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李씨네
[인터뷰] ‘이야기꾼’ 곽경택 감독이 전쟁 영화로 돌아온 이유
2019. 09. 23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곽경택 감독이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김태훈)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곽경택 감독이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김태훈)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충무로 대표 스토리텔러 곽경택 감독이 영화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감독 곽경택·김태훈)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다. 기억되지 않은 역사의 한순간에서 치열하게 싸워야 했던 772명의 학도병들의 이야기를 진정성 있게 담아내 묵직한 울림을 전한다.

1997년 영화 ‘억수탕’으로 입봉한 곽경택 감독은 2001년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영화 ‘친구’로 약 820만 관객을 동원,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에도 역대급 흥행 신기록을 세우며 주목을 받았다. 이후 ‘챔피언’(2002), ‘똥개’(2003), ‘태풍’(2005), ‘친구2’(2012) ‘극비수사’(2015), ‘희생부활자’(2017), ‘암수살인’(2018) 등 수많은 작품을 연출·제작했다.

곽경택 감독은 한국인의 정서를 관통하는 감정을 담은 드라마에서 탁월한 기량을 발휘해 왔다. 그가 대한민국 대표 스토리텔러로 불리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처음으로 메가폰을 잡은 전쟁 영화에서도 곽 감독은 치열한 전투 속 담긴 인물들의 이야기를 묵직하면서도 담담하게 그려내 호평을 받고 있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은 평균나이 17세, 훈련기간 단 2주. 역사에 숨겨진 772명 학도병들이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기 위해 투입됐던 장사상륙작전을 그린 영화다. 한국전쟁 중 기울어진 전세를 단숨에 뒤집을 수 있었던 인천상륙작전 하루 전, 양동작전으로 진행된 장사상륙작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곽경택 감독이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연출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곽경택 감독이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연출을 결심한 이유를 밝혔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곽경택 감독은 김태훈 감독과 공동으로 메가폰을 잡았다. 개봉에 앞서 <시사위크>와 만난 곽 감독은 “몰랐던 역사에 대해 미안함을 느꼈다”며 772명의 잊힌 영웅들을 떠올렸다.

-개봉을 앞둔 소감은.
“학력고사를 치르고, 기다리는 심정이다. 점수는 며칠 있다 나오겠지? 담담하지 않다. 영화를 여러 편 만들어서 사람들이 관록 있다고 한다. 그래서 관록 있는 척해야 하는데 그게 전혀 안 돼서 스스로 한심하다고 생각하고 있다. 어쩔 수 없나 보다. 하하. 흔히 비교하기 좋게 애 낳는 심정이라고 하는데, 그런 것 같다. 딸로 비유하자면 시집보내는 느낌이다. 잘 살아야 할 텐데, 그런 마음이다.”

-연출을 결심한 이유가 무엇인가.
“전작이 성적이 안 좋아서 고생을 했다. ‘희생부활자’(2017)라고. 하하. 지금까지 투자자들에게 가장 큰 손해를 준 작품이다. 미안하고 아쉬웠다. 그러면서 혼자 반성을 많이 했다. 어떤 작품을 해야 나를 믿어주는 사람들을 실망시키지 않을까 고민을 했는데, 몇 가지 코드를 찾았다. 가급적 실화가 낫다는 것과 경상도 쪽 이야기를 하면 유리하다는 것 등등.

‘희생부활자’가 너무 어두운 이야기라 조금 라이트한 작품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잘 안 됐다. 그러던 중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 시나리오를 보게 됐는데, 자신이 없더라. 시간도 촉박하고 갈 길이 멀었다. 그런데 제작사 대표가 장사리상륙작전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더라. 내가 몰랐던 이야기였다. 이 나이 먹도록 모르고 있었다는 것에 미안한 감정이 들었다. 그래서 기존 시나리오에는 욕심이 생기지 않으니, 다 고치는 것에 동의하면 생각해본다고 제안을 했다. 시놉시스를 보내줬고, 제작사 쪽에서도 좋다고 해서 시나리오를 다시 쓰게 됐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분이 달라졌나.
“가장 큰 변화는 두 인물이다. 하나는 기존에 있던 인민군 대장을 없앴다. 그 인물이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이 영화는 학도병의 희생에 관한 이야기지, 대장을 이기고 죽이는 게 중요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다음은 아이들(학도병) 위주로만 이야기가 나오는데, 도대체 이 아이들의 리더가 누구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이명흠 대위(이명준 캐릭터의 모티브가 된 실존 인물)를 알게 됐다. 자료를 찾아보니 드라마가 충분히 있는 인물이었다. 아이들의 목숨을 지키고자 노력했고, 또 그들의 죽음에 대한 죄의식을 갖고 살면서 학도병들에게 군번줄을 지급하는 데 평생을 바친 한 인물에 대한 조명은 하고 가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렇게 각색을 했다.”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장사리 : 잊혀진 영웅들’ 포스터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학도병들의 사연을 추린 배경이 궁금하다.
“이명준 대위가 축이었고, 학도병들의 이야기가 가지가 됐다. 각 인물들의 드라마 배분을 잘했어야 했다. 어떤 캐릭터에 어떤 사연을 부여해야 관객들이 공감을 해줄 것인가 고민을 했고, 역할 배분을 하는데 많은 시행착오가 있었다. 촬영을 했다가 편집 과정에서 날린 것도 있다. 부족하다 싶으면 현장에서 급히 시나리오를 써서 촬영했던 것도 있다.

하륜은 삐뚤이고, 모범생인 줄 알았던 성필은 가족이 죽은 아픔을 간직한 인물이다. 종녀는 오빠 대신 입대를 하는 딸이고, 만득이는 얼떨결에 왔다가 배고파하는 아이다. 개태는 아버지를 포수로 둬서 총을 다뤄본 경험이 있는 아이로 설정을 했다. 개태의 꿈 장면이 있는데, 고민하다 결국 편집을 했다. 그 장면이 있어야 개태 캐릭터가 완성이 되는데, 전체적인 흐름을 위해 편집을 할 수밖에 없었다. (개태 역을 소화한 이재욱에게) 미안한 마음이 있다.”

-치열한 전투를 다룬 만큼, 현장도 그 어느 때보다 치열했겠다.  
“이번 현장만큼 배우나 스태프들한테 엄하게 대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예산이나 스케줄이 여유가 없었다. 누구 하나 악역을 담당하지 않으면 사고가 날 것 같았다. 언성도 높이고 불러서 따지기도 하고 여러 번 확인하기도 했다. 항상 긴장하게 만들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위험한 현장이었다. 공포탄이지만 총도 있고, 폭발물도 있고, 물도 있었다. 얼마나 긴장이 되는 현장이겠나. 스태프들을 독려하는 수밖에 없었다.”

-배우들도 고생을 많이 했겠다.
“맞다. 그런데 현장에서는 칭찬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우리가 지금 찍고 있고, 배우들이 하는 역할이 실제 전투에 참가했던 사람들이고, 희생당한 사람들의 이야기이지 않나. 우리는 여기서 촬영을 하지만, 그 사람들은 실제 전쟁을 치러야 했기 때문에 불평은 하지 말자고 했다. 당연히 나도 그래야 하지 않겠나. 그래서 육체적으로 힘들어도 참고 했다.”

-김태훈 감독과 공동 연출이었다. 어떻게 역할 구분을 했나.
“아예 시나리오를 펼쳐놓고 구분을 했다. 비주얼 위주로 된 것은 김태훈 감독이 했고, 드라마가 강한 건 내가 했다. 김태훈 감독의 부분은 액션이 많고 특수 효과가 많기 때문에 시간이 들지만, 분량이 적어서 절대적인 촬영 시간은 비슷할 수 있게 맞췄다.”

-새로운 도전이었는데, 어떻게 의견을 맞춰나갔나.
“문제가 있을 때 제일 좋은 해결 방법은 대화다. 왜 문제가 생겼는지 알아야 하지 않겠나. 김 감독과 이야기를 많이 했고 스태프, 제작진과도 많은 얘기를 나눴다. 초반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서로 맞춰가는 과정이 있었다. 또 처음부터 서로 약속한 분량에 대해 찍고 못 찍는 이유를 설명해주자고 약속을 하기도 했다.”

-공동 연출의 장점은 무엇이었나.
“촬영이 3개월 안에 딱 끝났다는 거다. 안 좋은 점은 두 사람 다 똑같이 생각할 텐데, ‘저거 내가 찍은 장면 아닌데’라는 생각이 든다는 거다. 하하.”

곽경택 감독이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곽경택 감독이 새로운 이야기에 대한 갈증을 드러냈다. /워너브러더스 코리아

-연출자로서 갈증을 느끼는 부분이 있다면.
“새로운 이야기였으면 좋겠다는 거다. 나는 내가 아티스트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야기꾼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강의를 준비하다가 ‘만약 어느 학생이 나에게 예술이 뭐냐고 물어본다면,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들면서 겁이 나더라. 그래서 사전을 찾아봤다. ‘새로운 것, 진실한 것, 그것을 하는 행위’라고 쓰여있더라. 사람들은 항상 새로운 것을 찾는다. 그리고 박수와 공감을 받는 건, 그것을 정말 진실하게 만들었을 때다. 이 두 가지 요소 중 하나는 분명히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래야 관객을 만날 가치가 있다고 본다. 그런 소재를 만났을 때 어렵더라도 뚫고, 파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고 에너지가 생긴다.”

-‘장사리: 잊혀진 영웅들’은 갈증을 해소시킨 작품인가.
“‘태풍’(2005) 이후로 백억이 넘는 영화는 처음이다. CG를 통해 큰 그림들을 어떻게 만들어 가느냐와 실사와 CG가 결합된 작업에 대한 소중한 경험을 했다. 전쟁 영화도 처음이었다. 제작사 대표에게 고맙다고 했다. 이런 기회를 줘서 고맙다고. 이번 작업을 하면서 정말 많은 걸 배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