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로가기
李씨네
[인터뷰] 공효진, 동백이었다가 선영이었다가
2019. 10. 11 by 이영실 기자 swyeong1204@sisaweek.com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공효진. /NEW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넘나들며 활약하고 있는 공효진. /NEW

시사위크=이영실 기자  브라운관에서도 스크린에서도 뜨겁다. ‘공블리’ 공효진이 드라마와 영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며 독보적인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두 작품 모두 그의 특장기인 로맨틱 코미디다. 그러나 공효진은 전혀 다른 얼굴이다. 동백이었다가, 선영이었다가. 완벽한 소화력을 보여주고 있다.

공효진은 현재 인기리에 방영 중인 KBS 2TV 수목드라마 ‘동백꽃 필 무렵’과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가장 보통의 연애’(감독 김한결)를 통해 브라운관과 스크린을 동시에 사로잡고 있다.

지난 9월 18일 첫 방송된 ‘동백꽃 필 무렵’은 6.3% 시청률로 시작해 지난 10일 방송된 16회에서 14.5%(이상 닐슨코리아 기준)까지 치솟으며 뜨거운 반응을 얻고 있다. ‘가장 보통의 연애’도 개봉 5일 만에 100만 관객을 불러 모은데 이어 최근 손익분기점인 150만 관객을 돌파하며 무서운 흥행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공효진은 그동안 영화 ‘러브픽션’, 드라마 ‘최고의 사랑’ ‘질투의 화신’ 등 다수의 로맨틱 코미디 장르에서 사랑스러우면서도 현실감 넘치는 연기로 ‘로맨스 흥행불패’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그의 ‘로코’에 대중의 많은 관심이 쏠렸지만, 동시에 같은 장르의 두 작품이 동시에 선보여진다는 것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동백꽃 필 무렵’(왼쪽)과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캡처, NEW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주고 있는 ‘동백꽃 필 무렵’(왼쪽)과 ‘가장 보통의 연애’ 공효진. /KBS 2TV ‘동백꽃 필 무렵’ 캡처, NEW

그러나 뚜껑이 열리자 공효진은 자신을 향한 우려를 말끔히 씻어냈다. 같은 장르지만 전혀 다른 매력으로 대중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동백꽃 필 무렵’에서 편견에 갇혀 살지만 강단으로 꿋꿋하게 버텨 나가는 동백으로 분한 공효진은 달달함부터 짠함, 서늘한 긴장감까지 다양한 감정을 고스란히 전달하며 시청자들을 제대로 매료시켰다.

‘가장 보통의 연애’에서는 세련된 도시녀 선영 역을 맡아 동백과는 전혀 다른 매력을 보여줬다. 사랑에 환상이라고는 없는 돌직구 현실파 선영을 연기한 공효진은 특유의 쿨하고 당찬 매력으로 통쾌함과 짜릿함을 선사했다. 평범하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선영으로 완전히 분해 극을 이끈다.

‘가장 보통의 연애’ 개봉을 앞두고 <시사위크>와 만난 공효진은 “매일매일 쏟아지는 호평 속에 살고 있다”며 밝은 미소로 기자를 반겼다.

“매일매일 쏟아지는 호평 속에 살고 있다. 날씨도 좋고, 수다 떨면 되겠다는 생각으로 왔다. (‘가장 보통의 연애’가) 워낙 유쾌하게 볼 수 있는 영화라 부담은 없다. 동백이가 동정받는 스타일의 캐릭터라 많은 분들이 저를 유하게 보고 계신다. 그래서 두려움 없이 인터뷰를 하고 있다. 하하”

공효진이 밝은 에너지로 인터뷰 분위기를 이끌었다. / NEW
공효진이 밝은 에너지로 인터뷰 분위기를 이끌었다. / NEW

-영화에서는 로맨틱 코미디 장르를 잘 하지 않았는데, ‘가장 보통의 연애’를 택했다.
“스크린에서 로맨틱 코미디는 두 번째다. ‘러브픽션’이 있었다. 로코에 대한 재미가 없었다. 사실 한국 로코는 엔딩이 항상 너무 뭉뚱그려지는 것 같다. 나는 영화에서 칼같이 자르는 엔딩을 좋아한다. 그런데 로코는 모두가 환상으로 갖고 있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그걸 져버리기 쉽지 않은 것 같더라. ‘가장 보통의 연애’는 ‘왜 이렇게 끝났지?’ 하는 것 없이 적절했다. 그래서 호불호가 갈리지 않고 모두 재밌게 보시지 않을까 생각한다.”

-선영도 기존 로코에서 본 캐릭터와는 또 다른 매력이 느껴졌다.   
“선영은 내 친구 중에 있을 법한 사람이기를 바랐다. 그렇게 큰 상처를 받는 일이 많이 일어나는 것은 아니라서, 선영이 겪은 일에 공감하기보다는 극적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재훈도 마찬가지고. 캐릭터들이 가진 극적인 상황이 이미 일어났고, 그 이후에 어떻게 치유해가느냐, 혹은 치유가 안 되더라도 어떻게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느냐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선영은 흥미로운 여자였다. 어떻게 보면 판타지적이기도 했다. 나도 하고 싶은 말인데, 못했던, 꿈에서나 했던 대사들을 꽤 하는 편이라서 시원한 느낌이 들더라.”

-수위가 센 대사들도 꽤 있었다. 
“대본을 봤을 때 직설적이라고 생각은 했다. 초등학생 이후로 잘 쓰지도 읽지도 않는 단어라서 유치한데, 갑작스럽지만 귀여운 단어가 아니었을까 싶었다. 일부러 당황시키려고 폭탄 같은 단어를 선택한 거다. 재훈(김래원 분)이 자꾸 취해서 선영을 자극하지 않나. 재훈에게 술이 무기였다면, 선영은 그 남자가 들으면 얼굴이 빨개질 단어를 쓴 게 아닐까 싶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였던 거다.”

공효진이 동시에 두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NEW
공효진이 동시에 두 작품을 선보이게 된 것에 대한 생각을 전했다. /NEW

-‘동백꽃 필 무렵’ 동백과 상반된 캐릭터라, 관객들이 어떻게 볼지 걱정도 있을 것 같은데. 
“맞다. 장점이면 장점이고, 단점이면 단점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며칠 지난 지금은 리뷰들을 보니 단점보다는 장점으로 이해해주시는 것 같더라. 드라마에서 동백이가 조금 답답하고, 언제 맹수가 될지 기다리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급히 많이 답답하신 분들은 영화가 개봉하자마자 보시면 조금 해소가 되지 않을까 싶다. 하하.”

-‘공효진의 로코는 믿고 본다’라는 대중의 기대감에 대한 부담은 없나.
“(작품을) 취향대로만 고르지 못하고 다른 것들을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 부담이다. 나는 따뜻하고 사람 냄새나는 대본이 좋은데, 또 너무 그런 얘기만 하다 보면 어떻게 나올지 (대중들이) 예상을 하시니까… 그런데 사실 그 안에서 변주가 있다. 완벽하게 다른 작품을 취향대로 골랐는데 거기다가 캐릭터까지 변신하는 것을 찾기 쉽지 않더라.

결국 3년 만에 택한 것이 ‘동백꽃 필 무렵’이다. 이번에는 잘 찾았는데, 항상 다음이 있으니까. 귀신같이 골라야 할 텐데.(웃음) 꽤 많은 드라마에서 반응이 좋았고, 영화에서 캐릭터가 돋보이는 캐릭터를 꽤 해서 갈수록 더 고민스러울 것 같다. 남는 건 더 없어질 거고. 그냥 운명이 아닐까 싶다.”

-김래원과 드라마 ‘눈사람’(2003) 이후 오랜만에 재회했는데, 어땠나.
“함께 해본 적 없는 배우와 만난 것보다 조금 더 어려웠던 것도 있었다. 너무 코흘리개 시절에 만난 배우라서 성장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더 잘하고 싶은 욕심도 컸다. 또 역할이 서로를 위해주거나 알콩달콩하지 않아서 더 긴장감이 있었다. 조금 예민하게 날이 서서 서로 연기를 했던 것도 같다. 같이 해봤던 배우라서 더 쉬웠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그런데 연기적인 타입이 어울리고, 지향하는 부분이 비슷한 배우였기 때문에 더 시너지가 났던 것 같다.”

공효진이 계속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다고 말했다. /NEW
공효진이 계속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다고 말했다. /NEW

-그러나 앞서 인터뷰에서는 최고의 파트너로 강하늘(‘동백꽃 필 무렵’ 용식 역)을 뽑았다고. 박신혜를 최고의 파트너로 언급한 김래원을 향한 복수인가. 
“그게 예의라고 생각한다. 하하. (김래원에게) 복수심보다는 섭섭함이 있긴 했지만, 나는 알고 있었다. 아무래도 선영과 재훈이 서로 기억이 안 난다고 하고, 티격태격하는 것이 반복되는 이야기여서 서로 텐션이 있는 상태로 연기를 했다. 그래서 얄미운 부분이 있는 상황으로 연기했던 게 아닌가 싶다. 래원 씨는 제가 얄밉지 않았을지 모르겠지만, 나는 얄미울 때가 있었다. (영화에서) 친해졌다고 생각했는데 또 기억이 안 난다고 하니까. 자꾸 서로가 정색을 반복하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여자들은 항상 지금 하고 있는 사랑이 제일 중요하지 않나.(웃음)”

-데뷔한 지 어느덧 20년이다. 힘이 넘치는 시기도 있었을 것 같고, 지겨울 때도 있었을 것 같은데. (1999년 영화 ‘여고괴담2’로 데뷔)
“과도기가 있었다. 전에도 있었지만, 최근에는 데뷔 17년째 되던 해에 왔던 것 같다. 루틴이 돼 버린 내 직업과 감정들. 영화 ‘미씽: 사라진 여자’(2016) 찍으면서 왜 이렇게 자극이 없지 하면서 연기를 했던 것도 맞고, 그런데 결과물이 나오는 걸 보면서 더 매너리즘에 빠져 있었던 것 같다. 조금 더 나를 자극하고 싶어서 연극 ‘리타 길들이기’처럼 내 영역이 아닌 분야도 했었다.

한 작품 한 작품 사활을 걸고, 인생을 걸고 하는 이들도 있는데 내가 주인공으로 서서 당연한 듯하는 게 프로답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쉬고 싶었고, 1년 동안 작품을 하지 않았다. 에너지를 충전하고 하게 된 작품이 ‘도어락’(2018)이다. 정체기를 겪으면서, 힘을 놓고 가는 방법을 알게 됐다. 과도한 욕심보다 힘을 빼는 것이 때로는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과도기나 정체기라고 느꼈던 순간들이 지우고 싶은 과거가 아니었다는 게 다행이다.”

-앞으로 목표가 있다면.
“‘공블리’라는 수식어가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그런 수식어를 얻는다는 게 참 어려운 일이지 않나. 어깨가 무겁지만, 너무 압박받지 않고 즐겁게 하자는 생각이다. 일단 부자 역할을 해보고 싶다. 아주 못된 여자 역할도 해보고 싶고, 안 해본 캐릭터를 해보고 싶다.(웃음) 다양한 장르를 하고 싶지만,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게 있다는 건 안다. 더 많은 장르를 경험하면서, 당연히 잘 할 거라고 생각했던 캐릭터도 은근히 다르게 보여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앞으로도 궁금하고 기대가 되는 필모그래피를 쌓고 싶다. 지금 이 순간보다 더 좋은 시기가 있을까 싶기도 하다. 항상 즐기면서 나아가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