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위크-민생경제연구소 공동기획

소처럼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살림살이는 좀처럼 나아지지 않고 있다. 지갑은 갈수록 얇아지는 듯하다. 도대체 무엇이 잘못된 것일까. ‘민생 경제’ 위기는 단 한 가지 원인으로 귀결될 수 없다. 다양한 구조적인 문제들이 거미줄처럼 복잡하게 얽혀있다. 그 중에는 우리 사회에 뿌리내린 각종 불공정한 시스템도 중심축 역할을 한다. <본지>는 시민활동가인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주요 민생 이슈를 살펴보고, 이 구조를 어떻게 바꿔야 할지 고민해보고자 한다. 지금보다 더 나은 삶으로 나아가기 위해 무엇을 생각해야 하고, 무엇이 필요한지 말이다. [편집자주]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주택임대차 상담부터 분쟁조정까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기자는 지난달 20일 센터를 방문해 주요 서비스 내용을 들어봤다./ 시사위크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제정된지 올해로 38년째를 맞았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1981년 국민의 주거생활의 안정을 보장하기 위해 도입됐다. 민법만으로 경제적 약자인 세입자를 보호하기 어렵다는 판단 아래 도입된 제도다. 정부는 원활한 보증금 회수는 물론 최소한의 임차인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도록 그간 수차례 개정을 진행했다. 

◇ 상담부터 분쟁조정까지… 서울시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원스톱 서비스 

하지만 보호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주택임대차계약 과정에선 집주인과 세입자가 발생하는 분쟁은 천차만별이다. 자신의 권리를 제대로 알지 못해 피해를 보는 일도 발생한다. 시시비비를 가리기 어려운 사례도 적지 않다. 그렇다고 분쟁을 해결을 위해 소송을 벌이는 일은 서민에겐 큰 부담이다. 

서울시에는 이런 서민의 고민을 덜어주기 위해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은 “주택임대차 분쟁은 서민과 가장 맞닿아 있는 사안”이라며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가 제공하는 서비스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에 기자는 안 소장과 함께 지난달 20일 오후 4시 서울시 중구 서소문 시청 별관 1층에 위치한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를 찾았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행정 실무관(김중헌 주택건축본부 주택정책과 전월세팀장과 신동칠 주무관, 이진형 주무관)을 통해 센터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었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2012년 개소했다. 해당 센터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당선 공약 중 하나였다. 박 시장은 주거 안정을 위해 전세금을 보증해주는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를 당선 이듬해 서울시에 바로 설치했다. 

전국에서 가장 집값이 높은 서울시는 가구 절반 이상이 무주택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7년 기준 서울시의 총 가구(381만3,260) 중 50.8%인 193만8,071 가구가 무주택자다. 그만큼 전·월세를 사는 시민들이 많고, 주택임대차계약 과정에서 분쟁 비율도 높다. 서울시는 지자체 최초로 서민 세입자를 보호하기 위한 창구를 만들었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서비스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된다. 우선은 상담이다. 이날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을 방문했을 때, 상담 전화를 받고 있는 직원들이 가장 먼저 눈에 들여왔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주택임대차 관련한 전화‧온라인‧방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임대차계약사항, 보증금인상요구, 수선유지 등과 관련한 임대차 상담이 가장 많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주택임대차 관련한 전화‧온라인‧방문 상담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임대차 관련 상담건수는 2만3,494건에 달한다. /시사위크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임대차 관련 상담건수는 2만3,494건에 달한다. 여기에 대출상담(6,738건), 분쟁조정상담(4,336건), 법률상담(1,909건) 포함할 시, 지난해 상담 누적 건수는 3만6,477건으로 나타났다. 법률지원의 경우, 단순상담부터 임차권 등기명령, 내용증명 등 서류 작성 지원 서비스까지 제공하고 있다.  

◇ 집주인 vs 세입자 갈등 "분쟁조정 빠르면 한 달 안에 해결" 

김중헌 주택정책과 전월세팀장은 “상담 내용은 다양하다”며 “주택임대차보호법상 권리 조항을 잘 몰라서 문의를 하는 사례도 있고, 보증금을 떼어 피해를 본 다음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물어보는 일도 있다”고 말했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주요 상담 내용과 답변을 담은 상담사례집을 발표해 분쟁을 예방하는 일도 하고 있다.  

두 번째 서비스는 임대차분쟁조정 지원이다. 서울시는 2012년부터 간이분쟁조정을 절차를 진행하다 2016년 조례를 제정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이하 주택임대차분조위)를 공식적으로 설치했다. 2017년 주택주택보호법 개정으로 각 시·도에 주택임대차분조위 설치 근거가 마련되기 전에 선제적으로 제도를 마련했다. 

해당 분조위는 보증금반환논쟁, 원상회복의무이행, 수리비 청구 등 임대차와 관련된 주요 사항을 조정한다. 변호사, 공인중개사, 교수 등 전문가로 구성된 분조위 위원들은 분쟁조정 신청 당사자의 변론을 듣고 합의를 도출해 조정권고안을 마련한다. 

이에 대해 신동칠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주무관은 “빠르면 한 달 안에 조정안이 나와 분쟁이 해소될 수 있다”며 “조정이 성립되면 강제력이 있어 실효성을 갖고 있다. 향후 당시자가 조정안을 불이행한다면 법원을 통해 이 문제를 해결 수 있다. 이 경우, 권고안은 영향력을 가지게 된다”고 전했다. 

분쟁조정을 통해 해결된 사례 한 가지도 소개했다. 신 주무관은 “한 노후주택에선 누수가 발생해 분쟁이 일어나 분쟁조정을 진행한 사례가 있다”며 “임대인이 여러차례 수선을 해도 누수 문제가 해결이 안 돼 문제가 됐는데, 서로 양보해 분쟁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과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행정 실무관 3명이 센터의 주요 운영 현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장,김중헌 주택건축본부 주택정책과 전월세팀장, 신동칠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주무관, 이진형 주무관./ 시사위크

서울시주택임대차분조위에는 2016년 6월부터 올해 7월까지 총 272건의 분쟁조정 신청이 접수됐다. 이 가운데 조정이 개시된 건수는 82건이다. 조정 개시시 성립률은 80%(66건)에 달했다.  

센터의 세 번째 주요 서비스는 대출 서비스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이사시기 불일치 전월세 보증금 대출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임대차 계약 종료 전 갑작스럽게 이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세입자를 지원하는 대출 제도다. 집 주인이 이사시기에 맞춰, 새로운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보증금을 반환할 수 없다면 이같은 제도를 이용해보는 해법이 될 수 있다. 

◇ 이사 시기 불일치 세입자에 대출 서비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임대차계약종료 전 서울에서 서울로 이사하는 세입자에 대해 저리로 융자를 제공하고 있다. 임차주택의 보증금이 3억원 이내면 신청 가능하며, 금리 연 1.8%로 최대 1억8,000만원까지 대출받을 수 있다.

이에 대해 이진형 주무관은 “갖가지 상황으로 이사시기가 맞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세입자가 많다”며 “급하게 돈을 빌린다면 아무래도 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은행에서 단기 대출 시에는 이자는 물론, 중도상환수수료까지 내야 한다. 센터의 대출 서비스는 이런 부담이 없으니 유용하다”고 설명했다.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는 해당 대출 상품과 관련해 2013년부터 올해 9월까지 총 661건을 대출을 진행했다. 총 누적 대출액은 528억원이다. 

이 외에도 전월세보증금지원센터 실무관들은 임대차 시장이 안정화되기 위해선 적극적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봤다. 최대 2년 밖에 안 되는 임대차계약기간도 주거 불안정을 부추기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전월세 보증금 보증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신 주무관은 “임대차계약시 주택보증 금융기관을 통한 보증체계를 의무한다면 전세금을 떼이는 등의 피해는 작아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안진걸 소장은 “서민들의 주거부담은 갈수록 커져가고 있다”며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위한 종합적인 시스템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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