌는지 운동을 열심히 해도 안 빠지더라. 무서웠다. 그래도 결국 밥을 줄이니 빠지더라.”

어느 덧 데뷔 15년 차 배우가 된 박하선 / 키이스트 제공
어느 덧 데뷔 15년 차 배우가 된 박하선 / 키이스트 제공

-어느 덧 15년 차 배우다. 시간이 흐르면서 배우로서 달라짐 점이 있나.
“연기적으로 폭이 넓어지는 것 같다. 어렸을 때는 키스신을 찍는 것도 싫었었다.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어떻게 키스신을 찍나 싶었다. 또 찍어봤더니 좋지 않더라. 느낌이 이상했다. 그래서 심지어 ‘반 이상이 사랑 이야기인데 내가 이런 장면을 싫어하면 배우를 관둬야하는 거 아닐까’ 싶기도 했었다. 당시 아침 드라마와 영화를 같이 찍을 때 였다. 일주일 동안 2명과 키스신을 찍는 데 멘붕이 왔다.

이젠 연기를 일로 대하게 되면서 그런 지점에서 많이 열린 것 같다. 개인적으로 내가 너무 싫더라도 이해를 해봐야하는 거고 연기적으로 나이가 들면서 폭이 넓어진 것 같다. 예전엔 나를 많이 가뒀는데 지금은 많이 무장해제 시켜놓은 상태다.”

- 향후 계획은 어떻게 되나.
“지난 3년 동안 많이 쉬어서 더 이상 쉴 생각이 없다. 시간은 날 기다려주지 않는 데 많이 남기고 싶다. 어렸을 때부터 작품을 많이 하는 것이 꿈이었다. 다작배우가 되고 싶다. 제가 죽었을 때 ‘배우 박하선’이라고 묘비에 남기고 죽는 게 꿈이다. (묘비를 보고) 상대방이 ‘저 사람 배우였지’ 인정해줄 때까지 열심히 일하고 싶다. 점점 가까워지는 것 같아 더 열심히 잘 하고 싶다.”

2017년 류수영과 결혼하고 그해 8월 딸을 출산하며 3년간의 공백기를 가졌던 박하선. 그래서일까. 공백기를 깨고 돌아온 박하선의 모습에선 마치 신인 시절로 돌아간 듯한 열정이 돋보였다. “영화로도 만나 뵐 수 있을 것 같고 드라마, 예능 가리지 않고 할 것”이라며 열일 행보를 예고하고 있는 상황. ‘평일 오후 세시의 연인’을 통해 연기적인 폭을 한층 넓힌 박하선, 그녀의 열일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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