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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김상중이 ‘아재 개그’를 하는 이유
2019. 09. 0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배우 김상중이 아재 개그로 유쾌한 인터뷰 시작을 알렸다. /뉴시스
배우 김상중이 아재 개그로 유쾌한 인터뷰 시작을 알렸다. /뉴시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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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상중이 아재 개그로 유쾌한 인터뷰 시작을 알렸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감독 손용호)로 오랜만에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는 그는 스크린 속 강렬한 카리스마 대신 재치 있는 입담과 따뜻한 인간미로 기자를 단숨에 매료시켰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사상 초유의 호송차량 탈주 사건이 발생하고, 사라진 최악의 범죄자들을 잡기 위해 다시 한 번 뭉친 나쁜 녀석들의 거침없는 활약을 그린 범죄 오락 액션 영화다. 2014년 방영돼 시청자들의 큰 호응을 이끌어내며 한국형 장르 드라마의 새 장을 연 OCN ‘나쁜 녀석들’의 스핀오프 버전이다.

김상중은 드라마 ‘나쁜 녀석들’에서 나쁜 녀석들을 모아 악질 범죄자들을 소탕하는 특수범죄수사과의 설계자 오구탁 역을 맡아 기존의 젠틀한 이미지를 벗고 과감한 연기 변신을 시도, 호평을 받았다.

강력계 형사 반장인 오구탁은 나쁜 놈이라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잡아들일 뿐 아니라, 과잉 수사와 과잉 진압도 서슴지 않아 ‘미친개’라는 별명이 붙은 인물. 오구탁으로 완전히 분한 김상중은 매 회 카리스마 넘치는 매력을 발산하며 시청자들을 열광하게 만들었다.

5년 만에 영화로 재탄생된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도 김상중은 같은 캐릭터를 연기하며 극의 중심을 잡는다. 원년 멤버인 전설의 주먹 박웅철(마동석 분)과 뉴 페이스 감성사기꾼 곽노순(김아중 분)·독종신입 고유성(장기용 분)을 불러 모아 새로운 판을 짠다. 더 나쁜 놈들을 잡기 위해 나선 오구탁의 귀환에 팬들의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1990년 연극으로 데뷔한 김상중은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탄탄한 연기 내공을 자랑해왔다. 장르와 캐릭터를 불문하고 매 작품 뛰어난 캐릭터 소화력으로 남다른 존재감을 과시했다. 여기에 13년간 시사보도 프로그램인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진행자 자리를 지키며 대중의 깊은 신뢰를 받아왔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로 돌아온 김상중. /뉴시스
영화 ‘나쁜 녀석들: 더 무비’로 돌아온 김상중. /뉴시스

실제로 만난 김상중은 반전 매력의 소유자였다. “1일 1식 아닌 1일 한식 중” “전주비빔밥 보다 더 맛있는 비빔밥은 이번주 비빔밥” “미국에 내리는 비는 유에스비(USB)” 등 진지한 얼굴로 쏟아내는 마성의 아재 개그로 인터뷰 내내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주도했다. 그리고 그의 아재 개그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현장에서도 아재 개그를 많이 한 걸로 알고 있는데, 누가 가장 크게 반응했나.
“앞에서는 다들 웃어줬는데, 뒤돌아섰을 때 디테일한 표정은 감지하지 못했다. 돌아가면서 ‘허, 참’ 이랬을 수도 있을 것 같다. 다 좋아해 줬다. 웃어줘야 김상중이 좋아할 거고, 다음에 또 뭔가 준비할 거라는 기대감도 있었던 것 같다.”

-기대감에 보답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었겠다.
“없다. 저는 아재 개그를 굉장히 좋아한다. 아재 개그를 왜 시작하게 됐냐면 tvN ‘어쩌다 어른’이라는 특강쇼를 진행하게 됐다. 옛날 국어책에서 봤던 영희와 철수가 4050대 됐는데, 지금은 무엇을 하고 있을까에서 시작된 프로그램이었다. 실제 그 시절 영희와 철수들이 (특강에) 많이 왔다. 특강을 시작하기 전에 편한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그분들과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가 뭘까 하다 보니 아재 개그를 하게 됐다. 반응이 좋다 보니 계속해서 연구하게 되더라. 그렇게 시작됐다.

또 13년 동안 ‘그것이 알고 싶다’를 진행하면서 정형화된 모습이 있는데, 그것을 희석시키려고 하는 것도 있다. ‘허당스러운 모습도 있구나’하며 조금 더 대중들에게 친밀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다. 앞으로도 (아재 개그를) 계속할 거다. 반응이 뜨거워지면 책도 낼 생각이고, 아카데미도 세울 계획이다.”

-드라마에 이어 영화까지, ‘나쁜 녀석들’과 함께 하게 됐다.
“(마)동석이랑 드라마 하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영화로 만들면 재밌겠다고 했는데, 5년 후 현실이 됐다. 드라마는 굉장히 다크하다. 유머 코드가 없었다. 시종일관 나쁜 놈들을 잡아가는 통쾌함이 있었다. 영화는 스케일이 커졌고 업그레이드된 액션이 담겼다. 유머도 추가됐다.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싶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오구탁을 연기한 김상중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나쁜 녀석들: 더 무비’에서 오구탁을 연기한 김상중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유머적인 요소를 추가하다 보니 박웅철이 드라마와는 다른 결로 그려졌다. 또 오구탁과 박웅철의 관계도 드라마에서 조련의 관계였다면, 영화에서는 파트너로 바뀐 느낌이었다. 그런 변화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을 것 같은데.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드라마의 스핀오프 버전이다. 시간이 조금 지난 상태다. 오구탁은 3년을 복역하고 출소했고, 박웅철은 복역 중이다. 시간이 지난 상태에서 오구탁은 큰 병에 걸려있다. 드라마에서 딸을 잃은 한을 갖고 나쁜 녀석들을 응징한다. 그 과정에서 병을 얻지 않았나 싶다. 암 환자로 시작했지만 오구탁은 정의에 대한 갈망, 불의를 척결하고자 하는 DNA가 있어서 다시 ‘미친개’들을 모은다.

하지만 신체적인 설정상 오구탁은 많은 활약을 하지 못한다. 그런 부분을 박웅철이 메운다. 너무 무겁게만 가면 재미가 반감될 것 같아서 반전을 요할 수 있는 코드가 필요했는데, 그게 유머였다. 드라마 상에서 무섭고 헐크 같았던 사람이 한 마디씩 던지는 게 더 재밌지 않을까 싶어서 박웅철이 유머도 담당했다. 불도저 같은 힘과 무자비한 주먹을 잃지 않고 갔다. 박웅철이 주는 통쾌함이 컸다고 생각한다.”

-손용호 감독이 현장에서 의지를 많이 했을 것 같다.
“손 감독이 드라마에 대해 정독을 했고, 영화로 어떻게 만들까 생각을 철저히 했다. 감독 고유 영역에 침범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숲을 만드는 데 있어서 숲에 있는 나무 중 하나의 역할을 제대로 하면 되겠다고 생각했다. 흐름에 있어서 다리 역할만 해주면 된다는 생각으로 더도 말고 덜도 말고 딱 거기까지만 하려고 했다.”

-암 환자 설정상 외적 변화도 줘야 했겠다.
“먹는 건 원래 잘 안 먹어서 식단 조절은 따로 필요 없었는데, 메이크업은 해야 했다. 드라마 찍을 때는 민낯이었다. 있는 그대로 했다. 그런데 영화에서는 그럴 수 없었다. 메이크업을 안 하면 ‘뽀샤시’하기 때문에 (암 환자처럼) 어둡게 보이기 위해 했어야 했다.”

-오랜만의 스크린 복귀다. 현장에서 체감한 변화가 있다면. [‘우리 선희’(2013) 이후 6년 만] 
“여성 스태프들이 많아졌다는 것,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생각한다. 연령도 많이 낮아졌더라.  굉장히 열심히 하고, 성실했다. 나는 이제 현장에서 꽤 고참이 돼버렸다. 어린 친구들이 묵묵히 열심히 하는데, 선배랍시고 대접을 받아선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더 모범이 보여야 한다. 핵심 인물 중 하나다 보니, 내 감정에 의해 현장이 좌지우지된다. 그래서 아재 개그를 통해 편하게 하려고 했다. 젠더를 떠나서 여러 장점이 많은 것 같다. 섬세해진 것 같고 호흡도 더 잘 맞고, 좋아졌다. 장비들은 계속 발전하고 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스터리한 것은 이렇게 디지털화되고 최첨단 장비를 갖고 있는데, 왜 카메라는 나의 실물을 담지 못하는가라는 것이다.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중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언급했다. /뉴시스
김상중이 ‘그것이 알고 싶다’를 언급했다. /뉴시스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 다룬 사건 중 ‘나쁜 녀석들’에서 해결하고 싶은 사건이 있나.
“많다.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시사프로그램을 하다 보니 많은 사건을 접하게 되고, 알려주게 되는데 통쾌한 한방이 사실 없다. 방송 이후 진범을 잡게 되고 사건을 재조사하게 되기도 하지만, 늘 통쾌한 한 방이 없다는 아쉬움과 답답함이 있었다. ‘나쁜 녀석들’은 아쉬움이 없는 놈들이다. 통쾌하게 해결해 준다. 오구탁도 한방씩 날리니까 그런 데서 오는 대리만족 때문에 이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갖게 된다. 해결하고 싶은 사건들이 너무 많다. 그런데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 우리 사회에도 이런 ‘나쁜 녀석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다. 법이 해결해주지 못하는 것들을 해결해 주니까… 나쁜 놈들이 과연 나쁜 놈들일까 싶다.”

-대중에게 신뢰를 받고 있는 배우 중 한 명인데, ‘그것이 알고 싶다’도 큰 영향을 미쳤다. 오랜 기간 진행자로 활약했는데, 본인에게도 특별한 의미일 것 같다.
“30년 가까이 대중문화인으로 살아오면서 13년을 ‘그것이 알고 싶다’와 함께 했다. 이제는 김상중 하면 작품 속 김상중 보다 ‘그알’ 김상중으로 각인이 됐다. 그럼으로 인해 이득도 많았고, 프로그램에 갖는 애정도 각별하다. 언제까지 할지 모르겠지만, 책임감과 의무감도 있고, 가져야 할 자세에 대해서도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배우로서 부딪히는 벽도 있다. 뭘 해도 ‘그알’스럽다는 거다. 하지만 그건 배우로서 스스로 풀어야 할 숙제라고 생각한다.”

-극장가 대목인 추석 연휴에 개봉한다.  
“추석에 한국영화 세 편(‘힘을 내요 미스터 리’ ‘타짜: 원 아이드 잭’ 포함)이 개봉하는 걸로 알고 있다. 많은 노력을 기울여 어렵게 찍은 영화들이라 다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더’가 포함됐기 때문에 더 잘 됐으면 하는 게 솔직한 마음이다. 세 편 모두 장르가 달라서 골라보는 재미도 있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나쁜 녀석들: 더 무비’는 유쾌하고 상쾌하고 통쾌한 영화라 가족들이 더 많이 찾아주지 않을까 싶다.”

-관객들이 ‘나쁜 녀석들: 더 무비’를 어떻게 봤으면 좋겠나.
“요즘 시대를 살면서 영화나 드라마를 보면서까지 고민하고 짜증 나고 많은 생각을 하고 싶진 않을 거다. 추석은 역시 가족끼리 지내야 하는 것 아니겠나. 답답한 작금의 상태에서 가족과 함께 사이다처럼 시원하고, 서로 웃으면서 통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는 생각이 든다. 후련하다는 점이 ‘나쁜 녀석들: 더 무비’의 가장 큰 장점이 아닐까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