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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차승원 "가족의 소중함 또 깨달았다"
2019. 09. 04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차승원이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 YG엔터테인먼트
배우 차승원이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 YG엔터테인먼트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차승원이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감독 이계벽)로 추석 극장가 대전에 출사표를 던졌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순수한 반전 매력을 지닌 인물로 분한 그는 능청스러운 코믹 연기부터 마음을 흔드는 애틋한 부성애까지 완벽 소화하며 극을 이끈다.

추석 연휴에 맞춰 오는 11일 개봉하는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마른하늘에 ‘딸’벼락 맞은 철수(차승원 분)의 좌충우돌 코미디다. 아이 같은 아빠 철수 앞에 어른 같은 딸 샛별이 나타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았다. 영화 ‘럭키’(2016)를 통해 약 700만 관객을 사로잡은 이계벽 감독의 신작이다.

영화 ‘이장과 군수’(2007)를 끝으로 코미디 영화에서 모습을 볼 수 없었던 차승원은 12년 만에 코미디 복귀작으로 ‘힘을 내요, 미스터 리’를 택해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코미디 장르에서만 무려 1,400만 관객을 동원하며 한국 코미디 영화의 부흥기를 이끌었기 때문.

그러나 베일을 벗은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차승원은 웃음보단 눈물을 쏙 빼게 만들었다. 사고로 지적 장애를 갖게 된 철수로 분한 그는 혈액암을 앓고 있는 샛별을 향한 애틋한 부성애로 마음을 흔들더니, 대구 지하철 참사에서 사람들을 살리기 위해 온몸을 내던진 소방관의 아픔과 희생을 절절하게 담아내 먹먹한 여운을 남겼다.

실제로 만난 차승원은 착하고 따뜻한 영화 ‘힘을 내요, 미스터 리’와 똑닮아 있었다. 카리스마 넘치는 외모와 달리 소탈하고 자상한 매력으로 좌중을 사로잡았다. 재치 있는 입담은 물론, 진중하고 솔직한 그의 대답 한마디 한마디에 따뜻한 인간미가 고스란히 느껴졌다. 인터뷰가 진행된 카페 입구에 서서 “안녕하세요”라며 밝은 미소로 기자를 맞이하는 차승원의 모습만 봐도 그러했다.

차승원이 이계벽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 YG엔터테인먼트
차승원이 이계벽 감독을 향한 강한 신뢰를 드러냈다. / YG엔터테인먼트

-처음 제안을 받고, 어떤 마음으로 결정했나. 
“사실 이런 종류(휴먼 코미디)의 영화를 즐겨 보는 사람은 아닌데, 이계벽 감독을 만나고 마음을 정했다. 오래 두고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심성이 너무 좋더라. 우리가 사람을 만날 때 일적으로도 만나지만, 그 외적으로 만남을 갖기도 하고 그 만남이 좋아서 일로 연결이 되고, 혹은 연결이 안 되더라도 좋은 느낌들을 받지 않나. 그런 사람 중에 하나였다. 그래서 결정했다. 선장이 좋다면, 난관에 봉착해도 괜찮겠다는 기대가 있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는 어떤 영화인가.
“첫 번째가 따뜻함이다. 요즘 ‘착한 영화’라고 하면 안 좋게 비치더라. 좀 그렇다. 모델 생활을 굉장히 오래 했고, 소위 말해 트렌디한 것에 대해 나름 자부심이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인데, 착한 영화는 심심한 영화라고 규정짓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런 영화도 있고, 저런 영화도 있지 않겠나. 추석 때 가족들이 부담 없이 볼 수 있는 영화다. TV만 틀어도 흉흉한 일들이 너무 많은데, 그런 의미에서 한 번쯤은 볼만한 작품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나이가 들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이 변했고, 그러던 차에 만난 작품이 ‘힘을 내요, 미스터 리’라고. 
“맞다. 이 이야기를 처음 봤을 때 결핍이 있는 아빠와 결핍이 있는 딸이 힘들게 살아가는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서로에게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흐를수록 서로 보듬고 힘이 돼준다. 험난한 세상을 의지하면서 살아나갈 수 있는 이야기라는 점이 나를 움직였던 요소다. 나이가 들면서 내가 누구한테 의지하면서 살까, 누가 나를 의지해줄까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런 의미에서 가족의 소중함에 대해 또 한 번 깨닫게 됐다. 예전에는 바쁘게 사는 것이 가족을 위한 거라고 생각했지만, 정작 가족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필요할 수 있지 않나. 그런 시각들이 많이 변했다.”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철수로 분한 차승원 스틸컷. / NEW
‘힘을 내요, 미스터 리’에서 철수로 분한 차승원 스틸컷. / NEW

-철수가 후천적으로 지적 장애를 앓고 있는 인물이다. 여기에 초반에는 코믹적인 부분을 소화해야 했고, 후반부에는 결이 달라진다. 희화화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한 임무였을 것 같은데 코미디와 희화화의 차이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한 끗 차이다. 이용했느냐 안 했느냐의 문제다. 나는 그 사람(이계벽 감독)을 믿었다. 지금도 믿고 있다. 이 사람은 희화화하거나 이용하지 않는 사람이다. 그래서 내가 이 작품을 한 거다. 이계벽 감독을 1년 동안 겪으면서,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나 사람을 대하는 방식들을 통해 이 사람의 시선이 왜곡되지 않았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 믿음이 있었기 때문에 이 작품을 할 수 있었다. 감독 이계벽보다 인간 이계벽이 더 좋다는 것도 그런 의미다.”

-대구 지하철 참사가 이야기의 또 하나의 축이다.
“그 해 우리는 너무 큰 충격에 빠졌고, 정말 아픈 사고였다. 그것뿐이 아니라 (사건 사고가) 참 많았다. 그때마다 모든 국민들이 사실은 피해자였던 것 같다. 사고가 났을 때마다 주변에 우리가 알지 못했던 고마운 분들이 있지 않나. (철수가 연기한 소방관은) 그중 한 직업군이라고 생각한다. 그분들한테 감사하다. 정말 많이 고생을 하셨다. 결혼도 하고 자식도 있고, 식구가 있는데 남을 위해서 선뜻 그렇게 나설 수 있을까 싶더라. 나는 진짜 못할 것 같다. 웬만한 희생정신이 없다면 못할 일이다. 나이가 어렸을 때는 그냥 멀리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 같았는데, 나이가 들수록 그런 분들이 계셔서 고맙고 함께 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고마움을 한 번쯤은 느껴볼 수 있는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

참 좋은 사람, 차승원 / YG엔터테인먼트
참 좋은 사람, 차승원 / YG엔터테인먼트

-거창한 희생정신까지는 아니더라도 배우로서 더 좋은 세상,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책임의식이 있는 것 같다. 
“남한테 피해 주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은 한다. 아주 사소한 일부터 시작해서 남한테 굳이 잘해주진 않더라도 피해 주거나, 상처 주진 말자 생각한다. 그게 그대로 나에게 오거든.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잘 됐으면 좋겠고, 서로 칭찬 좀 해주고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는 거다. 사실 예전에는 나도 남 잘 되는 거 별로 안 좋아했다. 그런데 그게 아주 얄팍한 생각이더라. 나보다 젊은 세대들에게 더 나은, 괜찮은 세상이 돼야 하지 않겠나. 당장 내 자식들이 살아가는 세상이다. 걱정이다 정말. 그래서 나만 잘 되면 안 된다는 거다. 다 같이 잘 돼야 한다.”

-차승원 관련 기사에 ‘차승원의 단점은 뭘까’라는 댓글이 있더라. 굉장히 많은 사랑을 받고 있고, 대중에게 긍정적으로 평가받는 배우 중 하나다.
“제가 또 긍정의 아이콘이다. 하하. 꼭 관객들뿐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이상한 사람으로만 여겨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어떤 사람들은 댓글에 모진 욕들도 있더라. 난 그렇지만 않으면 된다. 다행히 나는 그래도 좋아하는 쪽이 더 많다. 모진 욕은 없다. 그런데 그러기 위해서는 평상시에 잘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더 잘 해야 한다. 많이 돌아다니지만 않으면 된다. 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