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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LS·DLF 쇼크②] 손실보다 무서운 ‘신뢰 붕괴’   
2019. 09. 09 by 이미정 기자 wkfkal2@sisaweek.com

투자는 리스크를 동반한다. 저축과 달리, 투자의 경우 여러 변동사항에 따라 수익률이 춤을 출 수 있다. 기대 수익이 높을수록 위험요소는 더 커질 수 있다. 이에 투자상품 판매는 신중할 수밖에 없다. 금융사는 적합한 투자자에게 상품을 권하고, 내재된 위험을 잘 제대로 알려야 한다. 최근 발생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사태는 이 같은 시장의 기본적인 질서를 흔들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시사위크>에선 사태의 원인과 후폭풍, 해결 방안을 살펴봤다. [편집자주]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의 원금손실 사태로 금융투자시장의 신뢰가 흔들리고 있다. 

시사위크=이미정 기자  금융업의 근간은 ‘신뢰’다. 고객의 신뢰가 바탕이 돼 자금이 모이고 금융시스템이 운용된다. 최근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상품(DLS·DLF) 쇼크가 큰 파장을 일으킨 것은 이 뿌리를 흔들었다는 점에서 논란을 키웠다.  

◇ “십수년간 거래했던 은행인데…” 

70대 중반의 A씨 부부는 올해 십수년간 거래했던 한 은행에서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를 가입했다. 영국과 미국의 이자율스와프(CMS) 금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상품이었다. “수익률이 좋은 상품”이라는 은행 직원의 권유를 믿고 3억원 이상을 상품에 투자했다. 투자금은 작은 식당을 수십 년간 운영해 한푼 두푼 모아 모은 노후자금이었다. 펀드 가입은 아내 명의로 진행됐다. 이 부부는 이 상품이 원금까지 갉아먹을 수 있는 ‘고위험상품’이라는 사실은 꿈에도 알지 못했다고 토로했다. 

남편인 A씨는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며 “이 상품이 원금까지 손해 볼 수 있는 상품이었다면 가입하지 않았을 것이다. 상품을 위험성을 제대로 알지 못했다. 설령 상품구조와 위험성을 설명했다고 했다고 하더라도 노인인 우리가 ‘파생상품’이 뭔지, 영국 CMS 금리가 뭔지 제대로 알았을 리 만무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이런 상품을 개인투자자에게 납득이 안 간다”고 꼬집었다.  

A씨 부부가 가입한 펀드는 내년 6월 만기가 된다. 이달 중순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상품보다는 사정이 낫지만 안심하긴 어렵다. 만기 때까지 시장 상황이 반드시 좋아지리라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A씨는 거래 은행에 대한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A씨는 “십 수 년간 거래해왔던 은행이었다”며 “이번 일로 모든 신뢰가 한꺼번에 무너졌다. 설령 만기 때 기대수익이 회복되더라도, 더 이상 해당 은행과는 거래를 지속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DLS 사태와 연관된 금융사는 이번 사태로 진통을 겪고 있다. 투자자 상당수는 불완전판매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주장이 사실인지는 시시비비를 가려봐야 하지만 논란이 불거진 것 자체만으로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대형 손실 우려에 화가 난 투자자들은 분쟁조정 신청과 집단 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드러나 배상이 이뤄지면 적잖은 금전적 부담을 품을 것으로 점쳐진다. 

하지만 이번 사태에서 가장 뼈아픈 지점은 이뿐만이 아니다. 어렵게 쌓아왔던 고객과의 신뢰 관계에 금이 갔다는 점이 큰 손실로 지목된다. 이번에 DLF 가입자 중에는 장기 고객들이 상당한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설령, 판매 금융사의 고의적인 부정행위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고객과의 신뢰 관계 훼손은 불가피할 것으로 점쳐진다.  

더구나 이 같은 사태는 한번 터지면, 단순히 개별 금융사의 문제로 끝나지 않는다. 금융업권 전체의 신뢰를 흔들고 투자 위축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실제로 금융투자시장에선 원금손실 사태 후 투자시장이 경색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일각에선 ‘파생상품’ 투자를 꺼리는 이른바 ‘파생포비아(파생상품+공포증)’ 현상도 나타나고 있다. 

◇ 얼어붙은 투자시장… DLS 발행액 급감

증권계 관계자는 “최근 금융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는 가운데, 파생상품에서 대형 원금손실 사태까지 발생해 투자자들이 더 조심하게 된 것 같다”며 “투자회사도 보다 신중하고 상품을 발행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한 은행권 관계자도 “아무래도 이전과 같이 공격적으로 파생상품을 팔기는 쉽지 않은 실정”이라며 “투자자들도 꺼려하고 있어 판매가 많이 위축된 분위기”이라고 전했다.  

DLS 원금손실 사태 후 투자시장이 경색되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8월 DLS 발행금액은 전달보다 35% 감소했다.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세이브로)에 따르면 DLS(파생결합사채 DLB 포함) 발행금액도 2조192억원으로 7월(3조1,132억원)보다 35.1% 감소했다. 올해 3월부터 DLS 발행 규모는 계속 2조원을 훌쩍 넘어며 증가세를 보여왔다. 하지만 지난달 이 같은 발행금행 증가세가 브레이크가 걸렸다. 조기 상환금액도 크게 줄었다. DLS 8월 조기 상환액이 1조1,407억원으로 전월보다 28.9%가량 감소했다. 

주가연계증권(ELS)의 발행량도 급감했다. ELS(주가연계파생결합사채 ELB 포함) 발행금액은 5조275억원으로 7월보다 35.2%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ELS의 8월 조기상환액은 4조3,800억원으로 전월보다 48% 줄었다. ELS는 개별 주식의 가격이나 주가지수에 연계돼 투자수익이 결정되는 유가증권이다. 

이들 파생상품의 발행액이 급감한 것은 최근 글로벌 금융시장 여건 악화와 시장 악재가 반영된 것으로 반영됐다. DLS의 경우, 이번에 해외 금리 연계 상품에 투자한 사모펀드가 수천억대 손실 우려가 제기되면서 투자심리가 약화된 것으로 평가된다. 또 미중무역 전쟁 장기화 등으로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평가된다. 

ELS는 홍콩 증시가 하락세를 이어가면서 리스크 위험이 부각된 상태다. ELS는 최근 발행된 상품들의 상당수가 기초자산으로 홍콩H지수(HSCEI,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를 편입됐다. 송환법 반대로 시작된 홍콩시위가 격화되면서 홍콩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의 리스크 위험이 부각됐다. 여기에 국내에서 DLS 사태까지 터지면서 비슷한 구조의 상품인 ELS 발행도 위축된 것으로 풀이됐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가뜩이나 시장 상황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일부 파생결합상품에서 원금손실 사태가 터졌다”며 “당분간 투자 위축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