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저축과 달리, 투자의 경우 여러 변동사항에 따라 수익률이 춤을 출 수 있다. 기대 수익이 높을수록 위험요소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투자 상품 판매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금융사는 적합한 투자자에게 상품을 권하고, 내재된 위험을 제대로 알려야 한다.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는 시장의 기본적인 질서를 흔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시사위크>에선 사태의 원인과 후폭풍, 해결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손실 쇼크가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 손실 쇼크가 금융권을 흔들고 있다. 해당 상품에 가입했던 고객 중 일부는 원금까지 잃을 위기에 놓였다. 일각에선 ‘제2의 키코사태’라고 부를 정도로 사태의 심각성을 높게 본다. 

◇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 ‘손실 쇼크’ 일파만파 

파생결합증권(DLS)은 주식, 주가지수 이외의 원유‧금‧금리 등 기초자산의 가격변동에 따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증권을 말한다. 기초자산 가격이 정해진 만기일까지 일정한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약정된 수익을 얻을 수 있는 구조다. 파생결합펀드(DLF)는 DLS를 기초자산으로 편입한 펀드다. 

문제는 수익의 근거가 되는 기초자산의 변동폭이 그 규모를 초과할 때다. 자칫하면 원금을 잃을 수 있는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는데, 최근 영국·독일 등 선진국 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도 이런 사례 중 하나다. 

지난달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이 발표한 ‘주요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 판매현황’에 따르면 국내 금융사 DLS·DLF 상품 판매 잔액은 8월 7일 기준 총 8,224억원에 달했다. 전체 판매액의 99.1%(8,150억원)는 시중은행 3곳이 펀드(사모 DLF)로 팔았다. 나머지(74억원)는 증권사 3곳이 나눠 판매했다. 지난달 7일 기준으로 판매 잔액의 88%인 7,239억원이 손실 구간에 진입한 상태다. 

해당 상품은 영국과 미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와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를 연계한 상품이었다. 기초자산이 된 금리가 최소 약정 수준을 유지하면 연 3~4%의 수익을 낼 수 있지만 금리가 약정수준 기준치 이하로 떨어질 시, 하락폭에 따라 원금을 잃을 수 있는 고위험상품이다. 미중무역 확대와 글로벌 경기 위축으로 독일‧미국‧영국 등의 주요 국가의 금리는 올해 불안정한 흐름을 이어왔다. 

특히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지난 3월 마이너스 구간에 진입한 뒤, 전례 없는 하락세를 이어갔고 손실 대란의 주범이 됐다. 독일 국채 10년물 금리는 최근 사상 최저치인 -0.7까지 하락했다. 독일 국채 금리 연계 상품은 만기일 금리가 원금손실기준선(-0.25%)를 밑돌면 하회 폭에 손실 배수(250배)를 곱한 비율로 원금을 잃는 구조다. 

지난달 7일 기준 독일 국채 10년물 연계 사모펀드 판매 잔액(1,266억원) 중 전체가 손실 구간에 진입했다. 예상손실율은 95.1%에 달했다. 같은 기간 미국과 영국 CMS 금리 연계 사모펀드(DLF) 판매 잔액은 6,958억원이다. 그 중 5,973억원(비중 85.3%)이 원금 손실구간에 진입했다. 예상 손실금액과 예상손실률은 각각 3,354억원과 56.2%다. 

만기 시점이 다르기 때문에 손실은 아직까진 추정액일 뿐이다. 다만 독일국채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DLS·DLF는 만기도래 시점이 9~11월로 시간적 여유가 적어 리스크 우려가 크다는 평가다. 

◇ ‘고위험상품’ 고령 개인투자자에 판 은행

이번 사태가 문제가 된 건 비단 ‘손실 우려’ 때문만은 아니다. 은행사가 초고위험상품을 개인투자자에게 집중적으로 팔았다는 점이 논란거리로 떠올랐다. 전체 판매잔액 중 개인투자자가 투자한 금액은 89.1%를 차지하고 있다. 총 3,654명의 개인투자자가 7,326억원을 투자했다. 투자자 가운데는 70대 이상 고령자도 다수 존재했다. 

정무위원회 소속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하나·우리은행의 금리구조화 상품 연령별 현황 자료를 살펴보면, 만 70세 이상 고령자가 보유한 DLF 잔액이 1,761억원으로 전체 가입 잔액의 23%를 넘었다. 만 70세 이상의 고령 가입자 수는 655명에 달했다. 심지어 만 90세 이상의 초고령 가입자(13명)까지 존재했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을 판 은행 판매사들의 불완전판매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뉴시스

문제가 된 DLF는 원금손실 우려가 날 수 있는 위험도 1등급 상품이다. 또 상품구조가 복잡해서 까다로운 상품이다. 사모펀드 형태였기 때문에 최소 가입기준은 1억원 이상이다. 이 때문에 아무한테나 권하거나 판매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다. 투자자의 자산규모와 투자성향, 투자경험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팔아야 한다. 통상 이 같은 고위험 상품은 전문투자자의 영역으로 평가된다. 

이에 DLF 개인투자자들이 이 같은 투자자에 적합했는지에 강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에선 은행과 증권의 투자자의 성향이 다르다는 점을 지적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은행을 찾는 고객들은 기본적으로 안정적 투자성향을 보인다”며 “투자를 전문하는 증권사를 찾는 고객과는 특성이 다를 수밖에 없다. 상품구조가 복잡하고 위험도가 높은 이번 상품을 제대로 이해하고 샀을지도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 “키코사태와 닮은 꼴”… 또 터진 대규모 ‘불완전판매’ 의혹   

불완전판매 논란도 이 같은 논란을 키웠다. 판매사들은 정해진 원칙에 따라 상품을 판매했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정황들이 포착되고 있다. 무엇보다 투자자들은 판매사들로부터 상품의 원금손실 위험성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주장을 강하게 펼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수십 건의 분쟁조정신청이 금융당국이 접수됐다. 또 투자자들은 금융소비자 단체와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금감원은 파생결합상품의 설계부터 판매에 이르게 된 전 과정을 살펴보고 있다. 

금융권에선 이번 사태를 ‘제2의 키코(KIKO) 사태’로 바라보고 있다. 윤석헌 금감원장 역시 “이번 사태는 키코사태와 유사한 점이 있다”며 “사태가 발생한 원인은 다르지만, 모양상 옵션 상품을 팔았다는 점과 불완전판매 가능성 부분에서도 닮은 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키코는 환율이 일정 범위에서 움직이면 미리 정한 환율로 외화를 팔 수 있지만, 범위를 벗어나면 큰 손실을 보는 구조의 파생상품이다. 많은 중소기업들은 환헤지를 대비할 수 있다는 은행의 말을 믿고 가입했다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환율이 폭등하면서 엄청난 피해를 입었다. 

당시 피해기업도 은행사의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했다. 10년이 훌쩍 넘은 현재까지도 관련 분쟁은 해결되지 않고 있다.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 측은 “키코와 다른 점은 피해자가 기업에서 개인으로 피해자가 바뀌었다는 것 뿐”이라며 이번 사태를 강하게 규탄하고 있다. 조붕구 키코피해기업공동대책위원장은 “키코랑 DLF 모두 투자자가 감수할 위험은 높고, 수익률은 낮은 구조였다”며 “상품 설계부터 판매 과정 등을 꼼꼼히 조사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