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경이 MBC '신입사관 구해령'을 통해 3년 만에 사극에 도전,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 나무엑터스 제공
신세경이 MBC '신입사관 구해령'을 통해 3년 만에 사극에 도전,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 나무엑터스 제공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신세경이 MBC ‘신입사관 구해령’을 통해 3년 만에 사극에 도전, 시청자들에게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금 각인시켰다. 무엇보다 이번 작품에서 진취적인 여성상 ‘구해령’ 캐릭터를 안정적으로 구사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은 신세경. ‘사극 여신’의 진가를 새삼 느끼게 한 순간이다.

26일 종영한 MBC ‘신입사관 구해령’은 조선의 첫 문제적 여사(女史) 구해령과 반전 모태솔로 왕자 이림의 로맨스를 다룬 작품이다. 신세경이 ‘구해령’ 역을, 차은우가 ‘이림’ 역을 맡아 시청자들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SBS ‘뿌리 깊은 나무’(2011), SBS ‘육룡이 나르샤’(2015~2016) 등 사극에서 유독 자신의 진가를 발휘해왔던 신세경. 특히나 신세경은 ‘뿌리 깊은 나무’에서는 훈민정음 프로젝트에 대한 열정을 지닌 총명하고 당찬 궁녀 ‘소이’ 역으로, ‘육룡이 나르샤’에서는 적극적이고 진취적인 인물 ‘분이’ 역으로 활약하며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왔다. 조선 시대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여성상을 그려내며 시청자들에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 것. 이와 같은 맥락에서 ‘구해령’ 캐릭터는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능동적이면서도 진취적인 여성상의 정점을 찍으며 시청자들에게 긍정적인 평가를 얻었다.

이쯤 되니 사극에서 벗어난 신세경의 모습에 궁금증이 모아진다. 최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시사위크>가 신세경을 만나고 왔다.

신세경이 3년 만에 사극 드라마를 찍은 소감을 전했다. / 나무엑터스 제공
신세경이 3년 만에 사극 드라마를 찍은 소감을 전했다. / 나무엑터스 제공

-3년 만에 사극 드라마를 찍은 소감이 어땠나.
“전에 해왔던 사극이랑은 느낌이 많이 달랐다. 그런 부분이 또 다른 숙제처럼 다가오기도 하면서, 흥미로운 점이기도 했다. 설정 자체가 조선시대에 여자가 관복을 입고 궁 안을 출퇴근한다는 것이었다. 사극 드라마에 흥미로운 상상, 판타지적 요소를 가미해 본 거다. ‘구해령’이 가지고 있는 설정을 보시는 분들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표현하고 싶었다. 보시는 분들이 극에 잘 집중할 수 있고, ‘구해령’ 인물이 가진 서사에 잘 녹아들 수 있도록 표현하기 위해 고민을 했던 것 같다.”

-전작들에 이어 이번에도 진취적인 여성 캐릭터를 맡았다. 특별히 신경 쓴 부분이 있나.
“(‘신입사관 구해령’에서) 대사도 너무 많고, 장면도 진짜 많았다. 또 ‘구해령’이 가는 모든 상황이나 말들이 사실 조선시대에 있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조선시대 여자가 이렇게 해도 되나’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저 정도까지 해도 되나’ 등 일종의 고정관념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러한 고정관념에서 저 자신부터 자유로워져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야 거부감 없이 캐릭터를 완전하게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극 초반에 어쩔 수 없이 이런 생각(일종의 고정관념)을 했다면 중후반부터는 조금의 의심 없이 ‘구해령’으로 표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드라마 속에서처럼 연기할 때도 주도적이었나.
“물론 제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더 냈던 장면이 틀림없이 있다. 또 (차)은우 씨가 주도적으로 의견을 낸 장면도 있다. 원래 모든 장면들이 합을 맞춰가는 과정이기 때문에 절대 혼자서만  할 수 없지 않나. 은우 씨가 이끌어주고 리딩해 준 부분이 있기 때문에 딱히 전반적으로 주도했다고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만약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진취적인 여성이 아닌 화려한 한복을 입고 궁 안에 갇혀 있는 역할이 주어진다면 도전할 의향이 있나.
“만약에 제안이 온다면 영광스럽고 감사한 일이지만 개인적으론 큰 도전이 될 것 같다. 예전에 해왔던 작품들 속 모습을 봤을 때, 개인적으로 ‘조선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이라고 해서 할 줄 아는 것이 투기만 있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싶었다. 단순히 사랑받고 사랑하는 것 외에도 그 시대를 살아가는 여인으로서 이루고 싶은 것이 있고, 표현하고 싶은 바가 있다는 걸 (그동안) 표현할 수 있다는 게 너무 좋았다.”

-극 중 사관 캐릭터라 글자를 작성하는 장면이 많이 등장했다. 대역 없이 본인이 직접 소화한 장면들인가.
“폼이나 붓을 잡는 모양새는 사관처럼 나와야 하니까 배우긴 했다. 빠른 속도로 써내려가는 게 두세 달 배워서 되는 문제가 아니더라. 제가 사극을 할 때마다 항상 대필을 해주시는 분이 계신다. 공교롭게도 항상 제가 작품을 할 때마다 만난다. 그분은 거의 한평생을 붓을 잡고 써온 친구다. 그 정도가 돼야 속도감 있게 쓸 수 있겠더라.”

조선시대 최초의 여사 '구해령'으로 분한 신세경 / MBC '신입사관 구해령' 방송화면 캡처
조선시대 최초의 여사 '구해령'으로 분한 신세경 / MBC '신입사관 구해령' 방송화면 캡처

-‘신입사관 구해령’을 통해 차은우가 연기력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함께 호흡 맞춘 파트너로서 어땠나.
“현장 동료로서는 첫 대본리딩을 한 순간부터 너무 캐릭터에 제격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독서당이란 공간에서 20년 넘게 갇혀 있어서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느낌을 완벽하게 표현해 준 친구라고 생각한다. 원형 그대로 보존된 듯한 ‘이림’의 순수한 느낌을 기술적으로 표현해도 오히려 이상할 수 있어서, 너무나 완벽한 캐스팅이라 생각했다.

또 현장에서 함께 호흡한 동료로서 그 친구가 연기한 면모들에 실제로 도움을 받은 것도 있다. 진지하고 무거운 사극과는 다른 형태의 사극이지 않았나. 발랄하고 유쾌한 느낌의 에피소드가 있는 한편, 진지하고 무겁지만 꼭 해야 할 이야기들을 짚어가야 하는 것이 공존했던 드라마였다. 때문에 한쪽이 무겁거나, 한쪽이 붕 뜨지 않게 밸런스를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이전에 해왔던 사극 분위기에 익숙해 있다 보니 극 특유의 유쾌함과 산뜻함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차은우 씨가 가지고 있는 표현 방법의 참신함과 산뜻함이 큰 시너지가 됐다.”

-‘구해령’ 캐릭터가 본인과 닮아서 표현할 때 카타르시스를 느낀 적이 있나.
“성격적으로 닮은 부분이 많다. 저는 사회화가 진행된 사람이라서 ‘해령’이와 같은 성격을 감추고 사는 게 있다. 현대보다 훨씬 더 각박했을 수 있는 조선시대에서 자기가 외치고 싶은 걸 외치고 다니는 인물이기 때문에, (구해령을) 표현하면서 일종의 카타르시스 같은 걸 느꼈다. 예로 일식에 대해 설명하는 장면을 들 수 있다. 현대인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조선시대를 사는 사람들은 몰랐던 것들, 서양문물을 아는 ‘구해령’이 정확하게 짚어주는 장면들에서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지금 시대에 여인이 목소리를 크게 높여 말한다고 손가락질 받진 않는다. 하지만 조선시대엔 그랬다. 시대가 보여주는 간극이 재밌다고 생각했고, 현대인 입장에서 묘한 카타르시스가 생기는 지점이라고 생각했다.”

-‘사극 여신’이라고 불리지 않나. 사극 장르에 대한 특별한 애정이 있나.
“사극이 가지고 있는 특별한 힘이나 매력이 있다고는 분명 생각이 든다. 다만 특별히 사극을 좋아한다는 생각을 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그래도 왠지 또 하게 될 것 같은 느낌이 든다(웃음). 어떤 드라마를 하겠다고 결정하기까지 캐릭터, 이야기 등 여러 요소를 종합해서 고르지 않나. 그것과 마찬가지로 ‘사극이어서 좋겠다’라는 생각을 한 적은 없다. 이전에 해왔던 사극들도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힘을 믿었기 때문에 참여한 것이다.”

'사극여신' 신세경이 사극 장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 나무엑터스
'사극여신' 신세경이 사극 장르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전했다. / 나무엑터스

-연기를 할 때 나와 비슷한 캐릭터와 다른 캐릭터 중 어떤 것에 더 끌리나.
“두 가지 요소 다 있는 것 같다. 사실은 아직까지 연기자로서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지 않은 것 같다. 부족한 점이 훨씬 많다. 때문에 도전보다는 작품에 해가 되지 않게 책임질 수 있는 영역을 선택하는 것 같다. 그게 중요하다는 걸 깨달았다. 제가 참여한 작품이 실수를 해도 용납되는 곳이 아니라는 걸 알기 때문에 도전을 할 땐 내가 그 정도의 준비가 되어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제가 책임질 수 있는 역할을 선택한다는 개인적인 기준이 있는 것 같다.”

-66만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유튜버기도 하다. 유튜브 시작 전과 후의 차이를 느끼나.(신세경은 지난해부터 유튜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대단한 차이는 없는 것 같다. 밖에 잘 돌아다니는 편이다. 알아보시고 인사해주시는 분들이 ‘브이로그 잘 보고 있다’라는 말씀 많이 해주셨다. 긴 시간 연기를 해왔는데 그보다 훨씬 더 많이 알아봐 주셔서 감사하다(웃음). 아무래도 드라마나 영화보다도 실생활에 가까이 있는 콘텐츠라서 더 친숙하게 말 걸어주시는 것 같다. 물론 유튜브가 시간과 장소 구애 없이 편안하게 언제든 볼 수 있다는 장점 또한 있는 것 같다.”

-유튜브 수익이 큰 편인가.
“사람들이 환상을 가지고 있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일단 업로드를 자주 하는 편이 아니다. 지금도 영상 업로드 안 한 지 몇 달 됐다.

처음에 김나영 씨가 유튜브를 통한 수입을 좋은 데 쓰시는 영상을 봤다. 그게 큰 귀감이 됐다. 언젠가 나도 좋은 통로가 돼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는 것도 좋겠단 생각을 했다. 좋은 일 하는 것도 신중하게 해야 하는 시대지 않나. 너무 이슈되는 일이 많아서 더더욱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지난해 Olive ‘국경없는 포차’로 예능에 도전해 새로운 모습을 보여준 바 있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특별한 계기는 없다. 주변에서 권한다고 할 것도 아니고, 늘 조심조심하는 성격이다. ‘국경없는 포차’는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워낙 음식과 요리를 좋아한다. 흥미로워하는 요소를 지닌 기획이었기 때문에 해당 프로그램은 꼭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다. 또 박중훈 선배님이 함께 한다는 것도 하게 된 중요한 이유기도 하다.”

올해 딱 30세가 된 신세경 / 나무엑터스 제공
올해 딱 30세가 된 신세경 / 나무엑터스 제공

-올해 딱 30세가 되었다. 30대가 되고 달라진 것이 있나.
“저는 조금 좋은 부분도 있는 것 같다. 어릴 때부터 일을 하다 보니 현장에서 당연 막내로 지냈던 기간이 길지 않나. 26살까지 언니라는 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그 나이쯤엔 나이를 확인하고 언니 오빠라고 부르고 불려졌다면 이젠 동생들이 많은 현장이 됐다. 그게 나쁘지 않고 아직까진 좋다. (동생들을 보면) 잘해주고 싶고, 항상 언니 노릇해주고 싶은 게 있다.”

-앞으로의 30대를 어떻게 보내고 싶나.
“지금처럼 행복하게, 쉴 때 잘 쉬고 일할 때 열심히 일하고 싶다. 그간 인터뷰를 쭉 해왔지 않나. 20대 때 내가 했던 말이나 느꼈던 심정들이 (기사로) 남아있다. 한 배우가 ‘그동안 해온 인터뷰를 보면 감회가 남다르다’고 말한 적이 있다. 20대 초중반 때 제가 인터뷰한 걸 보면 굉장히 지쳐있다. 인터뷰하면서 계속 한탄하고 쉬어야 한다는 말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더라. ‘이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감정보단 그런 과정들이 있기에 지금의 안정감 또한 있다고 생각이 든다.

서른 살 이후의 제 삶은 더 좋을 것 같다. 연예인으로 살아가는 여러 가지 요소들을 스트레스  받아하며 내가 서 있을 자리를 잃는 것 마냥 위태롭게 여기지 않아도 될 것 같다. 내가 하는 일의 본질을 충분히 느끼면서 해도 좋을 것 같다는 기대가 된다.”

작품이 종영되기 전 신세경을 만난 까닭일까. 인터뷰를 진행하는 동안 신세경의 모습에선 ‘구해령’의 모습이 종종 발견됐다. 기자의 질문에 막힘없이 자신의 주장을 논리적으로 펼쳐나가는 모습, 겉으론 새침하고 차갑게 느껴질 수 있으나 사람을 좋아하고 속정이 깊은 모습이 대표적이다.

무엇보다 구해령이 사관으로서 자신의 가치관이 뚜렷했듯, 신세경은 ‘배우’로서 자신의 가치관이 명확했다. 앞서 "스스로가 책임질 수 있는 역할을 맡는다"라고 말한 것과 함께 “유해하지 않은 작품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친 것. 아역 배우로 시작해 30대 배우가 되기까지. 신세경이 보유한 연기 내공만큼이나 그녀가 지닌 가치관이 앞날을 더욱 기대케 만든다. “서른 살 이후의 제 삶은 더 좋을 것 같다”던 그녀의 바람이 현실로 이뤄질 수 있을까. 신세경의 추후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저작권자 © 시사위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