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해수가 영화 ‘양자물리학’(감독 이성태)으로 관객과 만났다. /메리크리스마스
배우 박해수가 영화 ‘양자물리학’(감독 이성태)으로 관객과 만났다. /메리크리스마스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배우 박해수가 대세 굳히기에 나섰다. 지난해 인기리에 방영된 tvN 드라마 ‘슬기로운 감빵생활’로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그는 스크린 첫 주연작인 영화 ‘양자물리학’(감독 이성태)을 통해 그동안 보지 못했던 새로운 얼굴로 관객 앞에 섰다.

오늘(25일) 개봉한 영화 ‘양자물리학’은 양자물리학적 신념을 인생의 모토로 삼은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박해수 분)가 유명 연예인의 마약 사건에 검찰, 정치계가 연결된 사실을 알고 업계 에이스들과 함께 대한민국의 썩은 권력에게 한방을 날리는 대리만족 범죄 오락극이다.

‘양자물리학’은 박해수의 스크린 첫 주연작이다. 극 중 그는 죽어가는 업소도 살린다는 유흥계의 화타 이찬우 역을 맡았다. ‘생각이 현실이 된다’라는 양자물리학적 신념 하나로 업계 최고의 자리까지 오른 인물이다. 박해수는 능청스럽고 유쾌한 이찬우로 완전히 분해 그동안 보지 못한 새로운 매력으로 극을 이끈다. 

2007년 연극 ‘최강 코미디 미스터로비’로 데뷔한 박해수는 2012년 방영된 MBC 드라마 ‘무신’을 통해 활동 반경을 넓혔다. 이후 드라마 ‘육룡이 나르샤’(2015~2016), ‘푸른 바다의 전설’(2016~2017) 등과 영화 ‘해적: 바다로 간 산적’(2014), ‘소수의견’(2015), ‘마스터’(2016) 등에 출연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을 통해 주연 배우로서의 입지를 다진 그는 ‘양자물리학’을 시작으로 ‘사냥의 시간’(감독 윤성현)으로 관객과의 만남을 앞두고 있고, 하반기 방영 예정인 드라마 ‘키마이라’로 안방극장에 컴백하는 등 ‘열일’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박해수가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메리크리스마스
박해수가 첫 스크린 주연을 맡은 소감을 전했다. /메리크리스마스

그 어느 때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는 박해수는 최근 <시사위크>와 만나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스크린 첫 주연작인데, 어떻게 봤나.
“울컥울컥하면서 봤다. 연기를 잘했다 못했다 보다 배우들과 같이 고생하고, 호흡한 것들이 드러났다는 게 느껴져서 울컥했다. 얘기하고 고민했던 것들이 고스란히 느껴지더라. 관객들에게도 전달될 거라고 믿고 있다. 배역으로서는 아직 객관적으로 보지 못하겠더라. 몇 번 더 (영화를) 보면 보일지도 모르겠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점에 끌렸나.  
“이야기 자체의 힘이 컸다. 시나리오 보고 느낀 첫 감정은 ‘(이성태) 감독님이 뒤도 안 돌아보고 달려가는구나’였다. 정말 순수하게 직진한다고 느껴졌고, 확 들어왔다. 그래서 감독님을 만나고 싶었다. 그러면서 이찬우 캐릭터에 대해 감독님과 이야기를 했다. 찬우의 직업이 주인공으로 나오는 직업군은 아니다. 그렇지만 사람의 속성이나 성향은 충분히 주인공으로 가능한 인물이라고 생각했다. 그 부분을 더 많이 파고, 생각했다. 이 사람이 어떻게 존재했고, 과거에 어떻게 살았는가에 대해 고민했다.”

-찬우는 그동안 연기했던 캐릭터와는 전혀 다른 인물이었다. 캐릭터 구축 과정이 궁금하다.
“감독님과 이찬우에 대해 많은 얘기를 나눴다. 그 과정에서 내가 갖고 있는 찬우에 대한 아이디어를 많이 냈다. 처음 몇주 동안은 찬우의 성향이나 성격 등에 대해 감독님에게 질문을 하면서 알아갔고, 느낌이 오게 됐을 때부터 같이 얘기를 나눴다. 감독님이 찬우의 의상부터 차 종류, 클럽 디자인, 소품 등 하나하나 다 공유하길 원했다. ‘찬우라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으로 거의 모든 장면을 함께 생각하고 같이 만들어냈던 것 같다. 기회를 많이 열어주셨다.”

-찬우를 연기하며 공감이 됐던 부분이 있다면.
“찬우처럼 고통과 고난의 시간을 보내진 않았지만, 누구나 자신의 일에 회의감이 들 때도 있고, 경제적으로 힘들 때도 있고, 인간관계에서 상처받을 때도 있지 않나. 나도 그럴 때가 있었을 거다. 연극 무대를 거치고, 영화와 드라마를 하는 분들은 다 있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고… 그것을 이겨내려고 하는 모습은 찬우랑 비슷한 점이 많았고, 배우고 싶은 점도 많았다. 찬우처럼 멋있는 친구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관객들에게 소개해주고 싶었고, 힘이 됐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함께 술 한잔하면 기분 좋은 인물을 만들고 싶었다. 그런 찬우를 연기하면서 실제로 성격이 좋아지기도 했다. 하하.” 

‘양자물리학’에서 유흥계의 화타 찬우를 연기한 박해수 스틸컷. /메리크리스마스
‘양자물리학’에서 유흥계의 화타 찬우를 연기한 박해수 스틸컷. /메리크리스마스

-‘슬기로운 감빵생활’ 제혁을 보며 평소 과묵한 성격일 것 같았는데, ‘양자물리학’ 찬우를 보니 또 다른 느낌이더라. 실제 본인은 어디에 더 가깝나.
“2년 전에는 제혁이 같은 성격이었다. 싱크로율이 굉장히 높았다. 당시 신원호 감독님과 작가님들이 내 말투, 내 몸짓 하나하나를 보며 제혁 캐릭터에 계속해서 변화를 줬다. 디테일하게 써주셔서 그게 나였다. 찬우 또한 분명 나였다. 둘 다 교집합이 있는 것 같다. (제혁과 찬우에게) 동경하는 부분들이 더 있긴 하다. 극화된 인물이니까 조금 더 고난이 있었고, 대처방안도 박해수보다 더 저돌적이었다. 박해수보다 조금 더 과묵하기도 하다. 그럼에도 70~80%는 실제 모습이 담긴 것 같다.”

-찬우가 클럽 오픈식을 하고 홀로 앉아 술을 마시며 감격스러워하는 장면이 인상 깊었다. 오랜 연극 무대 생활을 거쳐 스크린 첫 주연을 맡게 됐는데, 찬우의 감정에 몰입이 저절로 됐을 것 같다.
“리얼리티였다. 내가 가게를 차렸다고 생각하는 찬우의 마음과 박해수가 여기 앉아서 좋은 배역으로 연기를 하고 있구나라는 마음이 동시에 들었다. 울컥했다. 진심이 묻어난 장면이다. 촬영을 하면서 ‘나 여기까지 잘 왔구나, 힘들었지만 참 잘했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 스스로에게 고마운 마음도 들었다.”

-‘슬기로운 감빵생활’ 이후 계속해서 촬영은 했지만, 매체에 비치지 않아 대중들에겐 공백으로 느껴졌다. 빨리 대중 앞에 나서야 한다는 조바심은 없었나.
“늦게 데뷔를 해서 그런지 조바심은 딱히 없다. 잘 됐다는 결과가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것이고, 지금의 인기나 인지도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 않나. 배우들이 제일 경각심을 갖고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순간순간 마음을 잘 다스리는 게 우선인 것 같다. 나도 들뜰 때가 많다. 일희일비할 때도 있었고, 괜찮을까 고민도 했다. 그럴 때마다 주변에 있는 지인들이 좋은 말을 많이 해줬다. 좋은 친구들과 선배들이 많다. 집에서 한 3일 정도 안 나가면, 나가서 뭔가 생산적인 일을 해야 한다는 조바심은 생기더라. 하하.”

-집돌이는 아닌가 보다.
“원래는 집돌이 스타일이 아니다. 항상 여행 다니고 혼자 도보여행 가고 그런다. 많이 느끼고 재밌게 놀려고 하는데, 근래에는 집들이가 됐다. 집에서 편하게 지내고 있다. 예전에는 제대로 된 집이 아니어서 그랬을 수도 있고. 하하.”

-결혼을 해서 그런 걸까. (박해수는 지난 1월 비연예인인 연인과 1년 열애 끝에 결혼했다.)
“아무래도 그렇다. 집이 이제는 편해졌고, 마음도 편안하다. 집에서 책만 읽어도 편하고 좋다. 그래서 집돌이가 됐다. 집에서 영화도 보고 책도 읽으면서 그렇게 지내고 있다.”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 장악을 노리는 박해수. /메리크리스마스
브라운관에 이어 스크린 장악을 노리는 박해수. /메리크리스마스

-연극 무대부터 시작해 매체로 넘어왔는데, 좋은 결과를 보이고 있다.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고 있다. 꿈을 키우고 있는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나.
“잘 걸어가야 할 것 같다는 책임감이 있다. 위로가 되는 선배가 됐으면 좋겠는데, 사실 많이 부족하다. 학교 후배들도 그렇고, 대학로 후배들이나 동료들 다 열심히 하고 있다. 매체에 꼭 와야 한다는 건 아니다. 그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면 되는 거다. 여러 가지 기회가 있고 늦게 데뷔한 친구도 써줄 수 있는 감독과 제작사가 있다. 그러니 이쪽을 꿈꾸고 있거나 기회가 되는 친구들이 있으면 충분히 두드려 봐도 될 만큼 멋있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나보다 훨씬 더 연기를 잘하는 숨은 보석들이 많다. 더 잘 가꾸고 있는 거니까 언젠간 다 발현될 거라고 생각한다.”

-연극은 박해수에게 어떤 의미인가. 
“생명력을 얻는다고 할까. 연습 기간 동안 힘들고 고난이지만, 무대에 서서 배우들과 호흡하고 관객과 만나면서 느껴지는 에너지가 있다. 그 공간에서만 느낄 수 있는. 끝나고 나면 불면증 없이 잔다. 에너지를 정말 다 소진하고, 새로운 에너지를 재수혈 받은 느낌으로 다시 공연한다. 그런 부분에서 매력을 느꼈다. 언제라도 다시 연극 무대에 서고 싶다.”

-드라마부터 스크린 주연까지 맡은 롤이 점점 커지고 있는데, 그만큼 책임감도 클 것 같다. 지금 이 시점에서 박해수의 다짐이 궁금하다. 
“점점 책임감은 무거워질 거다. 좋은 배역들이 들어오면 그만큼 지켜야 하는 스태프들도 많아질 거고, 내가 돌아봐야 하는 후배들, 배우들도 많아질 거다. 조금 더 유연해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내 생각이 다가 아니고 다름을 인정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조금 더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는 게 스스로 다짐하는 부분이다. 우직하게 한 걸음 한 걸음 나아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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