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워 바디’(감독 한가람)와 ‘메기’(감독 이옥섭)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영화사 진진, 엣나인필름·CGV아트하우스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와 ‘메기’(감독 이옥섭)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영화사 진진, 엣나인필름·CGV아트하우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한국 독립영화계에 기분 좋은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8월 29일 개봉한 독립 영화 ‘벌새’(감독 김보라)가 개봉 18일차인 지난 15일 7만 관객을 돌파하는 쾌거를 이룬 데 이어 지난 8월 22일 개봉한 ‘우리집’(감독 윤가은)도 5만 돌파를 목전에 뒀다.

그리고 이 기류를 이어받아 두 편의 독립영화가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지난해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를 빛냈던 ‘아워 바디’(감독 한가람)와 ‘메기’(감독 이옥섭)가 그 주인공이다.

먼저 ‘아워 바디’는 8년간 행정고시에 번번이 떨어지면서 불확실한 미래에 지친 31살 청춘 자영(최희서 분)이 달리기를 통해 삶의 변화를 맞이하게 되는 모습을 섬세한 시선으로 보여주는 작품이다.

‘장례난민’(2017)으로 제16회 미쟝센 단편영화제에서 비정성시 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독립영화계 실력파 신인 감독으로 떠오른 한가람 감독의 첫 장편 연출작이다.

‘아워 바디’ 최희서 스틸컷. /영화사 진진
‘아워 바디’ 최희서 스틸컷. /영화사 진진

‘아워 바디’는 개봉 전부터 국내외에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세계 5대 영화제 중 하나인 제42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디스커버리’ 부문에 공식 초청돼 호평을 받았고, 제43회 홍콩국제영화제 ‘월드시네마-한국 영화 100주년’ 부문에 초청, 제23회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 비전’ 부문 후보에 올라 관심을 모았다.

또 주인공 자영을 연기한 최희서는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하며 평단과 관객으로부터 호평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한가람 감독은 17일 진행된 ‘아워 바디’ 언론배급시사회 및 기자간담회에서 “제 또래의 고민을 담고 싶어서 출발한 영화이긴 하지만, 뚜렷한 해답을 제시하거나 위로를 주는 영화는 아니다. 함께 생각해볼 수 있는 영화”라고 소개했다.

한 감독은 “만약 자영처럼 한번이라도 혼자 뛰어본 분들이라면 이 영화에 대해 공감하는 바가 클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특별한 얘기라기보다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현재를 살고 있는 청춘들이 남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살아도 괜찮다 정도의 위로를 받았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설명했다.

‘메기’ 문소리(왼쪽)와 이주영 스틸컷. /엣나인필름·CGV아트하우스
‘메기’ 문소리(왼쪽)와 이주영 스틸컷. /엣나인필름·CGV아트하우스

‘메기’도 관객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있다. ‘메기’는 병원을 발칵 뒤집은 19금 엑스레이 사진, 도심 한복판에 등장한 싱크홀과 지구의 위험을 감지하는 특별한 메기까지 믿음에 관한 가장 엉뚱하고 발칙한 상상을 담은 미스터리 펑키 코미디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관왕(CGV아트하우스상·KBS독립영화상·시민평론가상·올해의 배우상)을 차지한 데 이어 제23회 판타지아영화제 베스트 데뷔상 특별언급, 44회 서울국제독립영화제 관객상, 오사카아시안필름페스티벌 대상 수상과 제24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제37회 뮌헨국제영화제, 제18회 뉴욕아시아영화제, 제21회 타이베이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를 휩쓸며 화제를 모았다.

‘메기’는 ‘4학년 보경이’(2014), ‘플라이 투 더 스카이’(2015), ‘걸스온탑’(2017) 등 다수의 단편을 통해 개성 넘치는 아이디어와 유머로 자신만의 색깔과 작품세계를 구축해 온 이옥섭 감독의 첫 연출작이다. 여기에 독립영화계의 스타 이주영과 구교환, 충무로 대표배우 문소리 등이 의기투합해 기대를 더하고 있다.

이날 언론배급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은 ‘메기’는 이옥섭 감독의 재기 발랄한 연출과 감각적인 미장센 속 취업난과 불법촬영, 관계의 균열 등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의 진짜 이야기를 유쾌하면서도 섬세하게 담아내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옥섭 감독은 “어떻게 믿음이 쌓이고 깨지는지, 또 어떻게 다시 조합되는지 그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또 이 감독은 최근 여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독립영화들이 호평을 얻고 있는 것에 대한 소감을 밝혀 이목을 끌었다. 그는 “여성 감독의 영화라는 말이 나오는 것은 그만큼 상대적으로 적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모든 감독들이 꾸준히 노력하고 있었는데 그 노력들이 쌓여서 지금의 기류를 만들었다고 생각한다”며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선배 감독들을 보며 꿈을 키웠듯 다음 세대의 친구들도 ‘벌새’ ‘우리집’ ‘메기’ 등을 보고 나도 영화를 찍을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 “이 기류가 태풍이 돼서 휘몰아쳤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

‘아워 바디’와 ‘메기’는 오는 26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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