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감독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리사 타케바)이 공개됐다. (왼쪽부터) 전양준 집행위원장·리사 타케바 감독·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리사 타케바 감독·모리야마 미라이. /뉴시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감독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리사 타케바)이 공개됐다. (왼쪽부터) 전양준 집행위원장·리사 타케바 감독·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리사 타케바 감독·모리야마 미라이. /뉴시스

시사위크|부산=이영실 기자  가족을 지극히 사랑하는 남자는 어느 날 아침, 마을 사람들과 함께 말을 팔기 위해 읍내 장터로 간다. 함께 가겠다는 10살 남짓한 아들과 아직도 깊은 잠에 빠져 있는 두 딸을 남겨 두고 아내와 애틋한 눈빛을 교환하며 장터로 갔던 남자는 아이들에게 선물할 새끼 고양이를 품에 안은 채 말 도둑들에게 살해당한다.

마을 사람들이 함께 모여 남자의 장례식을 치르고 여자는 아이들과 함께 친정으로 돌아가기로 결심한다. 그때, 8년 전 소식 없이 떠났던 또 다른 남자가 나타나 여자의 이사를 돕는다. 어딘지 그 남자를 닮은 여자의 아들은 그에게 말 타는 법을 배워 함께 말몰이에 나섰다가 말 도둑들과 맞닥뜨린다.

제24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개막작 ‘말도둑들, 시간의 길’(감독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리사 타케바)이 베일을 벗었다. 카자흐스탄과 일본의 합작 영화인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뛰어난 영상미와 이색적인 분위기를 자랑하며 영화제의 포문을 열었다.  

3일 오후 부산시 해운대구 우동 영화의전당에서는 ‘말도둑들, 시간의 길’ 언론시사회 및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전양준 집행위원장과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리사 타케바 감독,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모리야마 미라이 등이 참석했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2015년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뉴 커런츠상을 수상한 카자흐스탄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일본 리사 타케바 감독이 공동 연출해 관심을 모은 작품이다. 2017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프로젝트마켓(APM) 선정작이기도 하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을 공동 연출한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왼쪽)과 리사 타케바 감독. /뉴시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을 공동 연출한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왼쪽)과 리사 타케바 감독. /뉴시스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과 리사 타케바 감독은 ‘말도둑들, 시간의 길’이 부산국제영화제 개막작으로 선정된 것에 대해 감격스러운 소감을 전했다.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기대하지 않았는데 선정이 돼서 매우 기쁘다”고 말했고, 리사 타케바 감독은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이한 기념비적인 해에 초청해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이날 공개된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중앙아시아 영화 특유의 여백의 미에 장르적 재미를 담아냈다. 드넓은 초원 위로 수십 마리의 말을 몰아가는 스펙터클과 긴장감을 조성하는 말도둑들과의 결투가 더해져 카자흐스탄 버전의 ‘서부극’이라는 수식어를 붙여줄 만하다.

전양준 집행위원장은 “드넓은 중앙아시아 초원을 배경으로 목가적인 삶의 서정성과 어두운 이면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담아냈다”면서 “절제된 연기와 절제된 감정 표현, 뛰어난 영상미가 돋보이는 작품”이라고 소개했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카자흐스탄·일본의 합작 영화다. 전 집행위원장은 “카자흐스탄과 일본의 합작이지만, 카자흐스탄의 분위기가 진한 이색적인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리사 타케바 감독과 공동 연출을 맡게 된 것에 대해 “지난해 리사 타케바 감독과 칸에서 만나 이 작품에 대해 얘기를 했는데, 스토리에 흥미를 보였다”며 “일본으로 돌아간 후 메신저를 통해 소통하고 교류하면서 함께 작업을 하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일본이 현재 중앙아시아에서 공동 제작하는 것에 관심이 많다고 알고 있다. 이번에 카자흐스탄이 된 것”이라며 “나도 공동 연출에 흥미가 많아서 성사됐다”고 전했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에서 호흡을 맞춘 카자흐스탄 출신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왼쪽)과 일본 출신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 /뉴시스
‘말도둑들, 시간의 길’에서 호흡을 맞춘 카자흐스탄 출신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왼쪽)과 일본 출신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 /뉴시스

리사 타케바 감독은 현장에서 두 감독의 역할 분담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나는 그림의 연결성과 스토리가 이어나갈 수 있는지 객관적으로 지켜보는 역할을 했고, 예를란 누르무함베토프 감독은 배우들과 가까이 소통하며 작업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엄밀하게 역할 분담을 했다기보다 상황에 맞게 대응하며 작업을 했다”고 덧붙였다.

양국의 배우들도 협연했다. 하루아침에 남편을 잃은 여자 아이굴 역은 지난해 영화 ‘아이카’를 통해 칸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하며 세계적으로 이름을 알린 카자흐스탄 출신 배우 사말 예슬라모바가 맡아 열연했다. 일본 출신 배우 모리야마 미라이는 8년 만에 갑자기 나타난 남자 카이랏을 연기했다.

‘말도둑들 시간의 길’은 이날 오후 6시부터 진행되는 레드카펫 및 개막식이 끝난 뒤 영화의전당 야외극장에서 공식 상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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