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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가본드’] 액션과 어설픈 로맨스만 남은 250억 블록버스터
2019. 10. 11 by 이민지 기자 sisaweek@daum.net
제작비 250억을 투자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 / SBS '배가본드' 공식 홈페이지
제작비 250억을 투자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 / SBS '배가본드' 공식 홈페이지

시사위크=이민지 기자  내 자식 같은 조카가 탄 민항 여객기가 하필이면 테러의 대상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세계적인 방위산업체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수 백명이 탑승한 민항 여객기를 테러한 것. 그리고 이러한 사실은 내 조카가 남긴 영상을 통해 우연히 발견됐고 나는 범인을 찾고자 한다. 제작비 250억을 투자한 SBS 금토드라마 ‘배가본드’의 1회 내용이다.

앞서 설명했듯 ‘배가본드’는 민항 여객기로 인해 사망한 조카의 비극적 죽음을 찾아 나서는 ‘차달건’(이승기 분)의 이야기로부터 전개된다. 수많은 아이들이 탄 민항 여객기의 참사 그리고 남겨진 유가족들. 이는 흡사 몇 년 전 국내를 침울에 빠뜨린 한 사건을 떠오르게 만들며 많은 시청자들을 묵직하게 만들었고, 숨겨진 은폐를 찾는 과정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큰 메시지를 줄 것을 암시했다.

국가가 해야 하는 진상규명을, 슬픔을 감당하기도 힘든 유가족이 해내간다는 설정을 통해 정부기관이 해야할 임무와 경각심을 깨우는 전개가 이승기의 액션과 함께 진행될 것이라고 예상됐던 바. 초반 ‘배가본드’가 유독 시청자들에게 깊숙이 다가왔던 이유다.

국정원에 숨은 스파이 민재식(정만식 분)을 찾으러 출동한 배수지 / SBS '배가본드' 방송화면 캡처
국정원에 숨은 스파이 민재식(정만식 분)을 찾으러 출동한 배수지 / SBS '배가본드' 방송화면 캡처

하지만 6회까지 방영된 ‘배가본드’는 액션과 어설픈 로맨스만 강하게 어필되고 있는 모양새다. 최근 방영된 ‘배가본드’ 6회에서는 국정원에 숨어있는 스파이 찾기에만 집중돼 전개됐다. 작품이 어떤 줄기로부터 뻗어져 오는지를 확인할 수 있던 부분은 유가족들이 국가에게 진상규명을 요청하는 약 1분 분량이 전부다. 묵직한 소재가 가지는 가치는 점점 지워지고 ‘권력자들의 비리 찾아내기’란 흔한 스토리로 전략하고 있는 것.

그리고 이를 뒷받침하듯, 모자이크를 처리한 채 리얼하게 묘사된 고위직 성접대 장면은 시청자들로부터 “개연성 없는 전개” “필요 이상으로 자극적”이란 평을 얻으며 씁쓸함을 남겼다.

설상가상 ‘배가본드’는 배수지(‘고해리’ 역)의 정체성에 의문을 남기며 극의 몰입도를 저해하고 있다.

물론 배수지가 국정원 요원 캐릭터로서 걸맞지 않은 표정과 대사톤으로 극의 흐름을 끊는 것을 부정할 순 없다. 다만 ‘배가본드’ 제작진이 ‘고해리’를 그려내고 있는 설정들을 토대로 볼 때 배수지의 부족한 연기만을 탓할 수 없다는 시청자들의 평도 존재한다. 국정원 요원으로서 보다는 로맨스 주인공에 더 가깝게 ‘고해리’ 역을 그리고 있다는 것. 차달건이 생사를 걸고 진상을 파헤치기 위해 피 튀기게 싸우는 반면, 고해리는 자신이 쏜 총에 사람이 죽는 것을 보고 기겁하는가 하면 뜬금없이 술에 취해 차달건에게 키스를 하며 어설픈 로맨스만을 남긴다.

액션과 어설픈 로맨스만 남은 250억 블록버스터 ‘배가본드’. 된장이 빠진 된장찌개, 김치가 빠진 김치찌개를 먹는 듯한 기분에서 헤어나올 수 없다. ‘배가본드’, 작품의 중심을 되찾을 때다.