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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관행이 문제다②] '청문회 무용론'의 근본 원인은 '정쟁'
2019. 09. 05 by 은진 기자 jin9eun@sisaweek.com
16대 국회 때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역대 정부를 거칠 때마다 매번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돼왔다. / 뉴시스
16대 국회 때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된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역대 정부를 거칠 때마다 매번 '청문회 무용론'이 제기돼왔다. / 뉴시스

시사위크=은진 기자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6일로 확정됐다. 하지만 국회가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하지 않더라도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높다. 또 여야 대립으로 청문회 일정 합의가 늦어지면서 공식적인 증인 소환 절차도 밟지 못했다. 벌써부터 ‘맹탕 청문회’ 우려가 나오고 있는 이유다.

‘청문회 무용론’은 청문회 제도가 실시된 이후 끊임없이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임명된 장관급 인사가 총 16명에 달하면서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인사청문회법을 개선해야 한다는 주장엔 여야 모두가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다. 20대 국회에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만 9월 5일 현재 50건이다. 그러나 마지막 정기국회가 개회한 지금도 이들 법안은 계류 중일뿐 논의에 진전은 없다. 정치권 안팎에선 “청문회 개선하자는 주장이 ‘무용론’”이라는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현재 우리나라 청문회 제도는 16대 국회 때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면서 도입됐다. 국회는 대통령의 인사권을 견제하는 차원에서 대법원장, 헌법재판소장·국무총리·감사원장·대법관 후보자와 국회 몫의 헌법재판관·중앙선거관리위원 후보자 청문회를 실시하고 임명동의권을 갖는다. 부처 장관(국무위원) 및 방송통신위원장·국가정보원장·공정거래위원장·금융위원장·국가인권위원장·국세청장·검찰총장·경찰청장·합동참모의장·한국은행 총재·특별감찰관·한국방송공사(KBS) 사장 후보자의 경우에도 청문회를 거치지만 국회 동의 없이 임명 가능하다.

◇ 검증 아닌 정쟁으로 점철

가장 두드러지는 문제점은 여야 정쟁 구도다. 공직후보자를 검증해야 하는 자리가 여야 간의 ‘힘겨루기’로 변질돼 제대로 된 검증이 이뤄지기 쉽지 않다. 여당은 대통령이 임명한 후보자를 야당의 공격으로부터 ‘보호’하고, 야당은 인신공격이나 사생활 문제를 거론하면서까지 대통령의 인사정책에 ‘흠집’을 내는 데 혈안이 돼있다.

조국 후보자의 청문회가 대표적 사례다. 야권은 조 후보자가 정식으로 임명되기 전부터 “조국 입각은 안 된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다. 후보자의 업무능력이나 정책적 소신을 청문회를 통해 검증하기 전부터 ‘부적격’ 딱지를 붙인 것이다. 이는 청와대가 공직 후보를 임명하기 전 ‘사전검증’이 철저히 이뤄지지 못했다는 사실과도 연계된다. 청와대가 미처 밝히지 못한 사실이 야당이나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면 당연히 이후 과정은 여야 정쟁으로 비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2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적선현대빌딩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에서 취재진에게 입장을 밝히고 있다. / 뉴시스

◇ 사전검증제도의 필요성

지난 3월 최정호 국토교통부·조동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 후보자가 청문회 후 낙마하자 윤도한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이렇게 말했다. “청와대 인사 검증은 공적 기록과 세평 중심이라 일정 부분 한계가 있다. 인사청문회와 언론의 취재는 검증의 완결이다. 부실 학회 참석 사실이 사전에 확인됐다면 후보 대상에서 제외됐을 것이다.” 사실상 청와대 인사라인의 검증이 ‘완벽’할 수 없다는 점을 인정한 것이다.

◇ 불충분한 인사청문 기간

또 국외 사례에 비춰볼 때 우리나라 청문 기간이 비교적 짧다는 지적도 있다. 이는 청와대의 사전검증이 내실 있게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서 더욱 치명적 한계로 작용한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는 대통령으로부터 공직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요청안이 제출된 때로부터 20일 이내에 청문회를 마쳐야 한다. 또 소관 위원회에 회부된 날로부터 15일 이내에 청문회를 종료해야 하고 청문회 기간은 3일 이내로 한정된다.

한국법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에서는 인사청문 시한을 법률에서 한정하고 있지 않으며 제105대 의회의 경우 의회가 후보자를 인준하는 데 평균 73일이 소요된 것으로 알려졌다. 필리핀에서도 인준동의안이 인준위원회에 제출된 지 30일(회기일 기준) 이내에 심사를 마치도록 규정 돼 있다. 15일 내에 인사청문을 마쳐야 하는 우리의 현행법이 개정될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다.

박광온 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은 국회에 임명동의안을 제출하기 전에 공직후보자에 대한 사전검증 절차를 거치도록 하고, 임명동의안을 제출하는 경우에 사전검증자료 및 결과를 첨부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가장 최근(8월 1일)에 접수된 이종배 한국당 의원의 개정안 역시 대통령이 인사청문요청안과 함께 사전검증 서류를 제출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 ‘미국식’이 해법?

현재까지 발의된 인사청문회법 개정안 면면을 살펴보면 대부분 ‘미국식 청문제도’의 장점이 담겨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인사청문제도와 관련해 “미국식으로 인사청문 절차를 두 단계로 나눠보자”고 한 바 있다. 미국식 2단계 청문제도는 철저한 사전검증과 평판조사, 정책검증 위주의 청문회로 나뉜다. 총 청문기간은 3개월에서 5개월까지 소요된다. 미국 상원은 인사청문 대상에 대해 임명권한을 갖고 있지만, 철저한 청문제도를 거치다보니 20세기 내 장관 임명동의안 부결율은 2% 미만이라고 한다.

다만 우리나라와 미국의 의회 구성 및 정치적 상황이 판이하게 다른데다 공직후보자에 대한 국민적 감수성도 다르기 때문에 결국은 ‘우리 식대로’ 청문제도를 고쳐나가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제도의 모델 국가인 미국 상원의 인준청문제도와 비교되면서 많은 비판을 받아왔다. 그러나 미국의 인준청문제도는 건국과 동시에 도입돼 200년 넘게 운영된 반면, 국회 인사청문제도는 도입된 지 17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현재까지 제도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은 앞으로 인사청문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개선해 나가야 될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