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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스무살 김소현, 열여덟 조조를 만나다
2019. 09. 0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김소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이앤티스토리
배우 김소현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으로 시청자와 만났다. /이앤티스토리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아이처럼 해맑은 미소를 짓다가도 작품에 관한 생각을 전할 때는 누구보다 깊고 진중했다. 신중하게 내놓은 그의 대답 하나하나에 어떤 장면도 허투루 하지 않은 그의 노력과 고민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어느덧 성인이 된 배우 김소현의 이야기다.

1999년생인 김소현은 2007년 8세의 나이로 드라마 ‘행복한 여자’ ‘케세라세라’를 통해 연기 활동을 시작했다. ‘전설의 고향-아가야 청산가자’(2008) 첫 주연을 시작으로 ‘부자의 탄생’(2010), ‘제빵왕 김탁구’(2010), ‘짝패’(2011) 등에서 아역으로 활약했다. 2012년 방영된 드라마 ‘해를 품은 달’에서는 악역 윤보경의 아역을 연기하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보고싶다’(2012~2013), ‘아이리스2’(2013), ‘너의 목소리가 들려’(2013), ‘트라이앵글’(2014) 등에서 주인공 아역을 연기하며 내공을 쌓은 그는 ‘후아유- 학교 2015)’에서 타이틀롤을 맡아 극을 이끌었다. 특히 1인 2역을 완벽히 소화하며 호평을 얻었다.

아역배우로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던 그는 지난해 방영된 ‘라디오 로맨스’를 통해 성인 연기자로도 인정을 받았다. 극 중 글 쓰는 것 빼고 다 잘하는 라디오 서브 작가 송그림으로 분한 그는 청순한 분위기와 깊이 있는 눈빛 연기로 20대의 풋풋하고 달달한 로맨스를 그려내 긍정적 평가를 이끌어냈다.

김소현의 다음 행보는 글로벌 플랫폼 넷플릭스(Netflix) 오리지널 시리즈 ‘좋아하면 울리는’(연출 이나정, 극본 이아연·서보라)이다. 천계영 작가의 인기 웹툰을 원작으로 한 작품으로 반경 10미터 안에 좋아하는 사람이 들어오면 익명으로 알려주는 애플리케이션이 존재하고 보편화됐지만, 여전히 자신과 상대방의 진심을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김조조를 연기한 김소현 스틸컷.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김조조를 연기한 김소현 스틸컷. /넷플릭스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김소현은 주인공 김조조를 연기했다. 조조는 아픈 가족사에도 밝고 구김 없는 소녀로 좋아하면 울리는 알람 애플리케이션 출시 이후로 새로운 로맨스에 빠지게 되는 인물이다.

지난달 22일 넷플릭스를 통해 단독 공개된 ‘좋아하면 울리는’에서 김소현은 비주얼부터 조조와 완벽한 싱크로율을 자랑하더니, 조조의 설렘과 이별의 감정을 깊이 있는 눈빛과 풍부한 연기력으로 소화하며 다시 한번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입증했다.

최근 <시사위크>와 만난 김소현은 원작 팬이자 출연 배우로서 작품과 캐릭터를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그는 힘들고 아프지만, 씩씩하게 살아내고 있는 조조의 곁에 묵묵히 함께하는 친구가 돼주고 싶다고 진심을 내비쳤다.

-원작 웹툰과 다른,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만의 특별함이 있다면.
“현실적으로 다가와서 더 마음이 아프지 않았나 싶다. 웹툰에 있던 밝고 긍정적인 면들이 상대적으로 죽어 보이긴 하지만, (이나정) 감독님이 원하던 방향대로 간 것 같다. 연기적인 부분이나, 분위기가 어둡길 바라셨다. 다운된 톤을 유지하라고 했다. 다소 가라앉게 보이긴 했지만, 그 안에서도 조조의 긍정적인 부분과 밝은 내면은 사라지지 않게 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원작 팬으로서 좋아했던 신을 촬영하고 완성된 장면을 보는 것에 대한 설렘도 있었을 것 같은데.
“워낙 팬이라서 내가 좋아하는 장면을 실제로 표현한단 것에 대한 무게감도 있었고, 걱정도 많이 됐다. 그럼에도 좋아하는 장면들을 만들어가는 과정이 하나하나 재밌었다. 설레더라. 선오(송강 분)와 골목에서 만나는 장면이 기대됐다. 원작에서의 느낌 그대로 가자고 의견도 냈었다. 그만큼 애정이 많은 신이었고, 촬영할 때 그 순간을 온전히 느끼려고 했고 웹툰에서 느낀 설렘을 최대한 표현하려고 했다.

또 조조가 아르바이트를 끝내고 쓰레기를 버리러 나가는데 선오에게 ‘아무 꿈도 꾸지 말고 푹 자’라는 문자가 온다. 팍팍한 현실을 살고 있돈 조조에게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뭉클하고 설렜다. 그 장면도 되게 좋았다. 현실적으로 다가오기도 했고…”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 김소현. /이앤티스토리
원작 캐릭터와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 김소현. /이앤티스토리

-조조는 어떤 인물인가.
“현실을 살아가는 학생인데, 과거의 사건이 큰 상처로 남아있다. 트라우마를 갖고 사는 아이가 선오를 만나고, 혜영(정가람 분)을 만나서 처음 느껴보는 설렘에 당황하기도 하고, 그 설렘에 기대고 의지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조조에게는 벅차기도 했던 것 같다. 그래서 선오에게서 떨어지게 된다. 시간이 흘러 혜영을 다시 만나는데, 조조의 발걸음을 맞춰주는 혜영이 고마워서 그를 위해 발걸음을 함께 맞추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 그렇게 천천히 앞으로 나아가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자신의 아픔들에 한 발짝씩 나아가는 씩씩하고 강인한 아이다.”

-조조는 부모도 없고, 기댈 곳도 없다. 하루하루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 인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조는 씩씩하고 단단함이 느껴지는 인물이었다. 조조의 강함은 어디에서 온다고 생각했나.
“강함과 긍정적인 마인드는 타고난 게 아닐까 싶었다. 살아야 한다는 마음이 강한 아이었고, 그러기 위해서 강해질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사랑하는 감정 앞에서는 전혀 강하지 못하다. 그 부분에 대해 고민을 많이 했다. 왜 그렇게 선와와 만나면서 힘들어하고 방패를 까는 걸까. 그 감정에 치닫기까지 생각을 많이 했다. 처음 느낀 사랑 앞에 두렵고 무섭고 여러 가지 혼란스러움을 느낀 것 같다. 조조를 이해하기까지 굉장히 힘들었다. 천천히 접근하려고 노력했다.

할머니(김영옥 분)와의 추억과 할머니의 사랑도 조조를 버틸 수 있게 해준 힘이다. (김영옥) 선생님과 연기를 하는데 끝나고 눈물이 줄줄 나왔다. 조조는 보살핌이 필요한 어린아이 같았고, 위태로워 보였다. 촬영하면서 마음 아팠던 순간이 많았다.”

김소현이 ‘좋아하면 울리는’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김소현이 ‘좋아하면 울리는’을 향한 남다른 애정을 드러냈다. /넷플릭스

-원작이 있는 작품을 소화할 때, 캐릭터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다른 작품들과는 다르게 접근할 것 같은데.
“기존 캐릭터들이 확실히 있기 때문에, 거기서 내가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부분이 뭘까 생각한다. 이 캐릭터가 갖고 있는 모습을 극대화할 수도 있고, 또 다른 새로운 것을 추가하고 덧대서 나갈 수도 있다. 캐릭터가 갖고 있는 것을 그대로만 하는 건, 뻔하기도 하고 (관객들도) 그런 걸 원하지 않으시더라. 캐릭터를 잘 표현하려고 노력하면서, 내가 갖고 있는 부분을 추가해서 새롭게 보여드리려고 한다. (원작 캐릭터가 있는 작품이) 새롭게 캐릭터를 만드는 것보다 조금은 더 수월하지 않나 싶다.”

-‘좋아하면 울리는’을 통해 얻은 게 있다면. 
“힘든 감정에 접근하는 방법을 되게 많이 배웠다. 조조가 너무 복잡하고, 깊은 사연을 가진 아이였다. 트라우마라든지 선오와의 감정에 접근하는 방식이 어려웠는데, 그 과정에서 되게 많은 것을 배웠던 것 같다. 조조의 감정에 점차 가까워지게 됐고 눈물이 많이 났다. 현실적인 아픔을 많이 느끼게 된 작품인 것 같다.”

-조조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하고 싶은 대로 다 하라고 해주고 싶다. 겁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사실 옆에 있어주기만 해도 힘이 될 것 같아서 옆에 있어줄 것 같다. 어떤 조언을 하는 것도 좋지만, 느끼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묵묵히 있어주고 싶다. 조조에겐 그런 친구가 필요하다.”

-시즌2에 대한 시청자들의 기대도 높다.
“나도 꼭 시즌2가 나왔으면 좋겠다. 아쉬움이 많다. 만약 나오게 된다면, 시즌1에서 선오와의 이야기가 많이 나왔으니, 혜영과의 이야기가 많이 담겼으면 좋겠다. 혜영과 설레는 장면이 많이 있다. ‘좋알람’을 울리지 않아도 서로를 믿고 끈끈하게 사랑하는 모습들이 표현되면 좋지 않을까 싶다.”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발돋음한 김소현. /넷플릭스
아역에서 성인 연기자로 발돋음한 김소현. /넷플릭스

-아역부터 시작해서 차근차근 필모그래피를 쌓아오고 있는데, 성인 연기자로서는 이제 다시 시작이다.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돌아보면 어떻나.
“성인이 돼서도 연기를 할 수 있을까 불안감을 갖고 있었다. 그런 불안감이 지금은 해소가 됐고, 새로운 시간이 시작되니까 감사한 마음만 갖고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성인이 되고 조금 더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어른으로 인정받아야 한다, 성숙해야 한다는 강박을 없애니까 편해지더라. 마음 편히 먹고, 하고 싶은 거 하다 보면 ‘이제 다 컸다, 어른이 됐다’라고 느끼실 것 같다. 시간이 해결해줘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불안함이 있었다는 건, 아역 시절부터 연기에 대한 욕심이 강했나 보다.
“어릴 때부터 해온 게 연기다 보니 당연히 연기를 해야 한다는 마음도 있었고, 연기를 좋아했기 때문에 못하게 되면 어떻게 하나 싶은 마음도 들었다. 연기 아닌 다른 것에 대해서는 하고 싶은 마음이 없었기 때문에 더 불안했던 것 같다.”

-연기의 어떤 점이 그렇게 좋았나.
“사실 되게 힘들었다. 연기를 알아가는 과정도 힘들었고, 연기를 하면서도 너무 많은 일들이 생기고 고충이 있었다. 그런데 새로운 캐릭터를 만나서 그것이 온전히 내 것이 되는 과정이 너무 좋았고 설렜다. 아마 그게 너무 좋아서 지금까지 계속하지 않았을까 싶다. 좋아하는 마음이 힘든 걸 이긴 것 같다. 힘든 게 더 컸으면 그만두고 다른 거 하지 않았을까. 하하.”

-마지막으로 ‘좋아하면 울리는’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조조가 힘들고 우울한 상황들을 겪긴 하지만, 강하게 이겨낸다. 구겨지지 않을 거라고 하면서 이겨내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시청자들도) 위로를 받았으면 좋겠다. 비슷한 아픔을 겪었거나, 힘든 상황에 처해 있는 분들에게 위로가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 물론 역할이긴 하지만, 함께 아파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