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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퍼펙트맨] 완벽하지 않은 우리 모두를 위한 위로
2019. 09. 19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이 베일을 벗었다.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이 베일을 벗었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퍼펙트한 인생을 위해 한탕을 꿈꾸는 건달 영기(조진웅 분)는 조직 보스의 돈 7억을 빼돌려 주식에 투자하지만, 사기꾼에게 속아 주식은 휴지조각이 되고 만다.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떻게든 7억을 구해야 하는 영기 앞에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설경구 분)가 나타난다.

“이렇게 살다 죽으면 12억, 사고로 죽으면 27억! 내 일 도와주면 사망보험금 네 앞으로 해줄게.” 두달 시한부 장수는 자신이 해야 할 일들을 도와주는 조건으로 영기에게 자신의 사망보험금을 내건 빅딜을 제안한다. 주식으로 날린 돈을 메꿔야 했던 영기가 제안을 받아들이고, 장수와 함께 엉뚱하고 유쾌한 여정을 시작한다.

충무로 대표 배우 설경구와 조진웅의 만남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는 영화 ‘퍼펙트맨’(감독 용수)이 베일을 벗었다. 배우들의 열연을 앞세워 유쾌한 웃음과 따뜻한 감동, 누아르적 감성까지 담았다. ‘퍼펙트맨’이 관객들의 취향을 저격할 수 있을까.

‘퍼펙트맨’에서 장수로 분한 설경구 스틸컷. /쇼박스
‘퍼펙트맨’에서 장수로 분한 설경구 스틸컷. /쇼박스

‘퍼펙트맨’은 까칠한 로펌 대표 장수와 철없는 꼴통 건달 영기가 사망보험금을 걸고 벌이는 인생 반전 코미디다. 폼 나는 인생 시작을 위해 돈이 필요한 건달 영기와 후회 없는 마지막 인생을 위해 시간이 필요한 로펌 대표 장수가 서로를 통해 변화하고, 인생의 가치를 깨닫게 되는 이야기를 그렸다. 

언뜻 보면 2012년 개봉한 프랑스 영화 ‘언터처블: 1%의 우정’(감독 올리비에르 나카체·에릭 토레다노)이 연상된다. 돌봐주는 손길이 없으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전신불구의 상위 1% 백만장자 필립(프랑수아 클루제 분)과 가진 것이라곤 건강한 신체가 전부인 하위 1% 무일푼 백수 드리스(오마 사이 분)가 만나 삶의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비슷한 느낌을 준다.

‘퍼펙트맨’에서 영기를 연기한 조진웅 스틸컷. /쇼박스
‘퍼펙트맨’에서 영기를 연기한 조진웅 스틸컷. /쇼박스

그러나 ‘퍼펙트맨’은 이 익숙한 설정을 지극히 한국적으로 풀어내 재미와 공감을 모두 잡는다. 낭만이 살아있는 도시 부산을 배경으로 웃음과 드라마가 어우러진 ‘단짠 스토리’가 펼쳐지며 관객을 극으로 끌어당긴다. 여기에 누아르 장르를 떠올리게 하는 몇몇 장면들도 색다른 볼거리다.

롯데 자이언츠 구단의 부산 홈구장에 앉아 상대팀인 넥센 히어로즈를 응원하고, 호텔 수영장에서 바나나 우유를 먹는 등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는 장수와 이를 지켜보며 당황하는 영기의 모습이 대비를 이루며 웃음을 자아낸다. 그러나 점점 동화돼가는 두 사람의 모습은 코끝을 찡하게 만든다.  

‘퍼펙트맨’에서 열연을 펼친 허준호(왼쪽)와 진선규 스틸컷. /쇼박스
‘퍼펙트맨’에서 열연을 펼친 허준호(왼쪽)와 진선규 스틸컷. /쇼박스

배우들은 완벽한 활약으로 극을 채운다. 먼저 시한부 인생의 장수로 분한 설경구는 몸의 움직임이 거의 없는 제한적인 상황에서 얼굴 표정과 대사만으로 모든 감정을 표현해 감탄을 자아낸다. 조진웅은 물 만난 고기다. 매사에 흥이 넘치는 영기로 분해 마음껏 헤엄친다. 거침없는 성격과 코믹한 연기로 새로운 매력을 발산한다.  

허준호와 진선규의 열연도 돋보인다. 조직 보스 범도 역을 맡은 허준호는 분위기만으로도 상대를 제압하는 카리스마로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진선규는 순박한 건달 대국으로 분해 영기를 연기한 조진웅과 ‘브로맨스 케미’로 유쾌한 웃음을 선사한다. 

‘퍼펙트맨’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설경구(왼쪽)와 조진웅 스틸컷. /쇼박스
‘퍼펙트맨’에서 환상의 호흡을 자랑한 설경구(왼쪽)와 조진웅 스틸컷. /쇼박스

메가폰을 잡은 용수 감독은 “과거 사고를 당해 한쪽 신체 마비가 왔다”며 “휠체어 신세를 지며 1년 넘게 생활했는데, 그 당시 친한 친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일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용수 감독은 “‘퍼펙트맨’은 완벽함에 대한 찬사라기보다 하루하루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를 향한 격려이자 위로의 키워드라고 생각했다”며 “밥숟가락 하나 들기 힘들었던 시절이 있었지만, 지금은 살아가는 것 자체가 소중하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다. 그 마음을 영화에 녹여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러닝타임 116분, 오는 10월 2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